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보다 실속 차리기’ 유럽 클럽의 경기장 이름 판매 사례는?
입력 : 2015.04.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구단의 역사와 자존심인 경기장 명칭을 고수하고 지키는 것이 답일까? 아니면 반대로 경기장 명칭권을 기업에게 팔아 실속을 챙기는 게 맞는 것일까?

미국의 야구장들은 이름이 대개 이렇다. AT&T 파크(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펫코 파크(샌디에이고 파드리스), PNC 파크(피츠버그 파이어리츠),트로피카나 필드(템파베이 레이스). 모두 기업의 명칭을 붙여 만든 구장의 이름이다. 경기장 고유의 이름 소유권을 팔아 재정적 이익을 남기는 스포츠 구단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AT&T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과 맺은 '구장 명칭권'의 계약규모는 24년 간 540억 원이다. 구장의 이름을 재주껏 짓도록 해주는 대신 AT&T로부터 매년 22억 5,000만 원을 24년간 받는 것이다.

야구계를 넘어 축구계에도 '구장 명칭권' 바람이 솔솔 불고 있다. 심지어 미국보다 유럽의 축구경기장 명칭권이 훨씬 금액이 크다. 지난 2006/2007시즌부터 운영된 아스널의 새 홈구장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으로 불리우고 있다. 아스널은 UAE 항공사 에미레이트 항공과 15년 간 1억 파운드(약 1,633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단, 이 계약에는 8년 간 유니폼의 스폰서 조항도 들어가 있다.

맨체스터 시티도 UAE 항공사 에티하드 항공과 10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받는 금액이 무려 1억 5,000만 파운드(약 2541억 원)나 된다. 그 밖에도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는 헐 시티(KC 스타디움), 스토크 시티(브리타니아 스타디움), 레스터 시티(킹 파워 스타디움, 태국의 부호 스리바다나프라바가 구단을 아예 통째로 사버렸다)가 구장 명칭권을 기업에 팔아 넘겼다.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더하다. 바이에른 뮌헨의 구장 이름은 알리안츠 아레나다. 알리안츠는 생명보험회사다. 도르트문트의 홈구장 시그널 이두나 파크의 시그널 이두나는 금융회사이며, 보험사업이 주된 독일 기업이다.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 아레나, 슈투트가르트의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코머츠뱅크 아레나, 함부르크의 임텍 아레나 등, 전부 기업에게 이름을 넘기고 실속을 챙긴 사례다.

구단을 꾸려나가는 데는 큰 돈이 필요하다. 실제 프리미어리그는 14년간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고, 2013/2014시즌에만 오랜만에 3,11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만큼 구단은 적자를 기록할 때가 많기 때문에 수월히 팀을 돌리기 위해서는 재정이 넉넉할수록 좋다. 그렇기에 구장 명칭권 판매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고민거리가 된다.

게다가 선수들의 이적료까지 폭등하고 있는 추세다. 요즘 이적시장에서는 웬만한 저렴한 선수를 찾아볼 수가 없다. 보다 나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른 구단들도 유행에 참여하게 될지도 모른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 구단과 오랜 시간 함께해 왔던 팬들은 구장 명칭권을 타 기업에 팔지 않기를 원한다. 경기장의 이름은 곧 자신의 아름다운 추억과 애틋한 향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으로서는 구미가 당길 만한 제의가 들어온다면 고민이 돼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구단이 파는 것은 경기장의 이름뿐만 아니라 구단의 소중한 역사와 자존심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엄준호 객원기자
사진=스포탈코리아

*본 객원기자 기사는 스포탈코리아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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