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어두워진 대전의 그림자, 반전의 기회는?
입력 : 2015.05.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21일 최하위 팀인 대전의 조진호 감독이 사퇴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승 2무 8패. 개막 이후 이어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대전 측은 조 감독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는 한편, 빠른 시간 안에 감독을 선임하고 혼란을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승격의 기쁨은 값진 것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대전의 부진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2013년 시즌 K리그 챌린지로 강등당하며 위기를 맞았던 대전은 조진호 감독의 탁월한 리더십과 챌린지 득점왕 아드리아노를 앞세운 조직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 곧바로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선수선발위원회를 발족시키고 구단의 운영 정상화에 공헌했다고 평가받았던 김세환 사장이 2015시즌을 앞두고 사퇴했다. 지자체장의 교체에 따른 구단 내부의 ‘정치적 파워 게임’이 또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거기에다 대전은 혼란스러운 상황과 주요 선수의 이탈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안영규와 정석민 등 주요 선수가 팀을 떠났다. 승격의 단꿈에서 깨자마자 팀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조진호 감독은 고생 끝에 아드리아노를 붙잡으며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지만, 계약 합의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소비하느라 겨우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아드리아노는 완전치 못한 컨디션으로 K리그 클래식에서의 첫 시즌을 맞아야 했다. 완성되지 못한 조직력으로 K리그 클래식의 높은 벽을 넘기엔 역부족인 대전이었다. 결국 개막 4연패를 비롯,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했다.

운영진 간의 갈등은 대전을 더 힘들게 했다.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의 직제 개편안에 반대한 기존 사무국 직원들이 노조를 설립하며 내분을 겪는 모습을 보였다. 사무국장 제도를 부활시키면서 선수선발위원회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개편이라는 주장과 직제 개편에 따른 인건비의 추가 발생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대립하며 잡음을 냈다. 고통은 대전을 응원하는 팬들이 모두 짊어져야 했다. 부진한 경기력과 더불어 계속되는 프런트의 분열은 팬들의 맥을 풀리게 만들었다. 조 감독의 사의를 받아들인 후, 대전 측은 여름을 기점으로 사무국장 제도의 부활과 지원팀·홍보팀의 개편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시민구단으로서 유지하기 부담스러운 숫자의 선수단이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 이 부분에도 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장의 승격보다 대전의 100년을’. 2014년 시즌,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걸렸던 이 문구는 K리그 챌린지 무대를 누빈 대전의 선수들과 구단 운영진에게 보내는 팬들의 염원이었다. ‘축구특별시’대전은 강등의 수모를 겪은 2013 시즌에서, 그 이전 시즌들의 부진 속에서 ‘비전’의 필요성을 통감했다. 그리고 값진 교훈을 얻은 대전은 모두의 예상보다 빠르게 혼란을 수습했고, 좋은 축구를 펼쳤고, 곧바로 승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채 1년이 지나지 못한 시점에서 대전은 그 전까지 그들을 괴롭혔던 악몽에 다시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승격을 이끌었던 감독은 이제 떠났고, 팀은 여전히 최하위의 부진을 겪고 있다. 최악의 상황 속, 대전은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감독 교체와 구단 개편의 카드가 대전에게 반전을 선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이희찬
사진=대전 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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