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돋보기] K리그의 명품 더비, ‘호남 더비’를 주목하는 이유
입력 : 2015.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상파 중계까지 잡힐 정도로 축구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서울과 수원의 최근 슈퍼매치는 서로의 탐색전만 이어진 끝에 0대 0으로 종료됐다. 공격적이지 않았던 두 팀의 태도는 경기가 끝난 뒤 비판의 대상이 됐고, 팬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품 더비로 꼽히던 슈퍼매치는 2014년부터 총 6번 있었던 맞대결에서 두 골 이상 터진 경기가 고작 두 경기에 불과하다. 최근 경기에서 잇따라 팬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슈퍼매치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만큼은 아니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슈퍼매치와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는 K리그의 또 다른 더비 매치가 있다. 불과 3~4년 전까지만 해도 축구팬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호남 더비’가 주인공이다. 공교롭게도 슈퍼매치가 0대 0으로 끝난 다음 날, 전북과 전남의 호남 더비가 치열한 공방전 끝에 2대 2로 마무리되면서 슈퍼매치와 대조적인 경기 내용과 결과에 대한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호남 더비는 이제 비주류 라이벌 매치가 아니다. 슈퍼매치가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던 2014년부터, 호남 더비는 슈퍼매치와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조금씩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광주 FC가 클래식 무대로 승격하면서 2015 시즌의 호남 더비는 더욱 열기가 뜨거워졌다. 그들의 더비는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 가치가 있다.



비주류였던 호남 더비, ‘협약식’에서 ‘명품 더비’로 성장하기까지

호남 더비는 2009년 ‘양 팀의 발전을 위해 함께 더비 매치를 만들어보자’는 전북과 전남 구단의 협약식을 통해 본격적인 더비 매치로 인정받았다. 물론 두 팀의 관계는 협약식 이전부터 평범한 관계가 아니었다. 과거 전북의 공격수였던 마그노가 전남팬을 폭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양 팀 팬들이 충돌했던 사례도 있고,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대표하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두 팀 사이에 나타나는 자존심 싸움도 이어졌다. 또한, 만났다 하면 명승부를 펼치기로 유명해 그라운드 내의 분위기만큼은 치열한 더비 매치의 분위기를 이미 형성하고 있었다.

이들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는 협약식 이후에 있었던 친선 경기에서의 사례가 잘 나타내주고 있다. 자칫 ‘더비 매치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협약식이 겉으로는 평화롭게 비칠 수 있지만, 정작 평화로운 협약식 뒤에 있었던 맞대결은 정반대의 분위기였다. 당시 전남으로 입단할 예정이었던 한 외국인 선수는 이 친선 경기에서 전북 선수에게 태클을 당해 심각한 부상을 당하고 전남과의 계약이 취소됐다. 전남행을 앞둔 외국인 선수에게도, 선수 영입을 준비하던 전남에도 깊은 상처로 남은 사건이었다.

이후로도 양 팀의 경기는 만날 때마다 치열한 명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축구팬들로부터 라이벌 관계로 인정받지는 못했는데, 2009년 전북이 K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나날이 강팀으로 성장하면서 양 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다. 성적도, 인지도에서도 당연히 앞서나가던 전북과 오히려 하위권으로 내려앉던 전남의 맞대결은 라이벌 매치로 인정받지 못했고, 2011년 신생팀 광주 FC가 호남 더비에 참가한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적어도 전남이 상위권에 도전할 여력이 없었던 2013년까지는 누군가가 호남 더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모두가 의아해하는 시기였다.

이렇게 비주류로 머무는 듯했던 호남 더비는 2014년에 전환점을 맞았다. 하위권에 처져있던 전남 드래곤즈가 상위권에 도전하기 시작하면서 전북과 전남의 맞대결이 다양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스테보와 현영민 등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 완벽한 신구 조화를 이루게 된 전남은 상위권 도약을 위해 지역 라이벌 전북을 꺾을 필요성을 느꼈고, 우승을 노리는 전북 역시 인접한 라이벌 전남이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강한 전력이 맞부딪히는 경기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호남 더비는 치열한 경기 내용을 자랑하는 상위권 팀들 간의 맞대결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해 조금씩 팬들로부터 주목도를 높여갔다.

