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와이드] 벵거의 아스널, ‘우승청부사 영입+육성 결실’로 2번째 전성기?
입력 : 2015.08.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아 보였던 아르센 벵거의 아스널. 무패 우승 당시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벵거 감독의 감이 떨어졌다는 평과 함께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바로 지난 시즌 중반까지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FA컵, 커뮤니티 실드 2연패를 달성한 벵거 감독의 아스널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아스널은 2일 밤 11시(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서 열린 2015 잉글랜드 커뮤니티 실드 첼시와의 경기에서 체임벌린의 선제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커뮤니티 실드 2연패 달성과 주제 무리뉴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첫 승을 거둔 의미있는 승리였다.

아스널은 지난 2003/2004시즌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 사이 신흥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 라이벌 팀들에게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지난 1996년 11월 아스널 부임 이후 팀컬러를 확실히 구축하며 알렉스 퍼거슨 경과 함께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오른 벵거 감독도 이러한 부진 속에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널 수뇌부가 벵거 감독에 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으로 인해 필요한 수준의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워낙 오랫동안 벵거 감독 체제에서 익숙해진 구단의 급작스러운 변화 역시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은 너무도 어려웠던 시기를 지나 빛을 보기 시작했다.

▲ 비판받던 '벵거 유치원‘, 육성의 결실 맺다


벵거의 육성작- 잭 윌셔, 아론 램지, 프란시스 코클랭, 헥터 베예린, 시오 월컷,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키어런 깁스 등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에 엄청난 돈이 투자되긴 했지만 벵거 감독은 애당초 무리한 투자보다는 적절한 투자와 유소년 육성이라는 플랜을 갖고 있던 감독이었다. 싹이 보이는 선수들을 영입해 대형 선수로 키워내는 능력도 탁월했다. 아스널의 폭넓은 스카우팅 시스템의 덕이기도 했지만 알려지지 않았거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한 선수를 알아보는 벵거 감독의 눈 역시 크게 작용했다.

아스널이 무패 우승을 할 당시에도 티에리 앙리, 데니스 베르캄프, 로베르 피레스, 패트릭 비에이라 등 완성도 높은 선수들과 함께 세스크 파브레가스, 로빈 판 페르시 등 신예 선수들의 활약으로 두터운 스쿼드가 형성됐다.

아주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잠재력 높은 선수들의 등장은 아스널에 큰 힘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시즌엔 헥터 베예린, 프란시스 코클랭이 깜짝 등장해 주전으로 도약했고 칼럼 체임버스, 추바 악폼, 세르주 나브리 등의 선수들도 기대감을 높였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벵거 감독이 입지가 좁아짐에도 불구하고 출전 기회를 부여했던 유망주들이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경험이 일천하고 아스널이라는 큰 구단에서 경쟁을 벌였던 탓에 다소 부족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벵거 감독의 신뢰 속에 우승 경쟁을 벌일 선수들로 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아론 램지, 시오 월컷,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키어런 깁스, 잭 윌셔로 압축할 수 있다. 영국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던 이들은 더욱 엄격해질 ‘홈그로운 정책’을 내다본 벵거 감독의 대비책이자 히든 카드였다. 큰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은 이들은 이제 아스널의 중심 선수가 됐다. 탑클래스 선수들과 만난 이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 투자 압박에서 벗어난 벵거, 우승 청부사 영입 시작



사실 벵거 감독은 합리적인 투자 패턴 때문에 ‘짠돌이 감독’이라는 시선을 받는 감독이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당장의 성적에 눈이 멀어 무리한 투자를 하기 보다는 좀 더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벵거 감독이었다. 이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유소년, 유망주 투자를 했던 것인데 계획적인 부채 상환으로 자금 운용이 정상화된 최근 몇 시즌동안 벵거 감독은 야심찬 영입을 계속해왔다.

※ 아스널 최근 6시즌간 주요 영입
2010/2011: 로랑 코시엘니(FC 로리앙)
2011/2012: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사우샘프턴), 미켈 아르테타(에버턴), 페어 메르테자커(베르더 브레멘)
2012/2013: 산티 카솔라(말라가), 올리비에 지루(몽펠리에), 나초 몬레알(말라가)
2013/2014: 메수트 외질(레알 마드리드)
2014/2015: 알렉시스 산체스(바르셀로나), 칼럼 체임버스(사우샘프턴), 대니 웰벡(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티유 드뷔시(뉴캐슬), 가브리엘 파울리스타(비야레알), 다비드 오스피나(니스)
2015/2016(진행중): 페트르 체흐(첼시)

지난 2010/2011시즌부터 다소 알려지지 않았던 로랑 코시엘니를 영입해 리그 정상급 수비수로 성장시킨 벵거 감독은 로빈 판 페르시,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알렉스 송, 가엘 클리시 등을 떠나보내야 했고 이들의 대체자를 데려오는 데 힘썼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선수를 처분하는 일은 쉬워도 이미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이들과 맞먹는 실력을 갖춘 선수들은 찾기 힘들었다. 이에 체임벌린, 아르테타, 제르비뉴, 메르테자커를 영입하는 데 만족해야 했던 아스널은 2012/2013시즌부터 팬들의 박수를 받는 영입을 시작했다.

판 페르시 이적으로 패닉에 빠져있던 아스널은 말라가가 자금난에 빠져있는 틈을 타 프리메라리가 최고의 미드필더로 활약 중이던 카솔라와 몬레알을 영입했다. 특히 기술 축구를 구사하는 아스널에 잘 맞는 영입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또한 판 페르시가 빠진 공격진에는 프랑스 리그1 득점왕 지루와 독일 대표팀 주축 포돌스키가 합류했다. 물론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했지만 만족할만한 보강이었다.

이듬해엔 깜짝 놀랄만한 영입에 성공했다. 바로 ‘도움의 제왕’ 외질을 영입했던 것. 이 영입으로 인해 이적료 지출에 소극적이라는 아스널과 벵거 감독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지워질 수 있었다. 이어 지난 시즌을 앞두고는 아스널에 가장 필요했던 ‘크랙’ 산체스가 합류했다. 메시 없는 바르셀로나에서 왕으로 군림한다는 ‘메없산왕’이라는 별칭을 가진 그는 아스널 합류 이후 유감없는 활약으로 팀을 우승권 팀으로 변모시켰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대형 영입이 성사됐다. EPL 최고의 골키퍼로 군림해온 체흐를 낚아챘던 것. 데이비드 시먼 이후 세계적인 수준의 골키퍼 영입 혹은 육성에 실패했던 아스널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체흐는 커뮤니티 실드서도 대단한 선방을 이어가며 첫 경기를 무실점 승리로 장식했다.

최근 몇 시즌간 영입된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해보면 ‘우승 청부사’로 손색없는 선수들이라는 점이었다. 체흐, 산체스, 외질, 카솔라 등 선수들은 클럽, 대표팀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이들의 합류는 우승 경험이 일천한 수준이었던 아스널 선수들에게 자신감, 성장의 기회를 주게 했고 결국 FA컵 2연패와 함께 EPL 우승 탈환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지게 했다.

이대로 끝나는 듯 했던 아스널과 벵거 감독의 전성기는 다시 한 번 나타나는 듯 보인다. 위기 상황에서 오랫동안 준비했던 유소년, 유망주 육성 정책과 더불어 풍족해진 구단의 재정 상황을 활용한 우승 청부사 영입으로 인해 질적, 양적으로 선수단 구축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 공식 첫 경기부터 라이벌 첼시를 꺾고 자신감을 얻은 아스널의 눈은 EPL,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제패를 향해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