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결산] 아시아의 대몰락,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 2015.06.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U-20 월드컵의 조별리그가 6월 7일 경기를 끝으로 36경기의 대장정을 마무리 지었다. 아시아를 대표해서 나온 카타르, 북한, 미얀마, 우즈베키스탄은 아직은 세계 축구와의 간격을 보여준 모습 만을 남긴 채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하고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부진을 그대로 청소년 연령에서도 답습한 느낌이다.

A조 미얀마 : 첫 국제대회 출전, 우선 동남아시아에서 내공을 쌓아라

2014년 AFC U-19 챔피언쉽에서 태국, UAE 등을 꺾고 처음으로 FIFA 국제대회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 본 미얀마였다.(1972년 뮌헨 올림픽에 출전한 경험은 있지만, IOC 공인대회였기에 기록을 인정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1960~70년대 아시아 청소년 축구대회의 강호였던 추억을 미얀마 국민들에게 보여주리라 믿었고, 우 자오자오 축구협회장의 막대한 지원 아래 유럽 전지훈련의 성과 및 유소년 육성 정책이 어느 정도 성장했는가라는 모습을 세계무대에 보여줄 기회였다. 마침 조 대진도 개최국 뉴질랜드, 우크라이나, 미국이라는 만만하지도 않지만 승점을 쌓기에도 좋은 조였다. 하지만 1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그 예상이 빗나갔다. 전반전 9분 얀 나잉 우의 골로 국제대회 첫 득점에 성공했지만, 바로 동점골을 내주더니, 후반 56분 역전골을 내주며 첫 신고식을 했다. 독일 출신의 게르트 자이츠 감독이 교체 카드를 활용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이것이 비극의 서막이었다.

2차전 우크라이나전에서 교체 카드를 활용하지 않은 실책의 폐해가 드러났다. 전반전을 수비적으로 운영하며 0:0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후반전부터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후반 6분부터 야렘추크에게 골을 내주더니, 코발렌코에게 2골 2어시스트로 유린당하며 6:0으로 패배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뉴질랜드전에서도 전반전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에 연거푸 5골을 내주며 패퇴했다.

미얀마는 아직 동남아시아에서도 약체이며, U-19 챔피언쉽의 극적인 이변도 홈 어드벤티지의 이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아직은 아시아 무대에서 경험을 키울 필요가 있으며, 주로 후반전에 실점한 패턴 및 상대 장신 선수를 활용한 세트피스와 롱볼에 취약한 것을 경험삼아 체력 및 체격적인 열세를 극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B조 카타르 : AFC 챔피언의 부끄러운 퇴장, 투자에 비해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미숙

카타르는 청소년 연령에서 아시아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팀이었다. 1981년 U-20 월드컵 준우승, 1991년 U-17 월드컵 4위가 그들의 영광을 증명한다. 이후 청소년 연령대에서 번번히 좌절하다 2014 U-19 챔피언쉽에서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U-20 월드컵 시드를 차지했지만, 그들이 속한 조는 악몽에 가까웠다. 지난 대회에도 진출했던 콜롬비아와 포르투갈 그리고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세네갈에게 모두 패하며, 1득점 7실점을 기록했다.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골도 페널티킥으로 얻은 골이라 씁쓸함이 컸다.

스페인 출신의 코칭 스태프를 지원받아 야심차게 2022 월드컵을 대비한 육성정책을 세웠지만, 귀화 선수들로 구성된 성인팀과 달리 아직은 팀이 완성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2차전 포르투갈전 대패에서 보여준 실점 장면들을 보면, 주로 측면 수비가 붕괴되며 상대의 돌파에 쉽게 노출되는 약점을 보여주었고 콜롬비아와 세네갈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카타르는 청소년 연령대에서 팀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인 연령 대표팀에서 타 대륙 국가와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E조 북한 : 창의적인 축구에 대한 고민

북한의 경우, 청소년 연령대의 국제대회 연속 진출에 비해 성과가 안 나오는 것이 아쉽다. 아시아 내에서는 사실상 맞설 상대가 보이지 않는 반면 국제무대만 가면 울렁증을 보여주며 폐쇄적인 환경의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경기였던 헝가리전에서 전반전에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후반 체력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5 패배를 기록했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개인기에 농락당하며 4:0 패. 브라질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전반전은 1차전과 비슷하게 흘렀지만, 후반전에 대량 실점을 기록하며 3패를 기록했다. 상대방에게 맞설 패기는 갖추었지만, 상대방의 공격시 수세로 몰리면 무너지는 모습, 4-4-2 포메이션에서의 측면 오버래핑의 부재, 미드필드진에서의 투박한 플레이는 아직까지 국제무대에서 창의적인 플레이보다 기계적 플레이에 익숙한 연령대 선수들의 한계가 느껴진다. 이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면 성인 무대에서 발걸음은 퇴보에 그칠 것이다.

F조 우즈베키스탄 : 극적인 진출, 찜찜했던 경기 내용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U-20 월드컵 8강팀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AFC의 체면을 살릴 수도 있었다. 그걸 결국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이뤄냈긴 했지만,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나 싶다. 성인 대표팀 감독 출신이었던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의 지휘 하에 나섰던 이번 대회에서 1차전에서 온두라스와 골 릴레이를 보여주며 4:3 역전패를 기록하고, 독일과의 경기에선 반코트 경기 끝에 3:0 완패를 당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온두라스에 논란 끝에 승리를 거둔 피지와의 경기에서 후반전 연속골로 3:0 승리를 거두었지만, 골득실차 -1로 와일드카드로 올라왔던 팀 중 세네갈, 헝가리보다 성적이 나빴다.

지난 대회에서도 조 3위 와일드카드로 토너먼트에 진출해, 8강 진출까지 간 우즈베키스탄이다. 조별리그에서의 시원한 공격력과 달리, 수비 조직력을 정비하지 않으면 이들의 행보는 16강에서 끝날 수도 있다.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대회에서의 아시아팀들의 부진은 올해 U-20 대회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에게 큰 숙제로 남겨놓게 되었다. 안익수 감독이 수원컵에서 보여준 선수 기용 문제,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한 흐름들을 제대로 파악하여 새로운 얼굴 발굴, 타 대륙과의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는 면역성을 강화하는 것만이 2007년 U-17 월드컵에서의 망신을 다시 보여주지 않는 길이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이종범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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