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철의 발로 쓴 기사] K리그 첫 관람, 직관하니 '직관(直觀)'이 생기네
입력 : 2015.07.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27일 토요일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렸다. 양 팀의 상승세를 보기 위해 무려 3만 9328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결과적으로 0-0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슈퍼매치를 보기 위해 설레임을 가득 안고 첫 K리그 나들이를 한 사람들이 있다. 엄청난 인파 속에서 목소리를 보탠 두 남자를 만나보았다.



[왼쪽 두 번째, 영주에서 온 김태성씨(21) / 오른쪽 두 번째, 양주에서 온 임지훈씨(20)]

▶ 슈퍼매치 보기 위해 경북 영주에서 온 김태성씨

“안녕하세요. 영주에서 온 대학생 김태성(21)입니다. 곧 군대를 가는데 가기 전에 꼭 한번 축구 직관을 하고 싶었어요. 방학해서 집에 내려가 있었는데 축구를 보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 왔어요.”

- 정말 멀리서 오셨네요. 얼마나 걸렸나요?

“영주에서 아침에 11시에 출발했어요. 버스 타고 3시간, 강변에서 지하철 약 1시간 걸렸네요. 오늘 슈퍼매치라고 해서 1시간 더 일찍 왔어요.”

- 비용 쓰신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버스비 1만5천원에 지하철 비용까지 하면 편도만 약 2만원 정도 쓴 것 같네요. 영주로 내려가는 비용까지 하면 교통비만 3만원이 훌쩍 넘네요. 티켓 비용과 식사비까지 하면 거의 7만원 정도 쓸 것 같네요.”

- 아 정말 많은 금액이네요. FC서울을 먹여 살리는 것 같은데?

“아.. 원래 수원 염기훈 선수를 좋아해서 염기훈 선수로 보러 온 겁니다. 어쩌다보니 서울을 위해 많은 돈을 쓰게 됐네요.(웃음)”

-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축구를 봤다고 들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까 사람들 함성 소리가 커서 놀랐습니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첫 직관이 슈퍼매치잖아요. 느낌이 어땠는지?

“슈퍼매치이다 보니 양 팀 팬들이 야유하고 환호하는 응원전이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어느 팀의 지지자도 아니지만 나중에 한 팀의 서포터가 돼서 열심히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 TV로 보는 것와 직접 보는 것은 다를텐데?

“TV로 볼 때는 경기장이 넓어 보이고, 보통 사회인들이 축구할 때 보다 더 큰 경기장에서 하는 줄 알았는데 훨씬 좁아 보였어요. 그 안에서도 치열하게 볼 다툼하는 게 신기했어요. 그리고 확실히 직관을 하니까 움직임도 잘 보이고, 경기보는 직관(直觀)이 생기는 것 같아요.”

- 오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누구였나요?

“수원삼성의 후반에 교체 투입된 22번 선수(권창훈)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94년생이라는데 패기 있고 잘 뛰어서 좋았어요.”

- 아쉽게 멀리서부터 왔는데 점수가 0-0입니다.

“아...제가 7만원이라는 돈을 쓰면서 왔는데, 한 골 정도는 터질 줄 알았는데 안 나와서 너무 아쉽습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직관을 한 것에 만족합니다.”

▶ 태성이형을 따라 양주에서 온 임지훈씨

“안녕하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축구 보러 온 대학생 임지훈(20)입니다. 기존에 K리그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최근 몇 번 TV로 보고 재밌다는 걸 느끼고 한 번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학교 선배 태성이형이 보러 간다고 해서 같이 따라 왔어요.”

- TV로만 보다가 직접 와서 보니까 어땠는가?

“TV보다 현실감 있고 역동적이었어요. TV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밌었습니다”

- 첫 관람 경기가 K리그에 가장 특별한 슈퍼매치였는데 어땠는가?

“수원에서 한두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는데, 그런 슈팅을 직접 보니까 가슴이 짜릿하고 시원했어요.”

- 오늘 경기에서 양 팀 통들어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오늘 경기 오기 전부터 FC서울의 오스마르 선수를 기대하고 왔어요. 중앙에서 피지컬과 긴 기럭지로 수비를 책임지는 모습이 기대됐어요. 오늘 경기에서도 미드필더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고 역시 스페인 출신은 무언가 다르구나 생각했습니다.”

- 아쉽게도 첫 직관인데 골이 안 터졌는데, 아쉬운 것은 없는지?

“FC서울 선수들이 패스가 잘 안 맞는 것 같았어요. 경기를 보면서 이쪽에 패스하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장면이 있었어요. 그 부분이 좀 맞아 들어갔으면 골이 터질 수 있었을 텐데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 경기장을 처음 찾았는데 다음에도 올 생각이 있는지?

“물론입니다. 오늘 비록 골은 안 터졌지만 너무 재미있었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아서 좋은 경험을 생각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왔지만 다음에는 동네 친구들도 데리고 와보고 싶어요. 평소 주변 친구들이 K리그에 무관심한데 함께 와서 즐기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축구장을 찾은 두 남자는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비록 골이 터지지 않아서 아쉬워했지만 열기 가득한 경기장 분위기에 감동 받았다고 한다. 두 남자는 평소에 축구에 관심은 있었지만 시간과 기회가 없어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아주 좋은 기회로 ‘직관’을 하게 됐고 단번에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처럼 새로운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선 기회가 중요하다. 다음 주말에 친구·가족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아 가는 건 어떨까. 그 친구가 당신보다 더 ‘축덕’이 될지도 모른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백현철

사진=최승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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