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수원 U-18, 김대의 감독이 입히는 '리얼 블루'
입력 : 2015.03.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굿굿. 잘 봤어", "괜찮아. 다시 하자", "야. 그렇게 주면 안 되지", "그래. 바짝바짝".

21일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FC서울 U-18팀(서울오산고)과 수원삼성 U-18팀(경기매탄고)의 2015 아디다스 K리그주니어 개막전. 박수치며 독려하고, 큰소리 내며 항의도 했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폭주'하던 김대의 매탄고 감독은 그렇게 지도자의 면모를 덧칠해가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수원 구단 내에서는 보직 변경이 있었다. 매탄고 감독 조현두와 스카우터 김대의가 자리를 뒤바꾼 것. 시즌 도중 감독직에 부임하며 겪은 부침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독하게 고쳐나갔다. 마침 개막전 상대가 서울 산하 오산고였다. '주니어판 슈퍼매치'에 나선 김 감독은 수원에서 7년간 191경기(24골 20도움)를 뛰며 새긴 '리얼 블루'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었다.



"우리 이 멤버로 중앙대도 이겼어. 자신감 갖고 해. 그게 중요한 거야. 내가 안 뛰어도 동료가 대신 해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마. 서로 얘기해 얘기. 그러면 돼."

김 감독은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매탄고의 열세가 예측된 건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에 박상혁, 유주안, 박대원이 차출됐기 때문. 더욱이 주축 멤버 중 부상자가 둘이나 발생해 전력 누수가 컸다. 저학년들로 부랴부랴 메웠으나, 얼마나 팀이 맞아 돌아갈지는 의문이었다.

경기 시작 6분 만에 실점이 나왔다. 완만히 뜬, 다소 평범한 프리킥을 처리하는 데 실패했다. 체공 시간도 길어 여유가 있었으나, 마킹이 다소 느슨해지며 신성재(오산고)에게 헤더 골을 내주고 만다. 공간도, 사람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 한 허술한 실점 장면에도 김대의 감독은 연신 "괜찮다"며 수비진을 일일이 격려했다.

다행히도 경기력을 빨리 회복한다. 패스를 짧게 짧게 치며 상대를 끌어당겼고, 그 뒷공간을 향한 킥과 질주로 맞섰다. 전반 39분에는 왼쪽 측면 수비 김진래(매탄고)가 볼을 왼발 발등에 제대로 얹어 사각지대를 찌르는 원더골을 만들어냈다. 김 감독은 동계 훈련 중 강조했던 '원팀'이 차차 이뤄지고 있음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세트피스에서 또 먹었어. 조심하자 그랬지? 올해 3실점이나 당했잖아. 실수한 건 자책하지 마. 지금부터 잘하면 돼. 여러분들 여기 이기러 온 거 아니야? 대충 있다 가려고 온 거야? 들어간 자리에 책임을 지자고. 쟤네 뭐 있어? 쟤네 우리보다 약해. 우리 거만 하면 돼."

1-1로 접어든 하프타임. 김 감독은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어린 선수들을 자극했다. 칭찬하고 위로하되 떄로는 목소리 높여 분발을 요구했다. 선수 시절 서울과의 슈퍼매치에 나선 경험도 떠올렸다. "아무리 얘기해봤자 뭐하겠는가(웃음). 서포트는 하겠지만, 아이들이 느끼고 잘해줘야 한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짓던 그는 경기 중 소통을 특히 강조했다.

전술적인 부분 외 어린 선수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도 간파했다. 아무래도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의 책임감, 프로 의식이 성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선수 시절 서울과 경기하면 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절대 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으며 승리욕을 깨웠다.

후반전에 돌입한 매탄고는 오산고와의 역대 전적에서 밀렸던 기록이 무색할 만큼 세차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원정서 승점 3점을 가져가려던 의욕이 역풍을 맞았다. 후반 38분, 공격을 퍼붓던 가운데 정성욱(오산고)에게 추가 골을 내줬고, 끝내 2-1로 패했다. 실점 순간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했으나, 경기 후 바닥에 주저앉은 이들을 잘 추스르는 것 또한 김 감독의 임무였다.



:: '또 다른 블루' 이관우, 조현두의 등장

당일 현장에는 각 팀 스카우터, 대학 감독 등 제법 많은 축구계 인사가 모였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건 수원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또 다른 블루'의 등장이었다. 수원 창단 멤버로 매탄고 감독을 지낸 조현두 스카우터(1996~2002/135경기), 대전에서 자라고 수원에서 꽃피운 이관우 수원 U-12팀 코치(2006~10/86경기)는 자연스레 '블루'를 향했다.

지난해 중반까지 매탄고를 지도한 조 스카우터는 감회가 남달랐다. 리그 개막전에 대해 "김 감독이 색깔을 만들어내는 과정인 것 같다. 심리적인 부담도 있었을 텐데, 찬찬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애정 어린 시선을 당부했다. "수원 엠블럼을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우리가 생각했던 마크는 자부심 그 자체였다."며 후배들의 분발도 촉구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던 이 코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그런 부분이 부족할 순 있어도, 왼쪽에 달고 있는 수원 엠블럼에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비록 오늘 경기는 졌지만, 주축 멤버가 5명 정도 빠졌고 신입생들이 많이 뛴 걸로 안다. 차츰 나아질 것이다."며 소감을 전했다.

수원이 길러낸 유스 1호 민상기는 지난 일요일 성남전에서 풀타임 활약했으며, K리그 주니어 첫 우승을 이끈 구자룡은 교체 멤버로 팀 구성을 지탱했다. 2012 K리그주니어 MVP 출신 권창훈, 그리고 연제민은 신태용 감독의 U-22 대표팀에 차출된 상태. 수원판 '리얼 블루' 명맥 잇기에 도전하는 김 감독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이유다.

글, 사진=홍의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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