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와이드] '베일 이적 그후..' 토트넘, 리빌딩의 실패와 조용한 이적시장
입력 : 2015.08.0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올 여름 이적시장서 예상보다 조용한 팀이 있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상위권의 대표주자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금까지 선수 영입보다는 처분에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빅네임 영입’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토트넘이다.

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가레스 베일 이적 이후 실패한 리빌딩 작업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로 베일을 떠나보낸 토트넘과 다니엘 레비 회장은 이 금액을 팀을 재편하는 데 투자했지만 성공적인 영입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고 실패한 선수들을 떠나보내기 바빠진 상황이다.

특히 토트넘은 프리시즌서 레알과 맞붙었고 베일에게 골까지 허용하며 쓴 맛을 봤다. 물론 그가 토트넘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지만 그가 떠난 이후 팀이 성장동력을 잃었던 것이 사실이라 더욱 큰 아쉬움이 남았다.

▲ ‘주축 선수 판매 후 적극 투자’ 토트넘의 반복된 행보

토트넘이 팀의 핵심 선수를 비싸게 팔아넘기고 챙긴 이적료로 선수단 재편을 하는 모습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이 보면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영표 등을 영입했던 2005/2006시즌과 마이클 캐릭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떠나보낸 2006/2007시즌도 그러했다. 이후 매 시즌 이러한 패턴은 반복됐다.



※ 토트넘 이적 동향(주요선수)

#주기1. 2005/2008(캐릭, 데포 이적)
2005/2006시즌 토트넘은 현재에도 EPL서 활약 중인 허들스톤, 라우틀리지, 레넌 등을 영입해 미래를 대비했고 이영표와 뉴캐슬에서 천재 미드필더로 주목받은 제나스를 영입했다. 대신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인 카누테를 세비야로 이적시켰다. 여기까지는 조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주축 미드필더였던 마이클 캐릭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보낸 토트넘은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레버쿠젠서 좋은 모습을 보인 베르바토프, 조코라, 심봉다, 에코토 등을 캐릭 이적으로 받은 이적료를 상회하는 금액으로 데려와 선수단 재편을 노렸다.

2007년에도 팀을 상징하는 공격수였던 데포를 내보낸 대신 찰턴에서 맹활약한 벤트를 영입했다. 데포 이적료의 3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제2의 긱스로 불린 베일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우드게이트, 보아텡, 카불 등을 영입하는데 6,000만 파운드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2년 연속 리그 5위를 기록하며 선전한 토트넘은 이 시즌 11위를 기록하며 팬들과 구단 수뇌부를 실망시켰다. 다만 리그컵 우승으로 자존심은 지켰다.

2005/2006 - [영입] 저메인 제나스(뉴캐슬), 톰 허들스톤(더비 카운티), 웨인 라우틀리지(크리스털 팰리스), 이영표(PSV), 아론 레넌(리즈 유나이티드) / [방출] 프레드릭 카누테(세비야), 사이먼 데이비스(에버턴), 그리고르 라시악(사우샘프턴), 에릭 에드만(렌)

2006/2007 - [영입]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레버쿠젠), 디디에 조코라(생테티엔), 파스칼 심봉다(위건), 미도(AS 로마), 베느와 아수 에코토(랑스), 스티드 말브랑크(풀럼) / [방출] 마이클 캐릭(맨유), 앤디 리드(찰턴)

2007/2008 - [영입] 데런 벤트(찰턴), 가레스 베일(사우샘프턴), 앨런 허튼(레인저스), 유네스 카불(옥세르), 조나단 우드게이트(미들즈브러), 케빈 프린스 보아텡(헤르타 베를린), 아델 타랍(랑스), 대니 로즈(리즈 유나이티드) / [방출] 저메인 데포(포츠머스), 미도(미들즈브러), 레토 지글러(삼프도리아), 웨인 라우틀리지(애스턴 빌라), 대니 머피(풀럼)

#주기2. 2008/2011(베르바토프-킨 이적)
적극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맛본 토트넘과 레비 회장은 2008년 더욱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팀의 투톱을 맡은 베르바토프와 킨을 각각 맨유, 리버풀에 보내며 거액의 이적료를 챙긴 토트넘은 다시 이 이적료를 훨씬 뛰어넘는 1억 파운드에 가까운 이적료를 투자하며 재편에 나섰다. 이 당시 영입된 선수는 모드리치와 벤틀리, 파블류첸코를 비롯해 팀에 복귀한 킨과 데포의 이름도 있었다.

엄청난 수준의 투자였지만 리그 8위를 기록한 토트넘은 이듬해 무리한 투자보다는 팀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했다. 당시 영입한 선수는 크라우치, 바송, 노턴, 워커, 카불 등으로 수비수들이 많았다. 눈에 띄는 빅네임 영입은 없었지만 당시 리그 4위를 기록한 토트넘은 대망의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뤄내면서 투자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 다음 해에도 산드로, 판 더 바르트, 피에나르, 갈라스 등을 영입한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EPL 5위 등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왼쪽 측면 공격수로 변신한 베일은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며 챔피언스리그 등 큰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후 2011년 역시 주축 선수들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한 토트넘은 잉여 전력을 판매하는 데 집중했고 파커, 아데바요르, 프리델을 적은 이적료로 영입하며 알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에도 리그 4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2008/2009 - [영입] 데이비드 벤틀리(블랙번), 루카 모드리치(디나모 자그레브), 로만 파블류첸코(스파르타크 모스크바), 로비 킨(리버풀), 저메인 데포(포츠머스), 윌슨 팔라시오스(위건), 베드란 촐로카(맨체스터 시티), 에우렐리오 고메스(PSV),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바르셀로나), 카를로 쿠디치니(첼시) / [방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맨유), 로비 킨(리버풀), 유네스 카불(포츠머스), 이영표(도르트문트)

