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강희 감독 ''한교원 폭행 퇴장? 다 내탓이오''
입력 : 2015.05.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다 감독 탓이지요.”

스승의 한탄 속에는 제자를 세심히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이 가득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이 ‘주먹질 퇴장’ 파문을 일으킨 한교원(25)에 대해 “다 감독의 잘못”이라고 입을 열었다. 최강희 감독은 25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2차전을 하루 앞둔 베이징에서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선수들에게 (몸싸움과 상대의 도발)그런 부분을 강조하고 교육해왔다”면서 “1위인 우리팀에게 적극적으로 대드는데 그럴때 상대가 때리면 아예 맞으라고 강조해왔는데…”라며 씁쓸해했다. 한교원은 지난 23일 K리그 클래식 인천전에서 전반 5분 만에 상대 수비수 박대한과 몸싸움을 벌이다 주먹으로 때려 곧바로 퇴장당했다.

최 감독은 “사실 경기 당시에는 그 상황을 보지도 못했다”면서 “경기 후에 영상을 보니 보복 폭행인데 그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교원이 곧바로 뉘우치고 눈물을 흘리며 박대한에게 사과를 전했지만 애초에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최 감독은 한교원에게 구단 자체 최고 징계 벌금(2000만원)을 매기고 사회봉사활동(80시간)까지 지시하고 ACL 16강 2차전 베이징 원정 경기 엔트리에도 제외했다.

최 감독은 자신이 조금 더 한교원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이 못내 걸리는 듯했다. 최 감독은 “한교원이 올시즌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일일이 대화를 나누며 다독여주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전북 이적 첫해에 11골·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한교원은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로도 뽑히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무섭게 질주하던 그는 올시즌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같은 포지션에 막강한 외국인선수 에닝요가 영입되면서 주전 경쟁을 펼치며 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가 커진 것이었다. 그는 올시즌 11경기에 나섰으나 1골밖에 넣지 못하고 있다. 최 감독은 “그동안 우리팀 고참들과는 눈빛으로도 통하고 대화가 없어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어린) 교원이에겐 좀더 다독여줬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그날 경기를 앞두고 한교원이 몸을 풀때부터 뭔가를 보여주려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부진을 떨치고 친정팀 인천을 상대로 더 좋은 활약을 해야겠다는 의욕이 앞선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흥분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은 분명히 한교원의 잘못이었다.

최 감독은 “공인이고 프로 선수가 그래서 어려운 것”이라며 “이번 일로 많은 걸 잃었고 아프겠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한교원은 프로축구연맹의 징계가 나오면 당분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 감독은 한교원이 자숙의 시간을 보내며 한단계 더 성숙한 선수로 다시 태어나길 진심으로 바랐다.

베이징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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