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와이드] 슈-슈 듀오, 8년 전 '맨유의 영광' 재현할까
입력 : 2015.08.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는 몇몇 선수들의 고군분투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에 안착했다. 리그 후반기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전반적으로 기복있는 모습이었다. 팬들이나 구단 수뇌부, 코칭 스태프까지 그런 모습을 탈피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올 여름 2억 파운드 (한화 약 2,400억원)에 이르는 자금으로 팀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현재까지 4명의 굵직한 선수 영입에 성공했다. ‘차세대 호날두’ 멤피스 데파이, 바이에른 뮌헨의 심장과 같던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캐릭의 후계자 모르강 슈나이덜린 그리고 이탈리아의 신성 풀백 마테오 다르미안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2명의 중원 선수들의 특성과 전술적 가치를 보면 8년 전 ‘다이나믹 맨유’의 재림을 기대할 만하다. 물론 그 때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팀의 수장이 퍼거슨이 아닌 반 할 감독이고, 영입 된 선수들이 측면과 중앙에 다양하게 배치되는 모습보다는 중앙 지역에 고정적으로 배치되어 전방위로 활약할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반 할식 다이나믹 축구, 15-16시즌의 성공을 좌우한다



반 할 감독은 3-4-1-2나 4-3-3과 같은 역동적인 전술을 최우선 철학으로 삼는다. 우아한 패스 축구보다 빠르고 투쟁심 강하며 힘이 센 ‘토털 사커’를 지향한다. 전방에 강력한 한 방을 가진 스트라이커를 중심으로 날쌘 선수, 민첩하고 머리가 좋은 선수를 기용하여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러한 모습을 완벽하게 보여주지 못해서 아직까지 반 할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실 13-14 시즌 맨유는 그들이 가장 무난하고 때로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전술을 사용했다. 모예스 감독에게 전술 철학을 대입할 시간을 많이 부여해주지는 못했지만 단조로웠던 것은 명백하다. 그 여파는 지난 시즌까지 이어졌다. 반 할 감독의 급격한 변화 시도는 8년 전 팀에 있지 않았던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혼란을 안겨다주었다. 웨인 루니와 마이클 캐릭이 돋보인 것은 유사한 시스템을 경험해본 선수였기 때문이다. 반면 애쉴리 영이나 펠라이니의 경우는 선전했지만 명백한 임무를 부여받았기에 시스템으로 논하기에는 곤란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분명 보여주어야한다. 구단에서도 특별함을 바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약속했고, 순차적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현재 프리 시즌의 경기력은 지난 시즌 시작 전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다른 차이점은 30여년 간 사용하지 않았던 백 3 전술이 아닌 백 4에 기반한 전술을 차용하고 있다. 수비 전술의 안정감이 향상된 만큼 새로운 중원 자원들부터 최전방까지의 ‘다이나믹함’을 어떤 식으로 가미할지가 중요하다.

07-08 맨유가 강했던 원동력, ‘측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최근 맨유의 10년 행보 중 가장 돋보인 시즌이다. 그만큼 전술적인 색채와 그 힘이 강력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세계 최고급의 공격 첨병 테베즈, 호날두, 루니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실 이 3명을 동시 기용할 때마다 딜레마에 빠졌을 공산이 크다. 공격수 3명만 떠있는 전술을 구사하면 공의 줄기가 끊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드필더와 연계가 되어야할 선수를 뽑아야했다. 1명이 희생하면 극강한 공격의 힘이 빠지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 였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에게는 히든 카드 ‘박지성’과 ‘오웬 하그리브스’가 있었다. 그들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동시에 공격수 3명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연계적인 움직임이 상당히 뛰어난 선수들였다. 이들의 존재는 타 팀이 2~3년 전부터 눈에 띠게 선보였던 ‘포메이션 배치의 무의미함’을 8년 전에 이미 선보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경기 내에서 수시로 4-4-2, 4-3-3 포메이션을 번갈아 사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형식상 4-4-2 포메이션을 선택했지만 실질적으로 4-3-3 형태에 선수들 간 스위칭이 이루어지는 전술을 사용 했다. 아쉽게도 박지성 선수가 빠졌지만 오웬 하그리브스가 측면에 기용된 것을 볼 수 있다. 하그리브스는 오른쪽 측면은 물론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했다. 1명의 선수가 2가지 이상의 역할을 해준 셈이다. 그의 희생은 캐릭과 스콜스가 각자의 본분을 다하는 데 있어 부담감을 더는 데 도움되었다. 캐릭은 당시에도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수행하였지만 그에게 수비 부담이 전가되지는 않았다. 또한 스콜스도 자신의 장기인 ‘마에스트로’ 역할을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감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박지성과 하그리브스는 일명 ‘측면 박스 투 박스’와 같은 역할을 해주었다. 일명의 역할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경이적인 폐활량과 체력을 보유하는 것을 최우선 전제로 하며 태클링, 슈팅 등 공수에 걸친 모든 면이 뛰어나야한다. 더욱 어려운 것은 측면과 중앙을 모두 책임져야한다. 또한 박스 투 박스의 정의처럼 때로는 전방에 침투해서 득점까지 노리기도 해야한다. 이런 선수가 2명이나 있었던 퍼거슨 감독은 3명의 공격 자원에게 마음껏 공격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었고, 중원의 다른 선수들의 창의성을 고양시킬 수 있었다. 이는 결과로도 이어져 프리미어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의 성적을 거두었다.

