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호의 유럽축구일기] PSG 팬들의 겨울밤은 뜨거웠다
입력 : 2015.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엄준호 기자= 파리는 참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에 걸맞은 팀이 있다. 바로 ‘파리 생제르멩(PSG)’다.

PSG는 1970년 창단되었다. 1899년 창단된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나 올랭피크 리옹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구단은 아니지만 2011년 카타르 국부펀드의 일부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 위상이 확 달라졌다.



2011년 팔레르모에서 맹활약하던 유망주 하비에르 파스토레의 영입을 시작으로 케빈 가메이로, 제레미 메네즈, 티아고 모타 등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2위로 시즌을 마감한 PSG는 만족하지 않았다. 리그앙 우승은 물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에 스타 선수들을 d영입하기 시작했다.

최고 센터백으로 주가를 올리던 티아구 실바를 4,200만 유로(약 523억 원)에 영입했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2,000만 유로(약 249억 원)에 데려왔다. 루카스 모우라, 에세키엘 라베치 등 대형 선수들을 추가로 영입하며 총 1억 4,425만 유로(약 1,800억 원)를 쏟아 부었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참고로 데이비드 베컴도 이때 PSG로 이적료 없이 이적했다.

감독 교체도 있었다. 야망이 큰 PSG는 지난 시즌 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앙투안 콤부아레 감독을 경질하고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선임하며 개혁을 선언했다. 안첼로티 감독은 부임 첫 시즌 PSG를 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보드진을 기쁘게 했다.

이런 PSG의 경기를 관람하게 된 계기는 바로 유럽 축구여행. 그저 축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로지 축구만을 위해 유럽으로 떠났다. 38일 간의 여정에서 나의 첫 직관은 PSG 경기였다.



겨울에 떠난 여행이기 때문에 날씨는 꽤 쌀쌀했다. PSG의 홈 경기장은 시내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있지는 않았다. 지하철로 이동하면 되는데, 에펠탑이 있는 위치에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Parc de Princes'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출구로 나와서 3분 정도만 걸으면 웅장한 경기장의 자태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장 앞에는 조그마한 팬숍이 있다. 사이즈는 컨테이너박스 하나 크기 정도. 그래도 웬만한 용품은 다 구비돼있다.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구매할 수 있고, 마킹을 할 수도 있다. 다양한 팬시도 판매하고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표를 구매하기 위해 티켓 부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경기는 PSG와 보르도의 쿠프 드 프랑스 32강전이었다. 비교적 ‘비중 있는’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행히 몇 자리가 남아있었다. 나는 단돈 5유로를 지불하고 표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K리그 경기 가격과 비슷해서 매우 놀랐다. 물론 필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자리였지만 유럽에서 7천 원 정도만 내고 경기를 볼 수 있게 된 사실에 설레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대기 했다. 그곳에서 여러 PSG 팬을 만났다. 그러나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바로 이 꼬마 팬 셋. 두 아빠가 서로 친구사이였고 모두 PSG 열혈 서포터라고 했다. 자연스레 아들들에게 PSG 유전자를 입혔고, 같이 응원을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스포츠와 삶이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 것, 유럽에서 가장 부러웠던 문화 중 하나였다.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것을 곧 보게 된다는 사실에 묘한 감정이 온몸을 감쌌다. 선수들이 경기 전 몸을 풀기위해 그라운드로 서서히 들어왔다. 이브라히모비치, 루카스 모우라, 카바니 등 유명 선수들의 모습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웜업을 마친 선수들은 잠시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10여분 정도 지났을까. 이윽고 선수들이 입장했다.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템포가 빨랐고 선수들의 활동량이 좋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카바니와 파스토레의 움직임이 부드러웠다. 카바니는 거의 모든 제공권 싸움에서 승리했고 파스토레는 양질의 패스를 꾸준히 공급했다. 결국 두 선수가 한 골씩 넣으며 PSG는 보르도에게 2-1로 승리하였고 16강에 안착했다.

분명 겨울이었다. 경기는 한참 추울 1월에 열렸다. 그러나 PSG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함께 즐겁게 응원하다보니 등에는 땀이 맺혔다. 홈 선수가 득점을 하면 이름을 크게 외쳤다. 경기가 끝나자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훌륭한 플레이를 펼친 선수를 대하는 팬들의 예우였다. 춥지 않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 그리고 팬들에게 최선의 경기력으로 보답하려는 선수들의 열정. 그것이 바로 한 겨울의 추위를 녹여버린 난로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케티이미지코리아, 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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