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철의 발로 쓴 기사] '직관'만큼 재밌는 슈퍼매치 '집관'
입력 : 2015.04.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집관 : 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다.

모든 일은 직접 보는 것이 TV나 사진을 통해 보는 것보다 생생하다. 축구도 똑같다. 경기장에 가서 '직관'을 하는 것이 집에 앉아 '집관'을 하는 것보다 생생하고 즐겁다. 그런데 어제 직관만큼 재밌는 집관을 볼 수 있었다. 바로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다.

K리그 클래식 개막에 앞서, KBS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을 16회 이상 공중파 채널로 편성한다는 희소식을 내놨다. 지난해 KBS 3회, SBS 1회 등 총 4회에 그친 공중파 중계가 무려 4배로 뛴 것이다. 공중파 생중계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앞서 3월달에 'KBS1'에서 중계된 두 차례의 K리그 경기를 통해 방송사와 언론의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대됐다. 또한 K리그는 2.6%(AGB닐슨, 전국기준)라는 시청률을 기록해 지난 3월 주말 오후 지상파를 통해 중계된 프로야구와 프로배구의 시청률 2.8%에 비해 0.2% 뒤졌다. 공중파에서 프로축구를 본다는 익숨함이 자리잡지 않았음에도 상당히 괄목할만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프로축구도 충분히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매력을 가진 컨텐츠라는 것을 증명한 성과다.

예비 조사는 끝났다. 이제는 실전을 준비해야했다. KBS는 K리그 최고의 경기 '슈퍼매치' 생중계에 온힘을 다했다. KBS입장에서도 단순히 생중계를 한다는데 의미부여를 하기 보단 질적으로 뛰어난 중계를 해야했다. 모두가 인정할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만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할 말이 있기 때문이다.

# 1. 내가 월드컵을 보고 있나 하는 착각



전반전에 터진 FC서울 몰리나의 프리킥 골 장면이다. 공중에서 볼이 날아 가는 궤적을 잡아주니 시청자입장에선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었다. 골 자체가 멋지기도 했지만 뛰어난 카메라 기술로 인해 더욱 프리킥 골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었다.



후반전에 터진 정대세의 골장면이다. 공중에 달린 카메라는 정대세가 왼쪽 측면에서 볼을 받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명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옆에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위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더욱 박진감 넘쳤다.



후반 막판 수원의 다섯 번째 골이자 정대세의 두 번째 골장면이다. 염기훈의 킬패스를 받은 정대세는 가볍게 차 넣어 쐐기골을 기록했다. 이 컷에서도 염기훈의 패스가 분출돼, 정대세에게까지 닿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수비수 사이를 가르는 스루패스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이런 플레이를 잡아줘서 더욱 좋았다.

# 2. 소문난 잔치에 걸맞는 볼거리




무려 6골이나 터진 다득점 경기였지만, 경기 내용 외에도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다. 선수와 감독들의 협력하에 만들어진 재밌는 장면들이다.

수원의 염기훈은 슈퍼매치에서 골을 넣는다면 마에스트로 '지휘'세레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염기훈은 다행히(?)도 팬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후반 3분 정대세의 패스를 받아 골을 기록한 염기훈은 수원 서포터석으로 달려가 팬들의 함성을 지휘했다. 팬들은 염기훈의 지휘에 화답이라도 하듯 열정적으로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하프타임(Half time)은 45분 간 열심히 뛴 선수들이 15분 동안 쉬어가는 시간이다. 15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은 아니지만 집에서 보는 팬들에겐 잠깐 맥이 끊키는 시간이다. KBS는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전반전을 마친 양 팀의 감독들에게 전반전 평가와 후반전 대비책을 물어보며 시청자가 채널을 돌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후반전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시청자를 사로잡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전까지는 친선행사인 K리그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으로 상당히 인상깊었다.

# 3. 경기장에 있는 것 같은 착각



후반 막판 서울의 김진규는 수원의 염기훈에게 깊은 태클을 걸었다. 넓은 화면으로 보던 시청자들은 자초지종을 몰라 의아해 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장면도 KBS는 놓치지 않았다. 여러 각도에서 슬로우모션으로 보여주며 파울 장면의 이해를 도왔다. 본 기자도 "아 저래서 반칙이구나"하고 이해가 됐다. 경기장에서 충돌장면을 보는 것 만큼 생생한 영상이었다.

백미는 서정원 감독의 항의였다. 김진규의 태클에 분노한 서정원 감독은 "바로 퇴장이지 않냐"며 소리쳤다. 서정원 감독의 분노 가득한 쉰소리는 전파를 타고 시청자의 귀까지 전달됐다. 본부석 맨 앞좌석 앉은 팬들이 볼만한 광경을 TV를 통해 볼 수 있어 더욱 생생했다.

◆ 분명한 가능성을 보인 한 판

KBS는 당초 슈퍼매치의 시청률 목표를 3%로 잡았다. 3%가 넘는다는 것은 다른 종목과도 견주어 밀리지 않는 수치이기 때문에 목표로 삼은 것이다. SBS, MBC 등 타 방송사도 3%가 넘으면 K리그 컨텐츠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공중파 중계를 검토한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도전 자체로도 가능성을 보인 중계였다.

결국에 팬을 이끄는 것은 '재미'다.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들은 TV 앞에 앉지 않는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최종 종료 휘슬이 울리기까지 눈을 뗄 수 없는 경기였다. 어제 한 경기로 그동안의 축구 중계에 대한 갈증이 해소될 만큼 많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작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만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 모든 축구팬들이 TV앞에 둘러 앉아 환호하고 즐길 날을 기도해본다. 더불어 모든 메신저에 "야 그거 봤어?"라고 할 날도 기대해본다.

글 = 백현철 객원기자
사진 = 프로축구연맹,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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