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슈퍼 파워', 누가 만들어낼까
입력 : 2015.03.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경헌 기자= 2002년 대전의 기운이 2015년 3월의 대표팀에게는 전달이 잘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두세수 위로 평가되었던 이탈리아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었던 대표팀이 13년이 지난 지금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우즈베키스탄과 승부를 가리지 못하였다. ‘아쉽다’라기보다 ‘안타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7일 오후 8시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구자철이 선제골을 성공시킬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안컵의 좋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점골을 허용했고 이후 후반 종료까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상황이 발생하면서 경기가 꼬인 것도 있었다. 이정협이 부상으로 빠진 어수선한 순간 동점을 허용했고 차두리의 대체자로 A매치에 데뷔한 정동호 역시 생각지 못한 부상으로 전반전을 채 마치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생각하지 못한 선수 교체는 경기 흐름을 대표팀이 원하는 데로 만들어 내기에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보다 대표팀을 더욱 어렵게 했던 것은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선수들의 무거운 다리가 아니었다 싶다. 이번 우즈백과의 경기는 우리 홈 경기였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가볍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리그에서의 빡빡한 일정 속에 치러진 A매치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유럽 리그는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어  손흥민과 구자철을 비롯해 예상치 못하게 투입된 기성용 등 유럽파들은 소속팀에서도 쉴 틈 없는 출전으로 몸과 마음이 충분히 지쳐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여기에 장거리 비행을 거쳐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홈 관중들이 보는 앞에서 경기를 치렀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했겠지만 체력적인 어려움은 플레이에서 두드러지게 보였다. 

여기에 차두리의 후임으로 A매치 데뷔를 한 정동호는 물론 오랜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김보경과 윤석영까지 긴장감과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겹치면서 본연의 장점을 살리는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렇게 각자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대표팀은 후반전에 돌입하고서부터는 이러한 약점이 더욱 도드라지며 우즈백에게 주도권을 내주었다.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인해 우리 선수들은 공을 많이 빼앗기고 지켜내지 못한 반면 상대 선수들은 볼을 많이 뺏어내고 지켜냈다. 우즈백이 공격에서 조금 더 결정력을 보여주었거나 우리가 조금 더 집중력이 떨어졌다면 자칫 패배할 수도 있었던 어려운 승부였다.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단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한도전’에서 하하가 현주엽에게 붙여 준 ‘슈퍼 파워’와 같은 역할을 할 누군가가 지금의 대표팀에는 필요하다. 아시안컵에서는 차두리가 이런 역할을 했었다. 후배들과 함께 허물없이 지내며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주었고 시간을 거꾸로 가는 듯한 강인한 신체와 체력을 이용한 플레이는 그라운드에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었다.

하지만 차두리는 다음 뉴질랜드와의 경기를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않을 것이다. 차미네이터가 만들어냈던 에너지를 누가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그게 선수이든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에서 나오든 분명한 건 지쳐 있는 지금의 대표팀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슈퍼파워’가 다음 뉴질랜드 경기 때까지는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즈백전의 부족했던 점을 정확히 판단하고 체력을 회복하고 좀 더 손발을 맞추게 된다면 대표팀의 에너지와 경기력이 다음 경기에서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A매치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극전사들이 만들어 가야할 경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대표팀의 경기력을 유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이번에 찾아내는 것도 승패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대표팀이 처할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줄 ‘슈퍼파워’를 누가 어떻게 그라운드에서 만들어 낼 것인지 다가오는 뉴질랜드와의 경기에서 기대해보자.

글=우승호 객원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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