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류승우, '분데스리가 끝판왕' 바이에른 뮌헨 만나다
입력 : 2015.03.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브라운슈바이크가 부자 구단은 아니에요. 저희는 원정 경기를 다 버스로 이동하거든요. 뮌헨 같은 데는 6~7시간씩도 갈 걸요? 뮌헨이랑 붙으면 수비만 하다가 나올 수도 있는데, 제가 어느 정도 위치에 왔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얼마나 크게 깨질지 걱정도 되고요(웃음)."

아직 배울 게 많다며 자신을 낮추던 류승우(21,브라운슈바이크)가 뮌헨 얘기에 들떴다. 5일(한국시각)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 브라운슈바이크의 2014/2015 DFB포칼 16강전. 대진이 발표된 1월 중순부터 이날을 기다려온 류승우는 선발 출격해 풀타임을 누볐지만, 팀의 2-0 패배를 막지는 못 했다.

마지막 퀘스트에서나 등장할 법한 무시무시한 상대를 너무 일찍 만났다. 분데스리가는 물론, 유럽 전역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힐 팀이 '끝판왕' 뮌헨이다. 독일 축구 리그에 소속된 모든 팀이 참가하는 포칼컵 역시 3연패를 노리고 있었으니 무슨 말을 더 할까. 볼 점유율에서 80vs20 수준으로 밀린 브라운슈바이크는 슈팅 개수에서도 23vs6으로 고전했다.



지난달 현장에서 확인한 브라운슈바이크는 그리 강한 팀이 아니었다. 분데스리가2(2부리그) 4~5위를 넘나들며 1부리그 승격권을 노렸으나, 경기를 운영하는 템포나 개개인이 지닌 기술 면에서 분데스리가(1부리그)와 견주기엔 무리였다. 이번에 만날 상대가 '1부리그, 그 이상의 팀' 뮌헨(최근 3경기 함부르크전 8득점, 파더보른전 6득점, 쾰른전 4득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수준 차는 극명할 수 있었다.

실제 내용도 그렇게 흘러갔다. 레벨이 몇 단계씩 차이 나는 두 팀을 연습 경기로 붙여놓은 느낌. 주로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겨우 볼을 빼앗은 브라운슈바이크는 정신이 없었다. 공격을 시작하는 패스는 대부분 부정확했고, 재차 상대에게 볼 소유권을 내주며 또 다시 수비하는 그림이 반복된다. 특히 오른쪽 측면 수비의 볼 처리가 더없이 아쉬웠다. 도저히 역습으로 맞받아칠 수 없는 그림, 전방 공격진이 배급받는 패스도 극히 제한됐다.

어쩌면 실제 기량 차이보다도 크게 작용했을 부분이 심리적 요소다. "브라운슈바이크 홈 경기장 분위기가 좋아서 진짜 재밌어요."라며 흥을 냈던 류승우 역시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는 제 플레이를 맘껏 펼치기가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심신이 위축돼 반응이 늦고, 시야의 제한으로 다음 동작을 구상하지 못 하고, 그러면서 기본적인 터치에도 볼이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 팀 전체적으로 두루 나타났다.

다행히 뮌헨 역시 저조한 경기력을 보인다. 빠른 좌우 전환으로 공간을 열어젖혔음에도 득점으로 결정짓지는 못 했다. 그러나 이들에겐 홀로 경기를 결정할 개인 능력이 있었다. 전반 인저리타임에 나온 알라바의 프리킥 골은 '확실히 강팀은 강팀'임을 증명했다. 니어 포스트로 빠르게 감은 슈팅이 골망을 흔든 순간, 실점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했던 브라운슈바이크의 계획도 무산됐다. 후반 12분에는 괴체에게 중앙 수비가 둘 다 나가떨어지며 추가 골을 내줬다.



수비 과정에 참여한 류승우는 무난했다. 단, 팀 압박은 다소 허술했고, 상대 중앙 수비는 웬만한 압박 수준을 개의치 않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류승우가 압박을 시작한 지점이 중앙선 내외였다는 사실 역시 짚어봐야 한다. 최전방-최후방 라인을 30m 이내로 좁혀 상대를 가두기에는 부담이 컸던 게 브라운슈바이크의 속사정. 최후방 라인을 올려 간격을 좁히자니 리베리나 로벤이 뒷공간을 찢어놓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라인을 내리자니 전방과의 간격이 느슨해져 류승우 등이 버틴 일차 저지선이 패스 하나에도 쉬이 벗겨졌다.

공격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독일에 진출한 이래 특히 등지는 플레이를 어려워했던 류승우는 상대 수비보다 먼저 움직이는 방식으로 물리적인 충돌을 피해왔다. 하지만 뮌헨은 2부리그에서 만나온 상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후방에서 나온 패스를 받으려는 순간, 이미 이를 관망하던 단테가 재빨리 전진해 낚아챘다. 뮌헨 골문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전에 사방에서 둘러싸였고, 대부분의 패스는 옆으로, 뒤로 빠지는 등 영양가가 부족했다. 아마도 압박받는 속도는 지금껏 본인이 경험한 것 중 최상위에 속할 만큼 빨랐을 것이다.

상대는 레반도프스키 원톱, 리베리-괴체-로벤 2선, 슈바인슈타이거-알론소 3선, 알라바-단테-보아텡-하피냐 포백에 노이어가 골문을 지켰다. 류승우에게 뮌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일종의 '기회'일 수 있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 본인을 각인할 노출의 기회, 뮌헨이란 최강 팀과 겨뤄볼 경험의 기회, 분데스리가2에서 뛰면서도 언제든 레버쿠젠 복귀를 잊지 않도록 동기를 자극할 기회였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을 것이고, 역습 과정 중 반대편 공간으로 침투해 팀 첫 번째 슈팅(상단 캡처 참고)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때로는 더욱 과감했으면 싶은 순간도 있었다. 보다 자신감 있게 도전하는 장면이 한두 차례만 더 나왔다면 다음 맞대결이 한결 수월해지리란 생각도 있다.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배우고 느낀 이는 선수 본인일 터. 중요한 건 "지긴 했어도 진짜 재밌게 뛰었어요."라던 류승우가 이번 뮌헨전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성장할 비책을 어떻게 찾아내느냐다.


글=홍의택
사진=브라운슈바이크, 바이에른 뮌헨, SPOTV+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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