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제라드 시대'의 종식과 '계승자' 헨더슨의 등장
입력 : 2015.03.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리버풀의 상징’ 제라드(34). 그의 노쇠화, 그리고 이적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난 2003년부터 주장 역할을 맡았던 제라드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리버풀의 영혼’, ‘진정한 원클럽맨’ 등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제라드도 리버풀 생활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고 있다.

▲ ‘28년간의 헌신’ 제라드, 아쉬운 작별 택하다

기록: 리버풀 - 17시즌(702경기 183골) / 잉글랜드 대표팀 - 114경기 21골
우승 경력: UEFA 챔피언스리그(1회), 잉글랜드 FA컵(2회), 잉글랜드 리그컵(3회), UEFA컵(1회)
수상 경력: 잉글랜드 올해의 선수상(2회), PFA 영플레이어상(1회), FIFA 월드 베스트11(3회), PFA 올해의 팀(8회), UEFA 클럽 올해의 선수(1회) 등



7세의 어린 나이의 제라드는 지난 1987년 리버풀 유소년 팀에 입단했다. 제라드는 리버풀에서만 약 28년간 활약하며 리버풀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해 왔다. 제라드는 지난 1998/1999시즌 리버풀 1군서 데뷔한 이후 17시즌간 702경기 183골을 기록하며 역대 리버풀 최다 출전 기록 3위, 최다 득점 기록 6위를 기록하며 '살아있는 레전드'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

또한 제라드는 은퇴 이후에도 한으로 남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끝내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이스탄불의 기적’으로 알려져 있는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A컵 2회 우승 등 컵 대회에서 리버풀의 영광을 이끌어왔다.

특히 팬들은 제라드가 10대, 20대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해 보여줬던 ‘전매특허’인 롱패스와 호쾌한 중거리 골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한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이었던 제라드는 팀이 위기에 빠져있을 때마다 골을 터뜨리며 우승의 주역이 되곤 했다.

지난 2005/2006 잉글랜드 FA컵 결승전 웨스트햄전에 출전한 제라드는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견인했다. 또한 지난 2004/2005 챔스 결승전 AC 밀란전서 0-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추격골을 터뜨리며 반전 우승의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제라드의 골 세레머니는 많은 축구 팬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다.

이러한 영광을 뒤로 하고 제라드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결국 리버풀 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지난 1월 미국 메이져리그싸커(MLS) LA 갤럭시 이적을 확정지은 제라드는 ‘원클럽맨’ 타이틀을 내려놓게 됐다.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 첼시 등 수많은 빅클럽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리버풀에 충성을 바쳤던 제라드는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며 리버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주장으로 남게 됐다.

▲ 존재감은 ‘아직’, ‘성실-투쟁심-멀티 능력’ 지닌 유력 주장 후보 헨더슨

기록: 리버풀 4시즌(173경기 18골) / 잉글랜드 대표팀 - 18경기
우승 경력: 리그컵(1회)
수상 경력: 리버풀-선덜랜드 영플레이상(각각 1회), 잉글랜드 21세 이하 최고의 선수상(1회)



사실 종목·분야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대체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축구계에서도 그런 모습들은 많이 나타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위대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 경의 후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리버풀 유스 출신으로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제라드의 빈 자리를 대체하는 일은 역시 어려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제라드의 빈 자리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어느 정도를 메워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제라드에 이어 리버풀의 새로운 주장이 될 유력한 선수는 ‘부주장’ 조던 헨더슨이다. 헨더슨은 기록, 존재감 등 모든 면에서 제라드만의 ‘특별함’을 따라가기 어려워 보인다. 리버풀 유스 출신도 아닌데다가 세계 축구의 정점에 서 있었던 제라드의 화려한 수상 경력에도 따라가지 못한다.

특히 지난 2011년 리버풀의 유니폼을 입게 된 헨더슨의 초기 활약은 기대 이하였기 때문에 헨더슨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체력을 바탕으로 리버풀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헨더슨은 선덜랜드 시절부터 잉글랜드를 이끌어갈 재목으로 꼽혔던 잠재력 높은 선수였다. 자신의 잠재력을 리버풀서 터뜨린 헨더슨은 제라드로부터 차기 주장으로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브랜든 로저스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로부터 리더십을 칭찬받으며 리버풀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다양한 포지션 소화능력과 활동량이 무기인 헨더슨은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EPL 35경기에 출전해 4골 7도움을 기록하면서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로부터 7.22점을 부여받았던 헨더슨은 올 시즌 27경기를 소화하면서 벌써 지난 시즌 EPL서 기록했던 공격포인트와 동일한 기록(4골 7도움, 7.25점)을 보여줬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무엇보다도 완벽에 가까운 멀티 플레이어 능력이다. 헨더슨은 주포지션인 중앙 미드필더 뿐만 아니라 수비형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등 6개 포지션에 출전해 모두 7점이 넘는 평점을 부여받았다. 어느 포지션에도 투입시킬 수 있는 헨더슨의 재능은 쓰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는 등 다양한 전술을 시도하는 로저스 감독의 철학과도 잘 맞는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됐던 결정력 부분도 최근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불식시키고 있다. 특히 챔스 경쟁팀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터뜨린 환상적인 골은 ‘주장’ 헨더슨의 가치를 세계 전역에 알리는 사건과도 같았다. 결국 헨더슨은 리버풀의 차기 주장으로서 순조로운 준비 과정을 완수하고 있는 것이다.


로저스 감독의 정착, 그리고 팀의 상징이었던 제라드의 이적 확정으로 급변하고 있는 리버풀은 명가 재건을 위해 EPL 상위권 팀들을 맹렬히 쫓고 있다. 그 가운데 제라드의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신만의 무기로 유력한 차기 주장 후보가 된 헨더슨이 리버풀 변화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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