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안컵] 일본 기자, “한국이 우승할 것 같다”… 자국 경기력 실망?
입력 : 2015.08.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우한(중국)] 김성진 기자= “한국이 우승할 것 같다.” 동아시안컵을 취재 중인 일본 축구 기자의 말이다.

2일 동아시안컵 남자부가 시작했다. 한국은 개최국 중국에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한국과 우승을 다툴 일본은 북한에 1-2로 역전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사실 북한의 승리를 점 찍은 이는 없었다. 일본이 100% 국내파로 나왔지만 기본적인 실력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반 3분 무토 유키의 선제골이 나오고 이후에도 우세한 경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전망은 맞는 듯했다.

하지만 일본은 후반전 들어 체력 저하를 보였다. 발이 느려졌고 결국 실점을 허용했다. 경기 종반 리혁철, 박현일에게 연거푸 골을 허용하며 1-2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였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일본 취재진들도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을 시종일관 압도하며 중국에 승리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파 중심이다. 중국,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지만 유럽파가 없는 것은 똑같았다. 또한 어린 선수 중심인 것도 같았다. 놓인 상황이 같은데 결과가 다르니 일본 취재진들은 더욱 표정이 떨떠름해질 수밖에 없었다.

경기장에서 만난 모토카와 에츠코 기자는 “한국의 승리를 축하한다. 한국이 우승할 것 같다”고 말했다. 모토카와 기자는 한국 축구도 오랫동안 취재한 ‘한국통’ 프리랜서 기자다. 그에게 “다음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모토카와 기자는 손짓으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일본의 경기력이 예상과 달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자 우승에서 쉽지 않을 것으로 여긴 모습이었다.

모토카와 기자는 한국의 우승을 예상했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날씨다. 또 다른 일본 취재진인 모리 마사후미 기자는 “한국, 일본 양쪽 선수 모두 컨디션이 나쁘다. 우한의 더운 날씨가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도 기온은 35도 전후를 오갔다. 습도도 80%를 넘길 정도였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이러한 환경은 분명 경기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일본은 더운 날씨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한국도 중국전은 승리했지만 다음 경기도 날씨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승리를 얻는데 쉽지는 않을 수 있다.




동아시안컵에 나선 슈틸리케호의 악점으로 지목된 부분은 조직력이었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이를 한 걸음 더 뛰며 메웠다. 또한 주장 김영권(25, 광저우 에버그란데)이 후방에서 선수들을 이끌며 중심을 잡아준 것도 컸다.

김영권은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로부터 주장으로 임명됐다.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김영권이 주장 완장을 팔에 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주장 데뷔전이었던 2일 중국전에서 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면서 후배들을 이끌었다.

한국선수들의 단점은 말이 없다는 점이다. ‘축구에서 무슨 말이 필요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 중 말은 참 중요하다. 시끄러운 환경 속에서도 서로 말을 통해 움직임을 맞추고 전술을 펼쳐야 한다. 특히 슈팅을 막아야 하는 수비진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말을 많이 해야 더욱 집중해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김영권은 수비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중심 역할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전 승리를 거둔 뒤 김영권에 대해 “주장의 역할을 잘 했다. 뒤에서 수비를 확실히 하고 동료들에게 말을 하면서 잘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김영권이 끈임 없이 선수들에게 말을 해 움직임을 맞춰 조직력 약점을 완벽하게 커버한 것이다.

김영권은 경기 외적으로도 선수들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평소 선후배 동료들에게 장난치고 친근하게 대하던 성격은 그대로지만 경기나 훈련 때는 180도 다른 얼굴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물론 훈련 때도 끈임 없이 말을 하며 선수들을 움직인다. 이정협은 그런 모습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고 할 정도다.

김영권은 말 많은 모습에 대해 “우리가 밀리지 않도록 파이팅하고 집중해서 더 뛰어다녀야 한다”며 경기 종료 때까지 한결 같은 집중력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영권은 임시 주장이다. 이번 대표팀은 유럽파 선수들이 제외됐기에 현 주장 기성용을 대신한 것이다. 비록 한시적 주장이지만 그는 자신의 본분을 충실히 하며 한국을 움직이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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