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스타 WK] 이은미-황보람-심서연의 못다한 월드컵 뒷이야기 ①
입력 : 2015.07.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X 에스이앰 제휴] 한재현= WK리그 강자 이천대교의 수비를 책임지는 삼총사 이은미(27)-황보람(28)-심서연(26). 지난 6일 캐나다에서 열린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여자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과 16강 진출에 있어 빼 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다.

이들 삼총사는 부상과 열외 전력으로 월드컵 출전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고, 그 기회를 잡아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 속에 담겨진 세 선수의 노력과 뒷 이야기, WK리그, 새롭게 발을 맞추게 될 에이스 공격수 박은선(29)의 이야기까지 2편으로 나눠 담아봤다.


심서연-황보람-이은미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춰본 것은 사실상 지난 월드컵이 처음이다. 총 4경기 중 코스타리카와 스페인전까지 조별리그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서며, 16강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사실 심서연을 제외하고 황보람과 이은미는 월드컵 직전까지 윤덕여 감독의 머리 속에 메인이 아니었다. 심서연도 월드컵 직전 발목부상으로 탈락까지 걱정했을 정도다. 우연치 않게 찾아온 기회가 세 선수의 꿈을 살릴 수 있었다.



- 월드컵 출전 과정이 참 드라마틱 했다.(황보람과 이은미는 지난 4월 러시아전 평가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윤덕여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극적으로 월드컵에 합류할 수 있었다.)
황보람(이하 보람): 사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뽑히고 나선 생각한 게 마지막 기회에서 잘 해야 월드컵 꿈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사실 기존에 자주 나섰던 선수들이 있다 보니 걱정은 했다. 그날 평가전에서 잘 했고, 나중에 다시 불러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이은미(이하 은미): 러시아와 평가전은 마지막 기회였다. 당시 명단이 나왔을 때 내 이름이 없어 월드컵 꿈을 접었다. (김)혜리와 (임)선주(이상 인천 현대제철)가 다치면서 다시 부름을 받았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기회가 왔기에 놓칠 수 없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월드컵에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 심서연 입장에서 부상이 오래 갔기에 월드컵 출전이 힘들 수 있었다. 당시 심리적인 불안도 컸을 것 같다.
심서연(이하 서연): 키프로스컵 출전 당시 볼을 찬 후 상대 선수의 태클이 들어와 발목이 꺾였다.다친 건 대수롭지 않았다. 근데 빨리 부상이 낫지 않아 짜증이 많이 났다.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어야 윤덕여 감독님 앞에서 뭔가 보여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소속팀, 대표팀 모두에 미안했다.

- 세 선수가 나란히 월드컵 선발 출전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사실 올 시즌 첫 호흡은 WK리그가 아닌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뤄졌다.)
보람: 윤덕여 감독님께서 믿는 선수를 한 번에 빼는 경우가 없어, 기대를 하지 않았다. 코스타리카전 하루 전 감독님께서 부르시더니 내가 출전할거라 말씀 하셨다. 기쁜 것 보다 실수를 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은미: 미국 평가전에 뛰었던 선수들은 브라질전을 앞두고 발을 맞춰 봐야 하니 확정 멤버라 생각했다. 한 경기라도 뛰는 것이 우선 목표였다. (김)수연(화천 KSPO)이가 다치는 바람에 운 좋게 4경기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라고 생각한다.

- 윤덕여 감독의 깜짝 발탁과 과감한 선택이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된 것 같다
보람: 경쟁 체제에서 같은 멤버로 가는 것 보다 선수들 사이에 긴장감이 엄청났다.



- 월드컵 경험이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특히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느꼈던 긴장감의 정도는 어땠나?
서연: 진짜 떨린다. 애국가 부를 때 은미 언니 옆에 섰다. 나는 너무 떨려서 부르는데, 언니가 옆에서 크게 부르니 너무 웃겼다. 집중을 못할 정도였다.(웃음)

- 브라질에 마르타를 비롯한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실제로 부딪혀 봤을 때 어땠는가?
은미: 마르타보다 크리스티아네가 더 위협적이었다. 마르타가 저돌적이라면, 크리스타아네가 기술적인 선수라고 해야 하나? 리턴하면서 돌아 뛰고, 패스하는 척하면서 돌아서고 자기 할 것 하니 힘들었다.

- 막판 마르타에게 실점 위기를 구해낸 태클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은미: 사실 마르타를 놓쳤다. 실점하면 안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잘못하면 파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을 먼저 건드려서 다행이었다.

- 코스타리카전(2-2 무승부)이후 스페인전 부담이 많이 컸던 걸로 알고 있다.
서연: 그 경기에서 비겼어도 진 것 같았다. 비겨도 떨어지는 절박했다. 2경기에서 부진해 악플도 많이 달린 걸 보며 기분 나쁜 것 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준다고 생각했기에 스페인전을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

- 당시 후반전의 경기가 밀렸던 전반전보다 경기 내용이 확 달라진 비결이 있을까?
보람: 전반전에 날아다녔던 스페인 애들이 후반 되니까 체력이 떨어졌더라. 우리는 달라져서 공격적으로 밀어붙이니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우리가 지고 들어갔다. 한 번도 붙어보지 못한 선수들이니 두려움이 많았다. 똑같이 부딪혔으면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은미: 알다시피 감독님께서 하프타임 때 응원해준 분들에게 ‘그것 밖에 못하냐’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와 닿았다. 후반전 우리가 투지를 보여줬고, 보람 언니 말대로 스페인 선수들이 후반에 쳐져 (조)소현이와 (김)수연이가 골을 넣을 수 있었다.



