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성남이 강팀인 것은 전북을 이겨서가 아니다
입력 : 2015.06.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손을 떼지 않고 그린 물고기는 눈이 없다. 보통 8자를 눕혀놓는 식으로 물고기를 그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물고기를 그릴 때 몸을 그리고 나서야 눈을 그려 넣는다. 마치 방점을 찍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눈이 없더라도 물고기는 언제나 물보다 단단하다.

리그와 FA컵 그리고 얼마 전 아쉽게 탈락한 ACL까지 한계를 극복하며 쉬지 않고 달려온 성남FC를 빗댄 표현이다. 굵직한 규모의 클럽들에 비해 두텁지 않은 선수층과 다소 열악한 지원은 시민구단인 성남을 둘러싼 태생적 환경이자 일종의 결손이다. “우리는 한 경기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김학범 감독과 “우리는 멀리 보지 않는다. 당장 다음 경기만을 생각한다”는 팀 전체의 공통된 말들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K리그 클래식 전북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성남의 승리를 장담하는 사람들은 적었다. 하루 짧은 휴식기간과 원정 16강 경기 패배의 아쉬움 그리고 객관적인 전력 등을 고려했을 때 아무래도 전북의 우세가 점쳐졌다. 그렇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예상은 예상일뿐이었다. 경기를 주도한 건 홈팀인 성남이었다.

전북은 후반 4분 터진 유창현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2골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4월 마지막 일정이었던 전남과의 원정경기에 이어 리그 두 번째 패배다. 5월동안 기세 좋던 전북(6승 1무)이지만 마지막 15분(추가시간 5분)을 버티지 못하며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ACL 8강 진출에 성공하며 강팀의 면목을 과시하던 전북을 잠재운 건 ‘성남의 아들’로 불리는 황의조였다. 경기 내내 전북의 수비진을 곤혹스럽게 만들더니 결국 5분 사이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전북 입장에서는 황의조와 김두현을 묶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황의조의 장단점을 알려주고 준비를 했다” 말은 그래서 더 뼈아파 보인다.

최강희 감독의 고민이 느껴지는 건 선수교체에도 있었다. 황의조는 선발 출전한 센터백 김형일과 조성환과의 대결에서 좀처럼 밀리지 않으며 수차례 반칙을 얻어냈다. 전북 수비진은 빈 공간으로 침투해 들어가는 황의조를 번번이 놓치며 위기를 초래했다. 수비에 균열이 가는 장면이 잦아지자 최강희 감독은 후반 30분 이주용을 투입하고 김기희를 중앙수비수로 이동시켰다. 배후침투를 보다 효율적으로 차단하고 수비를 안정화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교체투입 5분 만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리고 5분 뒤에는 역전골까지 내주며 끝내 경기를 내줬다. 전북의 이재성이 좌우를 오가며 분전했지만 팀의 패배를 막을 순 없었다.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탄천이다. 성남 팬들은 이 날 경기처럼 ‘황의조주의보’가 더 강력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미흡했던 장면들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후반 막판 극적인 골을 연달아 넣으며 팀을 구해낸 황의조이지만 사실 이전 장면들에서 숱한 찬스를 놓쳤다. 수비진도 위험지역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등 몇 차례 패스미스로 위기를 자초한 장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황의조를 끝까지 믿고 기용한 김학범 감독과 끝까지 집중한 성남 선수들은 결국 승리를 쟁취했다. 타당한 결과였다.

주어진 환경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성남의 모습은 마치 눈이 없는 물고기처럼 짠한 감정을 불러온다. 동시에 놀랍다. ACL에서 탈락하며 정점을 찍지 못하고 내려온 성남이지만 그 누구도 올 시즌 성남의 행보를 실패라고 쉽게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리그 선두인 전북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성남이 강한 것이 아니다. 리그 순위와 상관없이 성남은 강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글=<내 인생의 킥오프> 조경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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