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대전 최문식 감독에게도 '첫 승'이 오겠죠?
입력 : 2015.07.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성남] 홍의택 기자="울고 싶을 정도다. 내부적인 얘길 조목조목 할 수도 없고. 총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리더를 해줄 중심축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오늘 내보낸 선수 구성이 어린데, 2군으로 보고 스카우트했던 선수들이라 연령대가 많이 낮다." 팀 내 속사정을 격정적으로 털어놓던 최문식 대전 감독의 트레이닝복 상단에 적혀 있는 문구. 'NEVER GIVE UP'

1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19라운드. 대전이 또 졌다. 남준재, 윤영선, 황의조에게 연달아 실점한 대전은 황인범이 한 골 만회하는 데 그치며 3-1로 패했다. 최 감독 부임 후 3무 4패로 이번에도 첫 승 실패. 지난 4월 수원 원정에서 얻어낸 1-2 승리 이후 11경기째 무승이다.



잘 안 되는 팀들의 공통점은 '이상하게 내주는 골이 많다는 것'. 별거 아닌 듯한 상황에서도 유리하게, 순탄하게 진행되어야 할 순간마다 삐걱댄다. 잘못된 판단, 터치 하나가 상황을 급변케 하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잦다. 성남전 첫 번째 실점도 그랬다. 전반 36분 후방에서 처리한 볼이 성남 공격진을 맞고 굴절되며 소유권이 넘어갔고, 결국 그 볼이 살아 들어와 반대편 남준재에게까지 연결됐다.

반면 득점 가능한, 상대 페널티박스 앞 지점까지는 쉬이 전진하지 못한다. 포백 앞에 선 상대 김두현-김철호 조합이 볼을 워낙 잘 다뤘고, 자연스레 대전은 뒤로 물러나 수비하는 시간이 늘었다. 이에 맞서 볼을 빼앗는 것까진 좋았으나, 그다음 나가는 첫 번째 패스가 부정확했던 탓에 너무도 쉽게 주도권을 헌납한다. 패스 하나하나의 목적성과 관련해 조금 더 뚜렷한 운영법이 나오지 못한 이유가 크다.

후반 시작과 함께 세트피스에서 두 번째 실점을 내준다. 쇄도하는 상대를 품에 안고 동선을 방해했어야 할 장면. 김두현의 프리킥은 수비와 골키퍼 사이 묘한 지점에 떨어졌고, 골키퍼 박주원이 나오기 전 볼은 윤영선의 머리에 맞았다. 후반 13분, 조금 더 끈적하게 붙어 상대를 밀어내야 할 장면에서 슈팅을 허용하며 세 번째 실점을 맞는다. 수비는 수비대로 서 있었고, 골키퍼는 골키퍼대로 시야에 방해를 받았다.



경기 전 최 감독이 토로했듯, 대전의 전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즌은 계속되고, 당장 주말에도 경기가 펼쳐진다. 3실점 하며 사실상 승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이들이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가 중요했던 건 이 때문. 팀 체질과 분위기가 관성처럼 이어지기에 실점 후 경기에 임하는 태도나 정신적인 자세는 7월 휴식기 전 일정에 고스란히 전해질 터였다.

폭삭 무너지느냐, 아니면 안간힘을 쓰며 견디느냐. 대전은 후자였다. 팀 전체가 주저앉은 터라 상대 진영으로 올라가는 속도가 정상적일 수 없었음에도, 움츠러드는 대신 전진한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 차가 났던 탓에 전체적인 그림이 썩 예쁘게 나오진 못했어도, 후반전 슈팅이 1개에 그쳤어도, 공간으로 볼을 쳐놓고 뛰어가던 모습엔 희망이 녹아있었다.

패색 짙은 후반 22분, 신인 황인범이 뽑아낸 만회골은 의미가 컸다. 팀 전체가 좌절하지 않고, 담담하게 할 일을 지속한 데 대한 보상이었다. "3-0이 됐을 때 실점한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들도 질책을 받아야 한다"던 김학범 성남 감독의 말을 뒤집어 보면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대전이 끝까지 덤볐다는 얘기도 된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은 높았지만, 경기 들어가기 전 받은 심리적인 압박과 여러 가지 개인적인 기량 차이에서 패배가 있었다. 조직적인 부분에 있어 조금 더 압박하길 강조했는데, 체력적인 부분이나 원정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훈련 과정에 있어 멘탈을 많이 강조한다. 몸으로써 경기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미흡하다."

"대전에 준비나 계획 없이 온 게 아니다. 물론 승리가 미치진 못하지만, 분명한 건 임기 동안 대전 색깔을 바꾸러 왔다는 것이다. 지금 이 스쿼드로 후반기에도 계속 간다면 올림픽을 버리고 여기 올 이유가 없었다. 7월 이후에는 180도로 바뀐다. 외국인 선수 및 영입하는 선수들이 채워진다면 7월 26일부터 나아질 것이다. 비전이란 계획, 꿈을 갖고 와 가슴 속으로 이를 깨물고 있다."


최 감독은 냉정했다. 성남전에 대해 선수들의 의욕을 높이 사면서도, 플레이를 평가하는 데는 포장이 없었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현 상황에 대해 "오늘 선발 명단을 짜다 보니 6군 정도가 아닌가 싶었다"고 했을 만큼 팀 내 사정은 어려웠다. 그러면서도 선수단 영입과 함께 팀을 조련할 올스타전 휴식기를 바짝 벼르고 있었다.

아직 휴식기까지는 세 경기나 남았다. 당장 오늘 저녁 7시에는 무려 전북을 대전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승패에 목매는 것도 중요는 하나, 일단은 축구다운 축구를 하고 준비한 걸 잘 매듭짓고 오는 것이 먼저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견디다 보면 "갖고 있는 스쿼드로 최대한 버텨보겠다"던 최 감독에게도 머잖아 '첫 승'이 올 터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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