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와이드] 뉴캐슬의 ‘무너진 성벽’은 재건될까
입력 : 2015.05.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다사다난했던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014/2015시즌이 종료됐다. 강등이라는 최악의 결과는 가까스로 면했지만 시즌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곪아왔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졌다. 1월 시작과 동시에 앨런 파듀 감독이 크리스탈 팰리스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크리스탈 팰리스의 선전과 뉴캐슬의 부진이 겹치면서 파듀를 보낸 뉴캐슬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파듀가 뉴캐슬에서 보낸 수년간의 모습을 볼 때, 감독의 교체 자체는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5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10-11시즌을 바탕으로 연장 계약까지 체결한 파듀였지만, 그 외의 시즌들에선 지도력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술적인 유연성과 상황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늘 그를 따라다녔다. 거기에 지역 라이벌인 선더랜드와의 ‘타인 위어 더비’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는 점 역시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뉴캐슬 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팬들은 줄곧 파듀의 용병술과 전술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파듀가 팬들로부터 받는 압박감에 지쳐 크리스탈 팰리스로 둥지를 옮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관건은 파듀의 후임 감독이 누가 될 것인가에 있었다. 마이크 에쉴리 구단주는 시즌 중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한편, 보다 확실한 감독 매물이 나오는 시즌 종료 이후를 기약하며 수석 코치였던 존 카버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실망스럽게도 이는 최악의 결과로 나타났다. 뉴캐슬에서 오랜 코치 생활로 잔뼈가 굵었지만 감독 경험은 처음이었던 카버는 팬들이 바라는 어떤 모습도 보여주지 못했다. 20라운드 이후 리그에서 단 3승을 기록하는 동안 4번의 무승부와 무려 12번의 패배를 당했다.

특히 28라운드부터는 8연패를 기록하며 08-09시즌 당했던 강등의 공포를 또 다시 맞닥뜨려야 했다. 뉴캐슬은 ‘뭘 해도 안 되는 팀’이 아니라 ‘아무 것도 못하는 팀’으로 전락했다. 카버는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 37라운드 QPR전 패배 이후 클럽의 운명이 달린 상황에서 그는 자선 골프 대회에 참석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팬들은 구단의 선수 보강이 지지부진한 것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점을 들어 구단주인 마이크 에쉴리의 퇴진을 주장하며 경기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 존 카버 감독대행은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고, 선수들은 팬들과의 충돌에 대비해 자신의 가족들에게 홈경기에 오지 말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팀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구단주 부임 초기, 에쉴리는 팀의 롤 모델로 아스날을 지목한 바 있었다. 이전까지 무리하고 비상식적인 투자 규모로 휘청거리던 구단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유망주 위주의 영입 및 육성 정책을 펴 나갈 것을 천명했다. 특히 스카우터 그래엄 카를 팀장으로 해 프랑스 리그에서 뛰던 선수들을 집중 영입하기도 했다. 이는 제한된 예산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도박’에 가까운 행보였다. 만족스런 결과는 많지 않았다. 카바예나 드뷔시 같이 성공적으로 적응한 선수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을 옮겼다. 적응에 실패하고 방황하는 선수들은 더 많았다. 올 시즌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모나코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던 공격수 리비에르는 시즌 내내 리그 한골에 그치며 톱 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프랑스 커넥션’의 위력은 발휘되지 못했다.

이에 느낀 바가 있었던 걸까? 에쉴리는 최종전 이후 구단 자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재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이제야 쇼핑 카트를 끌게 되었다고 치면, 지금부턴 물건을 채울 차례’라고 강조하며 ‘이제부터 클럽의 명운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이적시장에서 뉴캐슬은 유망주보다는 검증된 선수의 영입을 위주로 팀을 개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팀 내 잉글랜드 선수의 비중을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새 감독 선임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데이비드 모예스, 스티브 멕클라렌, 파코 하메즈, 레미 가르드 등 많은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이다. 재건을 천명한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굳건한 성벽을 다시 쌓아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이희찬
사진=뉴캐슬 홈페이지, 텔레그래프, 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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