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MOM' 최강희 감독의 존재감은 계속됩니다
입력 : 2015.07.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MOM.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가 아닌, 'Man Of the Media (day)'. 미디어를 상대하는 장에도 판도를 주무르고 장악하는 메시급 인물이 존재한다. 영화계에서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배우처럼. 이 사람만 나오면 믿고 볼 만하다는 거물급이 인터뷰계에도 한둘씩 꼭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이미 '한 건' 했다. 개막전 상대 성남의 김학범 감독에게 "도발하지 말고, 가발이나 심고 와라"라며 싸움(?)을 건 것. 평소 최 감독이 즐겨 쓰던 표현을 빌리자면 '최강희 아저씨'가 '김학범 아저씨'에게 한 방 먹였다. 멋쩍은 웃음을 짓던 김 감독은 "경기 날 최 감독을 숙소에서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대응했다.

K리그를 부흥케 할 방법은 많다. 지속적인 중계로 노출 빈도를 늘린다든가, 발전된 경기력으로 관중의 눈을 홀린다든가. 그 중 뭐니뭐니해도 빼놓을 수 없는 건 '말'이다. 도발 섞인 언쟁으로 세상 재미 싸움 구경 따라갈 것 없음을 몸소 증명해 보이든지. 화려한 언변이나 그렇다 할 농으로 좌중을 뒤집어놓든지. 말이 가져오는 파급력은 절대 가벼이 볼 게 아니다.



최 감독의 활약상은 2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이어졌다. 틀에 박힌 답변을 거부한 그는 시종일관 귀를 끌었다. 인터뷰 말미에야 '독일 유머'를 터뜨린 슈틸리케 감독과는 분명 대조적이었다.

(골키퍼 권순태를 뽑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대해)"난 김승규를 지명하고 싶었다. 사심이 섞여 있었다. 작년에 권순태가 최고 골키퍼로 됐고, 올 시즌도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잔부상이 있어서 '너 그렇게 자꾸 부상 당하면 올 시즌 끝나고 은퇴해라'라고 심하게 얘기했다. 다행히 슈틸리케 감독 지명을 받았으니 은퇴는 없는 것으로 하겠다."

(은퇴를 앞둔 차두리를 본 포지션 공격수로 기용하는 안에 대해)"글쎄, 은퇴 얘기도 나왔는데. 우리 클럽 하우스 닉네임이 전북 봉동 양로원이다. 이번 올스타전에서 활약 잘하고, 내년에 공격수로 전북에 이적하면 어떨까. 양로원에서 기거하다 보면 메르스도 없고 공기가 좋기 때문에 2~3년은 충분히 더 할 수 있을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북 소속 선수 7명을 모두 뽑아 패배할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겠다"는 말에 대해)"당연히 이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선수 선발을 잘하도록 하겠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핑계를 댈 수 있게 이동국, 에두 포함 전북 선수들은 안 뽑는 것으로 하겠다. K리그 올스타전이 올해는 아무래도 진검 승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가 아니다. 적어도 스포츠를 산업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K리그도 '무엇을, 어떻게 팔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 축구 잘하는 것, 중요하다. 그런데 아무리 잘해도 팔 게 없다면, 그래서 거둬들일 열매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우승컵 몇 개 들었다 해도 관중석이 썰렁하면 프로 구단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급감한다.

결국엔 포장 기술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라 매번 중계권료도 세계 최고로 챙겨가느냐. UEFA(유럽축구연맹) 주최 챔피언스리그, 혹은 유로파리그 등 유럽대항전에 나온 EPL 팀들의 최근 성적을 들춰본다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이것이 곧 이야기를 재밌게, 맛깔스럽게 포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언변이나 쇼맨십은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감독이란 자리가 갖는 지위는 남다르다. 잔디 위 하얀 점선(감독의 접근이 허용되는 경계선)으로 두른 테크니컬 지역은 피치 밖 외부인에겐 가장 가까운 지점이다. 이곳에서 보고 들은 내부 소식을 갖고 외부와 접촉하는 일선의 인물이 곧 감독이며, 언제든 취재진과 마주해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는 특수성도 갖는다. 게다가 언제나 상대 팀과의 대결 구도까지 형성되니 재미를 유발할 기회도 상당하다. 이런 관점에서 전북이 보유한 지도자는 여느 감독과의 비교를 거부할 만큼 특별하다(성적까지 확실히 내주니 더 바랄 게 없을 터다).



팀 지도하기도 버거운 마당에 말로써 인기몰이까지 해야 하느냐? 그게 결국 '상품'이고 '돈'이다. 그저 그랬던 팀 전북에 경기당 평균 15,000여 명씩(K리그클래식 2위, 1위는 서울로 18,000여 명) 들어차는 건 마냥 축구'만' 잘해서가 아닐 터다. 엠블럼 위에 별을 몇 개씩 달고도 정작 소비자에게는 외면받았던 과거 모 구단을 봐도 그렇다. 늘 이슈를 만들어내온 최 감독은 이렇게 덧붙인다.

"대표팀은 한마디만 하면 농담도 기사화되고 하니까 오해를 불러오고 그랬지. 그런데 K리그에서는 오히려 더 그런 것들이 필요해. 너무 조심하고 그러니까, 팬들이 즐길 거리가 없잖아. 우리나라 유교 사상 때문이랄까. 너무 예의를 따지다 보니까 그래. 스포츠에서는 너무 점잖은 것도 좋지는 않거든. 때로는 도발도 하고, 가끔 감정 없는 자극적인 얘기도 하고, 농도 치고 해야 하지 않겠어?"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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