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차이를 만든 성남의 ‘유기적인 압박’
입력 : 2015.07.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축구에서의 정신력은 단순하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연패에 놓였거나 연승 중인 팀 모두에 정신력은 늘 강조된다. 경기 외적인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때도 경기 중 체력저하가 오는 시간대에도 정신력은 요구된다. 흔히 정신력이란 단어와 연상되는 것은 체력저하를 이겨내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다. 그러나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에 놓인 선수들에게 일종의 투지를 요구하는 것만이 정신력의 본연은 아니다. 정신력은 결국 조직력을 유지시키는 집중력을 끝까지 발휘하는 것이며 자신들이 가진 경기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고자 하는 모든 노력들이다.

정신력은 90분 동안만 추구되는 일종의 기술이 아니다. 정신력은 경기 중이거나 이전이거나, 내적이거나 외적이거나 거의 모든 면에서 바탕이 된다. 축구를 대하는 모든 면을 관통하는 선수들의 태도이기도 하다. 프로다움이란 의미 역시 정신력을 바탕으로 한 실력이 갖춰질 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7월의 시작을 알리는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그 어느 때보다 정신력이 요구되는 두 팀이 만났다. 2연승을 통해 반등을 노리는 성남과 10경기 연속 무승(4무 6패)으로 최하위에 놓인 대전의 리그 두 번째 맞대결이었다. 객관적인 전력과 통산전적(37승 13무 8패)으로 미뤄볼 때 홈 팀 성남의 우위가 점쳐졌다. 1차전 원정경기 승리(4-1)라는 좋은 기억도 있었다. 그렇지만 성남은 최근 팀 전체적인 체력저하와 경기력 난조로 인해 고민이 많았다. 대전 최문식 감독의 첫 승 제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흘러나왔다. 더욱이 주축 수비수인 임채민의 부상 악재와 로테이션 가동의 어려움으로 인해 6월동안 단 1승(1승 2무 3패)에 그친 성남이었다.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주변의 우려는 말끔하게 사라졌다. 2725명이 찾은 이 날 경기에서 성남은 유기적인 압박을 통해 대전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팀 전체가 압박에 가담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최문식 감독 부임 후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점유율 높은 축구를 추구하는 대전이지만 특색을 보이는데 실패했다. 더 큰 문제는 3-1이라는 스코어가 다행으로 느껴질 만큼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는 점이다.

성남의 효율적인 압박이 인상적인 경기였다. 성남은 4-2-3-1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경기장을 넓게 쓰며 대전을 압박했다. 대전은 4-1-4-1 또는 4-5-1의 움직임을 통해 중원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도권을 쉽게 내줬다. 전반 초반부터 대전 수비진영의 잦은 실수들이 눈에 띄었다. 협력수비를 통해 볼을 탈취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볼을 소유하고 있을 때 위기를 자초했다. 특히 전반 초반 남준재를 중심으로 한 측면공격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 8분, 11분, 12분 성남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과정 전에는 대전의 안일한 방출작업이 있었다.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아찔한 장면들이었다. 공을 소유한 뒤 상대 진영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자 성남의 일방적인 공격이 이뤄졌다. 그리고 대전의 실점 장면은 경기 내내 반복됐던 수비문제의 축약판이었다.

전반 35분 남준재의 선제골이 터졌다. 수비 진영에서 걷어낸다는 공이 루카스의 발을 맞고 김두현에게 연결됐다. 김두현의 원터치 패스가 박스 안 황의조에게 연결됐고 쇄도하던 남준재가 밀어 넣으며 득점에 성공했다. 물론 루카스의 적극적인 태클시도와 다음 장면에서 성남 공격진들의 집중력이 좋았다. 그렇지만 볼을 소유한 상태였음에도 안전한 처리에 실패한 대전의 수비가 더 아쉬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터진 윤영선의 헤딩 추가골도 이와 유사했다. 프리킥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김두현의 킥이 날카로웠지만 그 전에 세트피스를 내줬던 반칙 장면이 문제였다. 반칙을 하기 직전 볼을 소유한 것은 대전이었지만 또 다시 패스미스가 발생했다. 결국 안일한 방출작업이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대전 수비들의 잦은 패스미스는 결국 승부를 기울게 한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됐다.



경기장을 쓰는 방법에서도 양 팀의 차이는 컸다. 성남은 중원에서 패스를 주고받다가도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는 공격수들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시켰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도 적극적이었으며 크로스도 날카롭게 이어졌다. 상황에 따라 이대일 패스를 통해 상대의 압박을 벗어난 뒤 대전의 박스근처까지 파고드는 장면도 많았다. 이에 반해 대전의 공격진들은 경기장에 넓게는 위치했지만 경기장을 넓게 쓰는 것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중원에서의 연결횟수와 정확도가 떨어져 단순히 넓게 포진했을 뿐 전술적 움직임으로 작동되지 못했다. 성남의 남준재가 공격전개 위치에 따라 중앙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폭넓은 활동반경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대전은 황인범과 김성수를 중심으로 중원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상대적으로 성남의 압박이 더 강했다. 성남선수들은 두 선수가 공을 받은 뒤 돌아서지 못하게 강한 압박을 자주 가했고 위험지역 밖에서는 적절한 반칙으로 흐름을 끊었다. 전반 41분 두 선수의 원투 패스를 통한 공격이 슛까지 이어졌지만 경기를 통틀어 자주 나온 장면은 아니었다. 중원을 거치는 플레이도 여의치 않자 결국 긴 패스 시도가 잦아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윤영선을 중심으로 한 성남 수비진에 막혀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윤영선이 전진해 헤딩으로 끊는 역할에 충실했다면 파트너로 나선 장석원은 좀 더 낮은 위치에서 다음 장면에 대비했다.



후반 중반 이후 대전은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득점을 노렸지만 중간에 볼이 끊기며 오히려 위험한 상황을 자주 맞이했다. 결국 황인범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대전은 연속 무승 불명예 기록을 11경기로 갱신했다. 다음 20라운드 상대가 리그 선두 전북이기에 최문식 감독의 첫 승 역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골득실이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다. 1골이라도 더 필요한 시점이다”며 3-0 리드 상황에서 실점을 한 점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표했다. 이 날 승리로 인해 7위로 올라선 성남이지만 3위 포항(30점)부터 9위 광주(24점)까지 승점차이가 적기 때문이다.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인해 향후 득실차의 중요성이 벌써부터 예견되고 있다. 최근 두 달 동안 무실점 경기가 단 두 번(11라운드, 18라운드 VS울산)에 그친 성남이기에 아쉬움은 더 커보였다.

여러 악조건과 악재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성남이다. 만족스러운 순위는 아니지만 팀의 정신력만큼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성남이 다음 부산과의 리그경기에서도 유기적인 압박을 통해 3연승을 거둘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조경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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