현재의 ‘슈슈 듀오’, 8년 전 맨유의 재현할 수 있을까

현재 영입된 슈바인슈타이거와 슈나이덜린에게 박지성, 하그리브스의 향수를 바라는 동시에 8년 전 맨유의 재현을 기대하며 지켜보는 것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슈바인슈타이거의 경우 윙어 출신이지만 반 할 감독이 직접 중앙 미드필더로서 재발견한 선수이다. 즉,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의 성질을 모두 이해하고 있기에 어디에 배치해도 잘 해낼 선수이다.

다르게 말해서 형식상 4-4-2 전형을 차용해도 반대쪽 윙어 선수의 발재간이 돋보일 수 있고, 2명의 중원에 하중되는 부담감을 덜어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선수의 경우 기본적인 지구력과 체력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30대 초반의 나이를 감안하여도 향후 3년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한국 팬들은 앰버서더 ‘박지성’을 추억하며 지켜볼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또한 국제적인 관점에서는 하그리브스의 재림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그리브스와 슈바인슈타이거 모두 바이에른 뮌헨 출신으로 자신들의 첫 잉글랜드 클럽을 맨유로 선택했다. 이런 깨알(?)같은 포인트는 슈바인슈타이거에게 특별함을 바라는 모든 팬들의 염원을 대변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슈나이덜린의 경우 캐릭의 후계자이자 긱스, 스콜스의 향기를 재현해줄 선수로 기대된다. 박스 투 박스의 역할로서도 적합하고 후방에서 조율과 상대가 소유한 공을 끊어내는 역할도 상당히 뛰어나게 소화하는 선수이다. 공수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을 때 모든 것을 보여주었던 긱스, 스콜스가 생각날 수 밖에 없다. 그의 뒤에는 캐릭이 있고, 옆에는 슈바인슈타이거 혹은 에레라, 펠라이니가 있다. 모든 것을 보여주라는 임무를 받았을 때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결국 슈바인슈타이거와 슈나이덜린이 팀에 얼마만큼 빠르게 적응하고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시즌이 달려있다 해도 무방하다.

축구에서 완벽한 재현은 없다. 닮은 듯 닮지 않은 ‘향기’를 맡을 수 있을지가 핵심

사실 재현이라는 단어가 축구에서는 어색하다. 명확하게는 뜻을 다르게 생각해야한다. 비슷한 성적과 비슷한 형태의 움직임과 득점이 엿보이는 것이 축구에서의 재현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영입된 2명의 선수도 완전한 박지성과 하그리브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이 더 적절하다.

분명 현재 맨유의 프리 시즌의 성적은 뛰어나지만 언제 곤두박질치거나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예측 불가능한 것이 축구의 매력이다. 과거에 뛰어난 선수들의 모습을 닮은 듯 닮지 않은 선수들이 과연 그 ‘향기’를 내고 팬들은 그것을 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EPL을 보는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윤지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카이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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