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눈물’ 차두리, 대표팀에 남기고 간 교훈들
입력 : 2015.04.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유지선 기자= ‘차미네이터’ 차두리(36, FC 서울)가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팬들의 가슴속에 진한 아쉬움을 남긴 차두리는 마지막까지 대표팀에 주옥같은 교훈들을 남겼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저녁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서 이재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차두리가 유니폼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였다. 제아무리 ‘로봇’ 차두리라도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까지 감출 순 없었다.

그동안 차두리가 누차 강조했던 단어는 바로 ‘과분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은 전혀 과분한 것이 아니었다. 차두리에게는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우즈벡과의 아시안컵 8강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대표팀 경기”라고 운을 뗀 차두리는 “당시 (손)흥민이가 후반 종료 후 도저히 뛸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었다. 원래 감독의 권한인 전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날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고, 감독님께 (손)흥민이를 최전방으로 (이)근호를 측면으로 바꾸자고 추천했다. 감독님도 의견을 받아들여주셨고 결과적으로 (손)흥민이가 두 골을 넣으면서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사실 선수가 경기 도중 감독의 전술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차두리는 선수들도 전술에 대한 생각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차두리의 ‘남다른 배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도 인상 깊다. 차두리는 그동안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물론 그로인한 득도 있었지만, 실 역시 존재했다. 아버지 차범근은 차두리에게 롤 모델인 동시에 피할 수 없는 그늘이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느낀 건 경기 자체를 즐기라는 것이다. 차두리는 “아버지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 이후로는 오히려 나의 행복을 위해 축구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펼쳤던 차두리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말이었다.

사진= 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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