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수원JS컵, 이 친구도 눈여겨보시죠① '숭실대 이동준'
입력 : 2015.04.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파주] 다들 '백승호', '이승우'를 외칩니다. 맞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5년씩 버틴 대단한 친구들이지요. 그런데 어디 축구가 에이스 한둘 갖고 하는 종목입니까. 팀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 소용 없거늘.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은 해당 연령대에서 날고 긴다는 보석들을 모아놓은 곳입니다. 이 선수들, 하나둘 소개해봅니다.

26일 파주NFC, 고려대와의 연습경기가 끝난 뒤. 안익수 U-18 대표팀 감독에 이어 주장 이동준(18, 숭실대)이 취재진과 마주했다. 팀 컨디션, 상대와 맞붙은 소감, 백승호와 이승우에 대한 평가, 대회에 임하는 목표 등 '주장직'에 어울리는 질문이 오갔다. 사투리 섞인 억양으로 차분하면서도 똑 부러지게 팀을 말하던 이 청년.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풀어놓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맞춰봐야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 같고요. 상대가 저희보다 피지컬에서 앞서고, 공수 전환도 빠르다 보니 많이 배웠습니다. 스페인에서 온 두 선수는 확실히 볼 터치가 잘 돼 있는 듯하고, 잘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목표는 3전 전승 우승인데, 감독님 요구하시는 플레이를 잘 맞춰가고 싶습니다."

'이동준'이란 이름 석 자가 다소 생소할 법도 하다. 가장 최근 섰던 공식 무대라면 지난 1월 러시아에서 열린 '2015 발렌틴 그라나친 기념 국제 청소년 대회'. 당시 노란색 주장 완장을 차고 오른쪽 측면 위아래를 줄기차게 오가던 그 친구다. 짙은 눈썹에서 풍기는 진한 인상에 등번호 17번을 달고 뛰던 바로 그 친구다. 1997년 2월생, 빠른 생일로 숭실대 진학을 앞뒀던 이동준은 대표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명성은 K리그주니어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부산 개성고 시절부터 이어진다. 3학년이던 지난해, 20경기에서 19골 6도움을 올린 이동준은 금호고 나상호(현 단국대, 18경기 22골)에 이어 득점 2위 자리를 꿰찬다. 에이스의 힘을 등에 업은 개성고는 고교 축구 왕중왕전에까지 다다랐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여유가 될 때마다 동년배 김진규(18, 부산)와 함께 프로팀으로 불러 연습 경기에 내보내는 등 각별히 신경을 썼다.



지난 3월 개막한 U리그에 맞춰 좋은 모습을 보여왔으나, 대표팀에 소집된 뒤 허벅지 상태가 안 좋아졌다. 22일 열린 경주한수원(2-2 무)과의 연습 경기는 통으로 쉬었고, 고려대(1-5 패)를 상대로는 1쿼터 35분만을 소화한 채 김정환(신갈고), 김대원(보인고)에게 오른쪽 윙어 자리를 내줬다. 이마저도 허벅지 부위를 테이핑으로 칭칭 감고 나섰는데, 중간 중간 보인 폭발력은 그대로 살아 있었다.

170cm가 갓 넘는 다부진 몸은 균형이 상당히 잘 잡혀 있어 힘쓰는 플레이에 딱 맞다. 보폭이 그리 크지 않음에도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폭발력은 대표팀 내 최상위권 수준. 상대 수비가 상체를 위아래로 숙였다 펴며 앞으로 달려들 것인지, 뒤로 돌아 뛸 것인지를 결정하기도 전에 미리 타이밍을 장악해 돌파하는 것이 특기다. 드리블 도중, 방향을 전환하면서도 주력을 죽이지 않는 건 웬만큼 안정된 몸이 아니라면 쉽게 나오기 어렵다.

본인도 '어떻게 해야 속도를 더 붙여 볼을 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방법을 찾아왔다. 이런 타입의 경우 보통 사이드나 후방으로 나오기보다는, 상대 뒷공간을 파면서 경합하는 것이 훨씬 위협적이다. 고려대전에서는 팀 전체가 아래로 밀리는 장면이 잦았고, 그 탓에 앞쪽에서 패스를 받는 게 쉽지 않았다. 상대 수비를 최소 한 명 이상 제쳐서 들어가야 하는 힘겨운 상황이 반복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팀이 앞선에서 볼을 점유하고, 여기에 공간을 찌르는 패스까지 나온다면 상대 측면을 무참히 찢어놓을 재능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성실함이 배있기에 가능하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의식해 횡으로 뛰다가도 타이밍에 맞춰 급작스레 종으로 침투하는 동작은 볼을 뿌리는 동료를 한결 편하게 해준다. 공격적으로 공간을 창출해내는 부지런함은 수비 시에도 큰 효과를 낸다. 팀이 수비 전형을 만들 때, 아래로 내려가 조직을 꾸리면서 동료와 함께한다. 러시아 대회 때도 '과연 90분을 풀타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될 만큼 많이 뛰며 팀에 헌신했다.



현재 이동준을 지도하는 이경수 숭실대 감독도 만족스러운 눈치였다. "동준이는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커요. 뒤에서 하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갈 때 하는 저돌적인 플레이가 좋고요. '택배 크로스'라고 하지 않습니까. 크로스 자체가 그냥 막 나가는 게 아니라, 타겟을 정해서 이뤄져요. 학교에서도 그런 역할을 많이 해주고요. 상대 발을 보고 드리블을 치다 보니 페널티킥 유도도 잘할 수밖에 없어요."

힘과 스피드를 특화한 선수 중엔 센스나 세밀함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 이동준 역시 움직임의 선이 그리 가는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총 100 중 힘을 6~70으로 잡으면, 정교함은 3~40 정도. 그나마 이 두 부분이 균형을 맞춰 왔기에 대학 레벨까지 성장해왔으나, 미래를 내다보고선 측면 수비로의 보직 변경을 권한 지도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제자의 공격적인 성향을 더 높이 샀다.

"처음에 스카웃할 때도 그런(측면 미드필더에서 측면 수비로 포지션 이동)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사이드 백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더라고요. 저돌적인 것을 갖고 있는데, 왜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싶었어요. 빠르니까 오버래핑 나가는 식으로 활용하라는 말씀이신 거 같은데, 이 친구는 공간이 비었을 때 확실히 위협적이에요."

중앙으로 좁혀서 하는 축구가 유행했다. '티키타카'처럼 짧은 패스를 수시로 주고받는 스타일은 선수 간 간격을 줄였고, 이러한 추세 속에서 과거와 비교해 밋밋한 윙어도 등장했다. 이동준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중앙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측면에서는 폭주할 능력을 갖춘 자원. 몸 상태만 괜찮다면 대표팀의 엔진 역할을 충분히 해낼 터다.

글, 사진, 그래픽=홍의택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