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김학범 감독과 두 베테랑의 '시너지 효과'
입력 : 2015.05.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ACL 16강 1차전이 끝나고 K리그의 자존심을 살린 팀은 성남뿐이었다. 주말에 예정됐던 K리그 12라운드가 연기된 덕분에 이제 성남의 모든 초점은 2차전이 열리는 광저우 헝다 홈구장 텐허 스타디움로 향하고 있다. 어느덧 K리그 시민구단으로서 AFC 토너먼트 무대를 누비는 최초의 얼굴이자 대표로 자리 매김한 성남이다.

성남을 이끄는 세 사람

축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정규시간 90분 안에서 그 흐름은 매순간 바뀐다. 추가시간과 경기중단, 선수교체 등 가변성과 단절성 속에서 선수와 감독이 만들어내는 의도적인 변수들이 승부에 직결되기도 한다. 선수들은 경기내용이 좋을 땐 시간의 연속성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반대로 상대에게 흐름을 뺏겼을 땐 시간과의 단절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시간 지연행위를 하거나 다소 거친 파울을 통해 팀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올 시즌 성남을 이끄는 두 베테랑과 김학범 감독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은 경기장 안과 바깥에서 끊임없이 변수를 만들어내며 상대를 공략한다. 반면 김철호는 상대에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변수를 차단하는 데 주력한다. 많은 스포츠가 그렇듯 축구에서 변수는 치명적이거나 매혹적이다. 광저우 선수의 퇴장과 페널티킥 선언 역시 경기를 뒤흔든 중요한 변수 중 하나였다. 올 시즌 성남의 상승세에는 변수를 조절하는 세 사람이 있다.

축구는 객관식 문제가 아님을 증명한 김두현



“객관적인 전력으로 승패를 가늠할 수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김두현

지난 20일 ACL 16강 1차전, 탄천종합운동장에 모인 성남 팬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2013년 ACL 챔피언이자 과감한 투자로 대형클럽으로 자리매김한 광저우를 상대로 성남 선수들이 틀린 답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했다. 그리고 90분간 그라운드를 밟으며 꾹꾹 심어놓은 김두현의 대답은 ‘희망’이었다.

경기 전 객관적인 전력과 예상을 들먹인 광저우를 향해 비싼 선수들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겠다며 자신감을 표출한 김두현이었다. 그리고 형광색 주장완장이 유독 돋보였던 이 날 경기에서 김두현은 자신의 말을 경기력으로 증명해냈다. 전반 22분에 터진 히카르도의 선제골 어시스트와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PK)을 넣으며 성남을 승리로 견인해 냈다. 효율적인 경기 운영과 감각적인 볼터치는 역시 김두현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AGAIN 2006, 그리고 김철호



2006년은 성남이 K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해다. 그로부터 무려 8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올 시즌을 앞두고 김두현이 돌아오면서 2006 당시 우승의 주역들이 다시 뭉쳤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 그리고 김철호의 시너지는 점차 위력을 더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과 김두현이 잠시 성남을 떠났던 시기에도 팀을 묵묵히 지켜왔던 건 ‘원클럽 레전드’로 불리는 김철호였다. 프로 3년차이던 2006년, 성남의 허리를 지키며 우승을 이끈 김철호는 어느덧 팀 내 최고참급 선수가 됐다. 경기당 10KM가 넘는 활동량을 자랑하는 김철호는 올 시즌도 포백을 보호하며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중원에서 안정적인 배급을 통해 공수를 연결하고 있다. 성남의 장점인 끈끈함 역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김철호의 헌신으로 완성을 더하는 모습이다.

광저우와의 경기에서도 성남 허리엔 김철호가 있었다. 선제골의 시발점이 된 패스는 물론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는 상대 공격진들을 협력수비를 통해 막아내며 과감한 태클과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순간 헐거워진 압박으로 인해 중거리슛에 이은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슈팅공간을 최소화시키며 성남 수비수들을 효율적으로 보호했다. 무실점이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다음 원정경기에서 김철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김학범 감독의 존재감



“주어진 어떤 환경에서도 베스트 팀을 만드는 것이 감독님이다” -김두현

1차전 승리로 인해 유리한 고지에 오른 성남이지만 광저우와의 2차전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정경기임에도 불구하고 5400여명이 집결했던 광저우 팬들의 응원은 홈에서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퇴장판정에 대한 불만과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 선언에 이은 역전골이 터지자 물병과 오물을 투척하는 등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던 광저우 팬들이다.

지난 2013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원정을 떠났던 FC 서울 선수단도 훈련장 안팎에서 레이저 공격을 당하는 등 경기 외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었다. 구단차원에서 철저한 대비를 통해 성남 선수들이 시합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과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성남선수단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바로 김학범 감독 때문이다. “감독님은 상대팀을 분석하는 데 국내 최고이시다” 라는 김두현의 말처럼 올 시즌 성남의 상승세는 김학범 감독의 로테이션과 교체카드 활용법에 그 원동력이 있다. 성남 선수들과 김학범 감독의 끈끈한 믿음이 팀 전체의 경기력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성남이 뿌려놓은 시민구단이라는 가능성이 K리그의 역사, 그리고 한국축구의 발전으로 이어질 지 기대가 모아진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조경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성남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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