서서히 라이벌 매치로 대두하기 시작한 호남 더비는 2015년에 이르러 그 존재감과 관심도가 폭발했다. 모두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던 승격팀 광주 FC가 예상외의 선전을 보여주면서 전북-전남-광주가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라이벌 삼각관계를 이뤘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력으로 K리그 클래식 영원한 강자로의 도약을 꿈꾸는 최강 팀 ‘전북’

화끈한 공격력을 자랑하며 상위권 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강한 팀 ‘전남’

개개인의 면면은 약할지라도 쉽게 지지 않는 팀을 완성한 이변의 팀 ‘광주’

개성이 넘치는 세 팀이 호남지역 최고의 팀 자리를 걸고 ‘호남 더비’에 참전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매력을 끌만 한, 그리고 여느 더비 매치에서도 쉽게 관찰하기 어려운 경쟁 구도다. 이제야 확실한 경쟁 구도가 갖춰지기 시작한 호남 더비는 2015 시즌 K리그의 명품 더비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있다.



물고 무는 2015 호남 더비, 절대 강자는 없다

개성 넘치는 세 팀이 올 시즌 맞물리는 관계 또한 흥미롭다. 서로 물고 무는 관계로 얽혀져 있어 호남 더비의 절대 강자는 없다. 서로 갈 길 바쁜 마당에 호남 더비에서 발목을 잡혀 세 팀 모두가 더비의 피해자가 된 경험이 있는 셈이다.

리그 최강팀 전북은 전남만 만나면 작아진다. 4월 26일 있었던 맞대결에서 전남은 전북을 2대 1로 꺾으며 라이벌 팀의 리그 22경기 무패 대기록을 깨트렸다. 패배의 아픔이 너무나도 컸던 전북은 다음 맞대결에서 복수를 다짐했으나 얼마 전 있었던 두 번째 맞대결에서도 전남이 9분 만에 두 골을 터트리며 순식간에 2대 0 리드를 잡았다. 비록 분위기를 탄 전북이 이후 동점을 만들어 2대 2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우위에 있었던 전남은 또 한 번 전북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라이벌을 위협했다.

하지만 전북에 강한 전남은 올 시즌 광주에 약하다. 5월 3일 있었던 전남과의 첫 번째 맞대결 전까지 6경기 연속으로 승리가 없었던 광주는 전남전을 3대 2로 승리하여 부진을 끊었고, 6월 3일 광양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도 2대 1로 승리해 또 한 번 라이벌을 물리쳤다. 원정 경기가 계속되는 힘든 일정 속에서 1승의 귀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광주는 라이벌을 상대로 무려 2전 2승을 거뒀다. 광주에게는 전남이 고마운 상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광주는 당연히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춘 전북에 물린 바 있다. 이 관계가 호남 더비에서 유일하게 예상대로 흘러간 관계로 비칠 수 있지만, 아직 한 차례밖에 맞대결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 어떤 이변이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 전북은 4월 12일 광주를 상대로 3대 2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 마지막까지 광주가 인상적인 모습으로 전북을 추격해 다음 맞대결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두 팀의 다음 맞대결은 7월 8일 수요일 전주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축구팬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호남 더비는 이제 라이벌 팀들 간의 뚜렷한 개성과 경쟁 구도까지 확립하며 더비 매치의 흥행 요소를 대부분 갖춰가고 있다. 물론 다른 유명 더비들과 비교하면 아직 역사도 짧고 팬덤도 부족할 수 있지만, 올 시즌 호남 더비가 축구팬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충분히 매력적인 더비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호남 더비도 K리그를 대표하는 또 다른 더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임형철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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