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막강 케미, '삼촌' 김병지와 '조카' 이종호의 '찰떡궁합'
입력 : 2015.0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스물두 살 터울보다 끈끈한 동료애가 더욱 느껴진다. K리그를 대표하는 삼촌과 조카 사이. 어느덧 이 조합은 더욱 흥미로운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전남의 베테랑 수문장 김병지(45)와 프로 5년 차를 맞는 공격수 이종호(23)가 태국 방콕 전지훈련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5년 공수에서 가장 책임감을 느낀다는 둘은 나이 차이를 떠나 서로의 든든한 조력자가 돼 있었다.

"요새 병지 삼촌께서 재테크 강의도 해주세요."
이종호는 '병지 삼촌'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늘 먼저 다가가 축구를 주제로 한 폭넓은 대화를 하는 편이다. 올해 들어 달라진 대화 주제를 묻자 이종호는 "재테크"라고 한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배가 알려준 재테크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묻자 "그건 비밀"이라며 웃는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군 면제 혜택을 얻은 그는 선수 생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프로 선수로 로드맵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에 삼촌은 재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병지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나와 종호는 소년가장과 다름없는 삶을 산 공통점이 있다. 종호가 (군 면제도 받은 만큼) 5년, 10년 단기적으로 저축 계획을 세워 선수 후반부를 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년 전과 다르게 젊은 후배들은 이른 나이에 많은 돈을 번단다. 그러나 젊은 혈기에 오로지 즐거운 것만 바라보고 흥청망청 돈을 쓴 뒤 선수 은퇴 직전 기반을 다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서글프다고 한다.

김병지는 "난 20대부터 가계부를 썼다. 간식을 사 먹을 때도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 슈퍼마켓을 이용했다"며 "프로가 모두 많은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은퇴 후 프로 지도자가 아니면 대우도 좋지 않다. 종호는 가장 역할도 해야 하는 만큼 꼭 신경 썼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호는 삼촌의 말에 따라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 자산을 직접 관리한다. 물론 가계부를 쓰는 건 아니다. '스마트 세대' 답게 폰뱅킹 등으로 지출 내용을 꼼꼼하게 살핀다. 여러 재테크 상품 정보도 찾아보며 연봉의 일정 금액을 저축한다. 그는 "다른 친구들보다 자산 관리에 더 신경 쓰다 보니 부모님께서 흡족해하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종호는 득점왕 가능", "병지 삼촌 777경기까지"
서로의 의미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어떠할까. 이종호는 "(병지 삼촌은) 롤 모델"이라면서도 "여러 차례 얘기해서 이젠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병지는 손사래를 치며 "종호는 노상래 감독 이후 전남의 희망 아이콘"이라고 했다. 또 "종호의 최대 장점은 단점을 지속해서 고치려는 습성이다. 올해 종호의 득점력이 우리 팀의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득점왕도 가능한 재목"이라고 했다. 지난해 10골 2도움으로 프로 첫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이종호. 올해 목표는 15골 이상이다. 그는 "작년에 아홉수로 고생했다. 올해 이 부분을 잘 넘기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했다. 국가대표팀 재승선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아시안컵에 가진 못했지만, 지난달 대표팀의 제주 전지훈련에 소집된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 그는 "대단한 형들과 운동해 기뻤다. 왜 국가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은지 알겠더라"고 했다.

김병지도 K리그 사상 첫 7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가 세운 역대 최다 경기(679경기) 및 최고령(만 44세7개월14일) 출전 기록 경신도 유력하다. 그런데 이종호는 삼촌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잭팟의 의미인 '777' 숫자를 채우는 것이다. 그는 "삼촌은 전설이다. 이 숫자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김병지는 "3시즌 정도 꾸준히 뛰어야 가능한 기록이다. 일단 올해 뛰어보고 생각하겠다"고 웃었다. 누가 뭐래도 둘의 관심사는 새 시즌 전남의 부활. 지난해 안타깝게 놓친 상위 스플릿을 넘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을 노린다. 태국에서 삼촌과 조카의 꿈이 야무지게 영글고 있다.

방콕(태국) = 공동취재단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