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인사이드] ‘광폭행보’ 정몽준의 두 가지 예상 시나리오
입력 : 2015.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성진 기자=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사임과 동시에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의 광폭행보가 시작했다.

정 명예부회장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블라터 회장의 사임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는 지난 17년간 국제축구계를 좌지우지한 블라터 회장의 실정을 비판하고 개혁을 강조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가 회장 출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가능성은 내비쳤다. 국제축구계 인사들을 만나 대화하고 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출마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만나 블라터 회장 사임 및 FIFA 개혁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정 명예부회장이 바로 출마 선언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국제축구계에서 한 발 물러났다. 4년 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국제축구계의 판도는 바뀌었고 그의 인적 네트워크도 많이 약해진 상태다.

주변 여건 등을 볼 때 정 명예부회장은 출마가 아닌 다른 것을 그릴 수도 있다.

그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면서 언급한 두 가지 발언에서 그의 행보를 유추해볼 수 있다. “축구계 인사들을 만나겠다”는 말과 “구경꾼이 돼서 안 갔다”는 말이다.

▲ 1 : FIFA 회장 선거 출마
정 명예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 출마 가능성에 신중을 기했다. FIFA 회장 선거는 206개 회원국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이중 2/3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140득표는 해야 당선할 수 있다.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최소 140개 회원국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 명예부회장은 4년 간의 공백으로 이러한 득표를 당장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그는 국제축구계 인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경청하면서 판세를 분석하려는 것이다. 독일 베를린에서 미셀 플라니티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국제축구계의 유력 인사들과의 만남 그리고 지지를 얻게 된다면 그는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시간 내에 지지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는다.

▲ 2 : 특정 후보 지지 및 정몽규 회장 지원
현재 정 명예부회장의 상황을 볼 때 이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내 개혁 세력을 대표했다. 그의 이러한 이미지는 FIFA 개혁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많은 인사들이 그와 손을 잡기 원할 것이다. 정 명예부회장의 지지는 분명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대가 없는 지지는 없다. 국제무대에서 기브 앤 테이크는 상식이자 룰이다. 정 명예부회장은 FIFA 회장 선거에 나서려는 어떤 후보에 대한 지지를 하고 그의 선거를 도울 수 있다. 대신 새롭게 국제축구계에 등장하고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지원을 부탁할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FIFA 집행위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나 AFC 집행위원에 선출돼 4년간 활동하게 됐다. 정몽규 회장은 AFC 총회에서 부당한 선거 방식에 홀로 항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FIFA 못지 않게 개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AFC에서 새로운 개혁 세력으로 자신을 알렸다.

하지만 홀로 싸우기에는 힘이 부족하다. 결국 든든한 지원군이 있어야 한다. 국제축구계 유력 인사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향후 FIFA 집행위원 도전에도 유리해진다.

정 명예부회장은 블라터 회장의 ‘짜고 치는’ 총회의 들러리가 되기 싫어했다. “내가 가면 블라터 회장이 하는 것의 구경꾼이 될 뿐”이라고 한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구경꾼이 아닌 또 하나의 힘을 가진 행정가로 활동할 수 있다. 정 명예부회장은 이러한 행보도 염두에 둘 수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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