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48세 노장? 미우라는 여전히 ‘KING’이었다
입력 : 2015.04.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요코하마(일본)] 김성진 기자= 현재 일본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를 꼽자면 유럽에서 활약 중인 혼다 케이스케(29, AC 밀란), 카가와 신지(26, 도르트문트), 나가토모 유토(29, 인터 밀란)를 떠올릴 것이다. 이들은 유럽 명문팀에서 활약 중이고 월드컵 등 국제대회 경험도 있다. 하지만 일본축구팬들에게는 이들이 아닌 단 1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미우라 카즈요시(48, 요코하마 FC)다.

1967생인 미우라는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지만 올해도 현역 선수다. 미우라와 동년배 중에는 은퇴 후 감독을 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이다. 실전을 제대로 뛸지 의문이 들지만 올해만 벌써 2골을 넣었다. J리그 최고령 득점 기록은 미우라가 계속 자체 경신하고 있다. 철저한 자기 관리의 표본이다.

올해로 프로 생활 30주년을 맞은 미우라의 2015년은 신바람 행진이다. 지난해 연이은 부상으로 단 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올해는 다르다. 8라운드가 진행된 J2리그에서 6경기를 뛰었다. 아직 풀타임 소화는 없지만 6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서 60~70분을 뛰고 있다. 48세의 선수가 소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미우라는 6경기에서 2골로 넣었다. 더구나 2골이 모두 헤딩슛이다. 여전히 죽지 않은 위치 선정과 골 결정력에 아들뻘 선수들과 대등한 몸싸움을 벌일 정도로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2부리그지만 어린 선수들을 능가하는 플레이를 하자 일본축구팬들은 흥분했다. 그들에게는 미우라는 곧 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미우라를 ‘KING KAZU’라고 부른다.

현재 미우라가 어떤 경기를 하고 일본에서의 반응은 어떤지 알기 위해 요코하마를 찾았다.

연습도 실전처럼, 미우라의 집중력 높은 워밍업
지난 19일 요코하마 닛파츠 미츠자와 구기장에서는 요코하마 FC와 V바렌 나가사키의 8라운드가 열렸다. 이 경기 전까지 미우라는 5경기에 나서 1골을 넣었다. 직전 경기였던 7라운드 로앗소 구마모토전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최종적으로 상대 수비수 자책골로 기록돼 골 인정이 안된 아쉬움도 있었다.

그로서는 요코하마 FC의 승리와 함께 자신의 2번째 골을 넣겠다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경기 전 워밍업에서도 느껴질 수 있었다. 밝은 표정이었지만 연습이 시작하자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실전 못지 않게 빨리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경기에 임하는 그의 각오를 느낄 수 있는 부문이었다.



전반 12분만에 터진 2호골. 흥분에 빠진 경기장
미우라는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그러나 그는 전 지역을 움직이며 공격을 풀어가는 역할을 했다. 최전방에 있으면서도 어느 틈에 측면으로 와 상대를 압박했다. 요코하마 FC에서 중앙 수비를 맡고 있는 박태홍은 “(밀로시 루스) 감독님께서 전진 압박을 강조하신다”라고 말했다. 미우라도 감독의 지시에 철저히 따르며 전진 압박을 행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몸싸움도 피할 수 없고 거친 플레이도 나왔다. 전반 3분에는 미우라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그라운드를 구르기도 했다. 하지만 미우라는 벌떡 일어나 경기를 재개했다.

그리고 전반 12분 왼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딩슛해 골대 안으로 넣었다. 정확한 위치선정과 헤딩 임팩트가 잘 맞아 떨어진 헤딩슛 골이었다. 자신의 시즌 2번째 골을 넣은 미우라는 관중석 앞에서 ‘카즈댄스’로 불리는 특유의 삼바춤을 추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관중들은 미우라의 골이 들어가자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 관중들은 눈을 크게 뜨며 놀라기도 했다. ‘미우라의 골을 내가 본 것이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박태홍, 자물쇠 수비로 이용재 완벽 봉쇄
이날 경기는 박태홍과 이용재의 맞대결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박태홍은 올 시즌 요코하마 FC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이용재는 나가사키 공격의 핵이다. 서로를 막고 뚫어야 소속팀이 승리할 수 있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2-2 무승부로 끝났다. 그러나 둘의 대결만 놓고 본다면 박태홍의 우세승을 줄 수 있다. 박태홍은 경기 초반부터 이용재를 그림자 수비했다. 경기 전 박태홍은 ‘스포탈코리아’에 “이용재에게 공간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박태홍은 이용재에게 위험한 상황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태홍은 중앙 수비 파트너로 나온 쿠스모토 슈마와 협력 수비로 이용재에게 공간을 주지 않았다. 박태홍은 경기 후 “이용재의 움직임이 좋고 뒷공간을 노리는 스타일이어서 열심히 대인 방어를 했다. 움직임을 빨리 파악해서 막았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이용재 봉쇄를 해낸 것에 만족했다.



동료에게 힘을 불어 넣는 존재
미우라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어린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경기 전후를 가리지 않고 좋은 말과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조언으로 자신감을 심어준다. 박태홍은 “미우라 선수는 경기 전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오늘 절대로 이겨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그런 말이 기운을 얻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한 미우라의 골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즉효약이었다. 미우라가 골을 넣은 뒤 요코하마 FC는 나가사키를 압도했다. 수비 실수로 후반 27분 동점골을 내주기 전까지 요코하마 FC는 나가사키를 몰아붙였다.

후반 중반부터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본 미우라는 선수들을 독려하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는 연이은 실점으로 위기에 빠진 후반 31분 동점골로 이어졌다.



미우라는 팬들에게 일본축구의 상징
요코하마 FC 팬들에게도 미우라는 구심점이었다. 미우라에게는 더 큰 환호를 보내고 상대가 미우라를 향해 위협적인 플레이를 하면 더 큰 야유를 보냈다. 경기장에서 만난 에자키 요스케 씨는 “미우라는 선수 그 이상이다. 요코하마 FC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는 구단 물품 판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우라와 관련한 상품은 금새 동이 났다. 요코하마 FC는 선수들의 등번호를 새긴 머플러를 판매했는데 미우라만 매대에 갖다 두자마자 다 팔렸다. 미우라의 이름 혹은 그의 등번호 11이 새겨진 물품은 어느 것이든 다 팔렸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등에는 미우라의 이름과 등번호가 새겨진 유니폼이 대부분이었다.

팬들에게 미우라는 노장 선수가 아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상징하는 존재 그 자체였다. 그리고 미우라는 과거의 명성이 아닌 부단한 노력에 의한 진정한 실력이라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사진=요코하마(일본)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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