리버풀전서 드러난 아스널 중원 붕괴와 '수비형 MF 필요성'
입력 : 2014.12.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인턴기자= 축구 경기에선 경기력과 결과가 일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스널과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도 그런 경기 중의 하나였다.

리버풀은 22일 새벽(한국시간)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14/2015 잉글랜드 프리이머리그 17라운드 경기서 마틴 스크르텔의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에 힘입어 2-2로 비겼다.

이날 스크르텔이 아스널 전서 경기 막판 터뜨린 동점골로 간신히 무승부를 거둔 결과와는 달리 경기력은 리버풀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버풀과 아스널의 경기 전부터 최근 극심한 부진으로 연일 비판의 대상이 됐던 리버풀의 열세가 예상됐다. 마리오 발로텔리, 다니엘 스터리지 등이 빠진 무게감 없는 공격진이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를 나타낸 쪽은 아스널이었다. 아스널은 경기 내내 리버풀의 전술, 패싱 플레이에 압도당하며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만들어내던 기회에서 득점에 성공했던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전체 슈팅수(27-7)와 공 점유율(62.8%-37.2%), 아스널답지 않은 경기력]




아스널의 경기력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아스널은 리버풀이 27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단 7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리버풀은 무려 10차례나 유효슈팅을 기록하면서 날카로움을 자랑했다.

또한 아스널은 특유의 높은 공 점유율 싸움에서도 완벽히 패배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과 후방에서의 적절한 플레이메이킹으로 아스널에게 좀처럼 공을 내주지 않았다.



- 느린 메르테자커, 강한 압박 시도한 아스널 전술의 한계





사실 두 팀이 시도한 경기 접근방식 자체는 비슷했다. 상대 수비진부터 강한 압박을 하면서 쉽게 점유율을 내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강한 압박을 하면서 공격진이 전진할 때 그 사이 공간을 메우기 위해서 수비 라인의 전진이 필요하다.

리버풀은 쓰리백을 가동하면서 최대한 경기장을 넓게 썼고 아스널 공격진의 강한 압박을 침착한 패스 플레이로 이겨냈다. 공을 점유하고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체력적인 비축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스널의 경우는 달랐다. 제공권 다툼에는 강하지만 발이 느린 페어 메르테자커 때문에 공격진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하더라도 높은 수비라인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미드필드와 수비진 사이의 공간이 넓게 벌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리버풀의 라힘 스털링, 쿠티뉴 등의 드리블에 능하고 민첩한 공격수들이 그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아스널은 경기 내내 리버풀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 중앙 미드필더 공백, 공 점유율에서 압도당한 이유





아스널은 전술적으로 완벽히 지배당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중앙 미드필더들이 대부분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었다.

아론 램지, 잭 윌셔, 미켈 아르테타 등 주력 미드필더들이 모두 빠진 아스널은 고육지책으로 지난 뉴캐슬 전서 부상을 입었던 알렉스 옥슬레이드 챔벌레인까지 무리하게 출전시켰다.

기동력이 강조됐던 뉴캐슬 전과 달리 아스널은 뛰어난 볼 간수 능력을 선보인 리버풀을 상대로 좀처럼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안전하게 공을 점유하기 보다는 간헐적인 역습으로 상대에게 쉽게 공을 내주기 일쑤였다.

그것은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측면 공격수 역할을 담당하는 산티 카소를라, 챔벌레인 등이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스널이 점유율 축구를 구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아르테타의 부재는 아스널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에 따르면 리버풀 중원에 위치한 스티븐 제라드(9.3%), 루카스 레이바(7.9%), 쿠티뉴(6.6%) 세 명의 선수는 이날 경기 총 점유율 중 23.8%를 기록했다.

반면 아스널은 그나마 분전한 카소를라(5.1%)와 챔벌레인(2.5%), 마티유 플라미니(3.6%)가 총 11.2%를 기록해 리버풀 중원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리버풀은 강팀에서 주로 나타나는 기록인 최종 수비 라인에서의 높은 점유율 면에서도 아스널을 압도했다.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들은 총 15.3%를 기록해 5.2%를 기록한 아스널에 비해 월등하게 앞서있는 모습을 보였다.(리버풀은 쓰리백으로 한 명이 더 많았다.)

이 기록은 아스널이 얼마나 공을 소유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는지 알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기록 외에도 총 패스 숫자(609개-345개), 패스 정확도(84%-72%)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리버풀이 압도했다.



- 벵거, 이번엔 고집 꺾을까?...수비형 MF 영입 필요한 아스널


사실 리버풀 전 부진은 아르센 벵거 감독의 소극적인 투자도 한 원인이 됐다.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된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과 백업 수비수 영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데도 벵거 감독은 끝까지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매 시즌 부상자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것을 감안해보면 다소 이해하기 힘든 '고집'이었다. 물론 최근 수비수의 영입에 나서겠다는 발언을 했지만 충분히 지난 여름에 시도했어야 할 부분이었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늦은 대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아직 UEFA 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4위 싸움을 하고 있는 아스널로서는 여전히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동안 사미 케디라(레알 마드리드), 모르강 슈나이덜린(사우샘프턴), 크리스토프 크라머(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등과 연결되온 아스널이 리버풀 전서 깨달은 교훈을 통해 미드필더 영입을 결정할 수도 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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