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X 에스이앰] <풋볼탤런트> 인천대 이정빈, 천재소년 향수는 없다
입력 : 2015.05.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X에스이앰 제휴=인천] 한재현= 어린 시절부터 천재 또는 신동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 중 초등학교 시절 16경기 47골이라는 경이적인 골은 물론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며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소년 이정빈(20, 인천대). 현재 체격은 커지고, 화려한 드리블 대신 패스 플레이와 경기를 조율하는 등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럼에도 천재소년 티를 벗고 좋은 선수로 거듭나려는 이정빈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1학년 때 보다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아요”
지난 22일 오후 3시 2015 까페베네 U리그 3권역 7라운드 인천대와 명지대 경기가 열린 인천대운동장. 이전까지 6연승을 달리던 인천대는 명지대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면서 상승세를 이어갔다.

후반 20분 교체 투입된 이정빈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정확한 전진 패스를 통해 공격 리딩 역할에 중점을 뒀다. 큰 장점 중 하나인 드리블은 자제했다. 몸 상태가 1주일 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U-23 대표팀 평가전 참가로 인한 피로와 가벼운 허벅지 부상으로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요일 경기에서 허벅지 타박상을 입어 힘들었어요. 김시석 감독님께서 플레이를 쉽게 하라고 말씀하셨기에 무리하지 않았어요. 드리블이 장점이지만, 볼을 오래 끌다 보면 부상을 쉽게 당할 수 있어 상황 판단을 빨리 하려 노력했어요”

이정빈은 1학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찼고, 같은 해 8월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5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올해 U리그에서도 5경기 2골로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 때는 형들과 친구들이 도와줬기에 득점왕이 가능했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준비를 열심하니 그만큼 결과가 온 것 같습니다. 지금은 1학년 때 보다 심리적으로 편안해졌고, 자신감이 많이 붙었어요”

“누가 내 동영상을 올렸는지 궁금했어요”
이정빈은 초등학교 시절 백승호, 이승우(이상 FC바르셀로나) 못지 않은 천재 소년으로 주목 받았다. 거침없는 득점행진은 물론 상대 수비수들을 쉽게 제쳐버리는 화려한 드리블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제가 천재라 불릴 정도는 아니라 생각해요. 솔직히 지금 와서 말하는 건데 동영상 올린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어요.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유명해지는 느낌이 싫었어요. 많이 부담스러웠죠”

☞ 이정빈 유소년 시절 드리블 장면


“잉글랜드로 못 간 건 아쉽지만”
대건고(인천 유나이티드 U-18) 갓 진학할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왓포드로부터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정빈의 선택은 국내 잔류였다. 2~3년 후배인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의 선택과 비교했을 때 다소 아쉬움이 있을 법 했다.

“지금 생각하면 못 나갔던 것은 조금 아쉽죠. 하지만 그 당시 해외로 갔으면 마음 고생을 더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인천대에서 뛰는 것이 고맙고, 아직도 젊기에 기회가 많다고 생각해요. 준비를 잘 한다면 높은 곳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시석 감독님께 많이 감사 드려요”
이정빈은 대건고 졸업을 앞두고 인천 유나이티드 1군 입성이 유력했다. 우선 지명을 받았지만 프로 등록이 무산됐고, 대학 진학마저 불투명했다. 이정빈의 축구 인생에 가장 큰 위기였다

“축구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어요. 저뿐 만 아니라 부모님께서도 많이 힘드셨고요. 한 번은 부모님과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이 정도 밖에 못했나’라고 하소연 할 정도였죠”

현재 인천대를 이끌고 있는 김시석 감독은 갈 곳 없어진 이정빈의 손을 잡았다. 인천 유나이티드 유소년 총 감독시절부터 이정빈을 오랫동안 지켜봐 왔기에 그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정빈이 1학년부터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것도 김시석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 덕분이죠. 덕분에 운동장에서 편하게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라는 벽을 두들겨 보고 싶어요”
이정빈은 인천대 소속이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우선 지명 받은 신분이다. K리그로 간다면 인천 유니폼을 입고 뛸 가능성이 높다. 최근 졸업 전에 프로로 올라서는 선수들이 많다. 현재 2학년인 이정빈도 인천 구단의 선택에 따라 다음해 프로로 갈 가능성은 존재한다.

“하루빨리 K리그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프로라는 벽을 두들겨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지금 인천대 소속이지만 마음은 항상 저를 키워준 인천 유나이티드에 있어요.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애정이 많고, 경기를 볼 때 같은 포지션에 있는 선배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 보고 있어요. 특히 작년 U-19 대표팀 코치하셨던 김도훈 감독님의 스타일도 보고 있고요”

K리그는 대학과 다르게 강하고 거친 몸싸움과 태클, 빠른 템포로 전개되는 경기 운영에 적응해야 한다. 아직 체격이 작고, 수비력이 미흡한 이정빈으로서 더 발전해야 할 점이다. 김시석 감독이 이정빈에게 내린 가장 큰 숙제다. 실제로 이날 명지대전에서도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U-19 대표팀에서 뛸 때도 수비력이 문제였어요. 수비까지 되어야 성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경기 뛰면서 신경을 쓰고 있어요”



이정빈은 당장 프로를 향해 크게 들뜨지 않았다. 당장 이루고 싶은 목표들이 많기 때문이다.

“U리그에서 전승으로 리그 우승한 팀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올해는 꼭 이루고 싶어요. 팀 분위기도 좋고, 어느 팀과 만나도 자신 있어요. 그리고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추계대회 우승도 다시 도전해야죠”

글=한재현
사진=한재현, 이상민(UTD 기자단)
그래픽=박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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