- 스페인전 끝나고 느낌은 말로 표현 못할 것 같다.
보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다. 벅차 오르는 그 감격스러운 느낌을 표현할 수 없었다.
서연: 우리가 스페인전에서 지면 새벽 5시에 비행기를 타고 집에 가야 했다. 이렇게 집에 가기 싫었다. 스페인 선수들은 입장이 바뀌어 새벽에 돌아갔다고 하니 기분이 묘하더라. 경기 후 포털 사이트를 보니 메인을 장식할 정도로 여자 축구 기사를 즐비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 프랑스와의 16강전(0-3 패)이 4경기 중 힘들어 보였는데, 당시 프랑스 선수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였나?
서연: 9번(유진 르 솜메)이 제일 잘하는 것 같다. 작은데 빠르고 몸싸움도 좋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했지만, 내 앞에서 맘대로 하니 얄미워서 심판 몰라 발로 차고 밟기도 할 정도였다. 프랑스 선수들이 ‘진짜 축구가 이런 것이다’라는 걸 보여줬다. 즐기면서 하는 것 같고.
은미: 내 맨트가 12번(에로디 토미)이었는데, 여자 선수들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하더라. 겁을 먹고 들어갔고, 직접 맞붙어보니 정말 빠르더라. 서연이처럼 까고 싶었지만 잘 안됐더라. 힘들었다.(웃음) 볼을 차는 걸 보면 절대 당황하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보람: 나는 경고 누적으로 뛰지 못했지만, 프랑스 선수들이 강했다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자체가 값진 경험이다. 아시아 무대를 넘어 잘한다는 선수들이 많았다. 우리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 아닌 만큼 안일해지면 안 된다.



이번 여자 대표팀에는 크고 작은 뒷이야기들이 많았다. 황보람은 남자친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아 많은 부러움을 받았다. 그리고 치차리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카카(올랜도 시티)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만난 사연과 막내 이금민(서울시청)의 댄스. 3인방이 말하는 그 뒷이야기들이 궁금했다.

- 황보람의 프로포즈가 이번 월드컵 동안 큰 화제거리였다.
보람: 코스타리카전에서 2-2로 아쉽게 비겨 기쁜 티도 안내고 ‘고마워’만 말할 정도로 받았다. 많이 미안했다. 스페인전에서 이겨 다행이지만, 당시 우울하게 받아서 너무 아쉬웠다. 프로포즈 이후 사람들이 다들 결혼하는 줄 안다. 대부분 질문이 결혼이다(웃음). 이제는 ‘그만 이야기해’라고 자른다(황보람과 남자친구 이두희씨와의 결혼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 치차리토, 카카와 만나 인증샷 찍은 점이 부럽다.
은미: 하루는 정해성 단장님께서 테이블 마다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승자(유벤투스 vs 바르셀로나) 내기를 걸었다. 결승전 승자를 맞추면 해당 테이블에 500달러를 주시겠다고 했는데, 우리 테이블이 걸렸다. 우리끼리 쓰기 뭐해서 선수들 모두에게 줄려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호텔에서 만났다.
보람: 치차리토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언제 만나보겠나. 사진 찍고 SNS에 올렸다. 처음에 ‘치차리토 같아서 물어보니 맞냐’고 하니까 단체로 몰려가서 같이 사진 찍었다.
은미: 우리 입장에서는 치차리토보다 여자친구가 정말 예뻤다. 여자친구가 우리가 사진찍는 동안 기다려 줄 정도로 착했다. (여자친구)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 막내 이금민이 이영주(부산 상무)를 위한 댄스를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출정식에서 권하늘과 같이 춤을 추기도 했고, 선수들이 봤을 때 어땠나?
은미: 금민이는 초청 파티에서 노래도 불렀다. 자기가 알아서 잘 노는 친구다.
서연: 출정식 때 춤 추는 걸 봤을 때 웃겼다. 금민이가 춤을 잘 추는 편이다. 노래도 잘 한다. 우리 사이에서는 ‘팝핀금민’이라 부른다.

- 만약 이금민과 권하늘이 댄스 배틀을 하면 누구에게 걸 것인가?
셋 다: 내기를 한다면 금민이에게 걸 것 같다. 하늘 언니는 이제 나이가 있어서 힘들지 않을까?(웃음)

2편 '이은미-황보람-심서연의 못다한 월드컵 뒷 이야기 ②'가 계속됩니다(클릭)

인터뷰=에스이앰 한재현 기자(http://semsports.co.kr)
사진=에스이앰 손호진 에디터, 대한축구협회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