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수의 蹴球正道] '강철' 포항을 녹인 부산의 '명과 암'
입력 : 2015.05.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경기 전 누구나 포항의 승리를 예상했다. 부산은 지난 8라운드 울산과의 경기에서 괜찮은 흐름을 보이며 자신들보다 전력상 우위인 팀과 무승부라는 결과를 얻어냈으나, 리그에서 2무 5패로 7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불안함을 더했다. 또한 FA컵에서 챌린지 소속의 강원에게도 패배하여 탈락하는 등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던 부산이었다. 따라서 이번 경기는 포항의 손쉬운 승리가 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축구공은 둥글고,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가 축구라는 것을 부산이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포항의 두 번의 집중력이 아쉬운 수비실수가 부산의 득점으로 연결됐고, 포항은 자신들의 실수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로 시종일관 포항을 압박하며 결국 2-1 승리를 가져갔다. 1라운드 이후 8경기만의 승리를 거둔 부산은 하위권 탈출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이 있었다. 이번에는 포항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부산의 수비와 공격, 그리고 아쉬운 점을 하나하나 파고들어가 보겠다.

강력한 수비...티아고의 실종



부산은 스틸타카로 알려진 포항 특유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나지 못하도록 경기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을 통해 포항의 선수들을 견제하였다.

이러한 압박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면서 포항의 짧은 패스플레이가 원활이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긴 패스를 통한 부산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방향으로 공격방법을 달리 가져가보는 포항이었지만 부산의 촘촘한 수비망 앞에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다.

또한 부산은 촘촘한 수비망을 펼치며 포항의 공격을 계속해서 측면으로 밀어냈다. 이로 인해 포항의 공격 가운데에서 부산의 수비라인을 깨뜨리며 움직여줘야 할 문창진과 김승대가 힘을 내지 못했고, 결국 이 두 선수도 측면으로 빠져나와 공격을 시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말았다.



이 날 경기에서 부산이 포항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은 부산의 왼쪽 윙백으로 나왔던 유지훈이 포항의 측면 2선 공격수인 티아고를 철저히 전담마크 하며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유지훈이 전담마크를 하다 돌파를 허용할 시에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수비수들이 2중으로 다시 티아고를 포위하며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날 경기 전까지 리그 3경기에서 2골 1도움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던 티아고는 부산의 강력한 수비 앞에 힘을 쓰지 못하고 결국 후반51분, 모리츠와 교체되고 만다.

포항은 부산의 이러한 촘촘한 수비망을 벌리기 위해 빠른 측면전환 패스를 통한 돌파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었으나, 계속된 압박에 빠른 패스타이밍을 가져가지 못하며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측면과 롱볼을 이용한 빠른 역습



부산은 강력한 수비를 통해 공을 뺏으면 측면으로 전환하는 빠른 패스를 이용한 역습을 경기 내내 공격의 방법으로 시도하였다.

이러한 역습 전개 시,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주세종이 측면에 가세하여 역습의 원활한 전개를 도왔다.

또한 전방의 배천석과 한지호를 활용한 공격도 빈번히 시도하였는데, 배천석과 한지호가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포항 수비진과 싸워줬고, 여기서 파생된 공격기회를 역습으로 전개하는 부산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관된 역습전술은 그 효과를 보는 것에 있어 미미하였고, 오히려 포항의 수비진에서 실수가 없었더라면 부산의 공격진이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을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

수비의 불안과 공격의 단조로움은 해결해야



포항을 잡으며 승리를 올린 부산이긴 하지만 분명 고쳐야할 문제점도 있었다.

우선 부산은 공격 시 일정 수의 선수만 공격에 기용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수비에 치중하는, 일명 공격조와 수비조를 나눠서 경기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쪽 윙백으로 출전한 유지노와 유지훈도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이상 공격에 가담하지 않고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경기운영은 수비진과 공격진 사이의 미드필드진의 숫자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초래하였고, 포항이 롱볼로 부산의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을 시도할 시 2선에서 침투하는 플레이어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아 슈팅찬스를 허용하곤 했다.

또한 수비의 집중력도 불안했는데, 포항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시도할 시 순간적으로 자신들의 마크맨을 놓치며 위기를 초래하기도 하였다. 이는 앞선 경기들에서도 부산이 지속적으로 노출하던 문제점이다.

공격에서 언급할 문제점은 역시 일관된 역습과 단순한 측면공격에 이은 크로스로 인해 공격의 다양성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지호가 전방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는 왕성한 활동량을 보이며 부산의 공격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득점까지 올리며 좋은 모습을 보여줬긴 하지만 부산의 이러한 단순한 공격은 지금까지 많은 재미를 보지 못하며 부산이 앞선 8경기에서 6득점밖에 올리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계속되는 수비에서의 불안함과 공격의 단조로움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순위 상승을 위해 치고나가는 힘을 얻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항상 포항전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란 보장이 없다. 하루 빨리 지금의 문제점을 고칠 필요가 있는 윤성효 감독의 부산이라 할 수 있겠다.

*蹴球正道(축구정도)란 축구만을 바라보며 축구를 위한 길을 걸어가겠다는 다짐이 담겨있는 말입니다. 항상 축구만을 생각하며 축구를 위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황경수 객원기자

사진출처=SPOTV중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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