#주기3. 2012/2013(모드리치-베일 이적)



문제는 성공적인 시즌을 치르면서 주축 선수들을 향한 빅클럽들의 구애가 무서워졌다는 점이었다. 특히 중원에서 맹활약하며 EPL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로 발돋움한 모드리치는 결국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확정지었고 판 더 바르트 역시 함부르크로 돌아갔다. 이에 토트넘은 많은 이적료를 들여 뎀벨레, 요리스, 베르통언, 시구르드손, 뎀프시, 아데바요르 등을 영입하며 또 다시 팀 재편의 길로 들어섰다.

이듬해는 더 문제였다. 바로 토트넘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기록될 수 있었던 베일 역시 레알 마드리드행을 결정지은 것. 베일은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토트넘에 안기며 떠났다. 코커, 데포, 뎀프시 등 여러 선수들을 베일과 함께 떠나보낸 토트넘은 이번에도 그 이적료를 선수 영입에 썼다. 2시즌 연속 핵심 선수를 빼앗긴 레비 회장은 이를 악물고 이적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당시 토트넘은 솔다도, 라멜라, 파울리뉴, 에릭센, 카푸에, 키리케스, 샤들리 등을 영입하며 베일 이적으로 얻은 이적료를 대부분 소진했다.

하지만 너무도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가져간 탓에 선수들은 좀처럼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특히 가장 많은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솔다도와 라멜라는 각각 스페인, 이탈리아서 보여주던 기량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해 토트넘을 실망시켰다. 그나마 에릭센 정도가 팀에 녹아들면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2012/2013 - [영입] 무사 뎀벨레(풀럼), 위고 요리스(리옹), 얀 베르통언(아약스), 길피 시구르드손(호펜하임), 클린트 뎀프시(풀럼),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맨체스터 시티), 루이스 홀트비(샬케) / [방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라파엘 판 더 바르트(함부르크), 니코 크란차르(디나모 키예프, 스티븐 피에나르(에버턴)

2013/2014 - [영입] 로베르토 솔다도(발렌시아), 에릭 라멜라(AS 로마), 파울리뉴(코린치안스), 크리스티안 에릭센(아약스), 에티엔 카푸에(툴루즈), 블라드 키리케스(슈테아우아), 나세르 샤들리(트벤테) / [방출]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스티븐 코커(카디프), 저메인 데포(토론토), 클린트 뎀프시(시애틀), 톰 허들스톤(헐 시티), 스콧 파커(풀럼)

▲ 조용한 토트넘, 베일 이적 후 리빌딩 실패 인정하다



사실 지난 시즌 이적시장에 이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토트넘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 않다. 토비 알더베이렐트 영입에 꽤나 많은 이적료를 지출했지만 빔머, 트리피어 등 수비진 보강에 힘썼을 뿐 영입보다는 방출에 혈안이 되어 있다.

우선 토트넘은 베일 이적 당시 주요 영입선수였던 7명 중 3명을 이미 이적시켰다. 파울리뉴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로 이적했고 카푸에는 승격팀 왓포드로 향했다. 또한 수비수 키리케스는 나폴리로 보냈으며 지난 시즌 영입한 스탐불리는 곧바로 파리 생제르맹 이적을 확정지었다.

뿐만 아니라 솔다도, 라멜라도 입지가 불안한 상태다. 특히 솔다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비야레알 이적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고 라멜라 역시 ‘거상’ FC 포르투의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미 이들 외의 선수로 지난 시즌 중요한 고비를 넘겼던 토트넘으로서도 조만간 이들의 거취 문제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이적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토트넘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베일을 이적시키는 대신 여러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해 팬들을 달랬던 그들은 이들을 이적시킴으로서 비즈니스, 리빌딩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토트넘을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으로 만들고자 했던 레비 회장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만한 대목이다.

오히려 그동안 타 빅클럽에 캐릭, 베르바토프, 모드리치, 베일을 넘겨줬듯 지난 시즌 팀의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케인, 요리스, 베르통언, 로즈 등이 이적설에 연루돼 이들의 잔류에 힘을 써야하는 상황이다. 선수 처분, 핵심선수 잔류 등에 힘쓰고 있는 토트넘이 왜 영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간 주축 선수를 빼앗기고 그 돈으로 대체자를 영입해온 토트넘은 이러한 상황을 되풀이해왔다. 이번 시즌 역시 지금까지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지만 준주전급 선수 6명을 내보냈기 때문에 영입 자체는 필요한 상황이다. 레비 회장은 최근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를 보강할 뜻을 내비쳤다.

토트넘은 당초 잉스, 마샬 등 공격 자원에 관심을 보였지만 각각 리버풀 이적, 모나코와의 재계약으로 영입에 실패했다. 이외에 베라히뇨, 볼라시에, 베르너 등 젊고 힘있는 공격수들에 대한 관심도 이어갔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이고 진척된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선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원 보강 역시 쉽진 않은 상황이다. 파울리뉴, 카푸에, 스탐불리, 홀트비 등 미드필더들을 내보낸 토트넘은 임불라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지만 그는 포르투로 이적했고 알렉스 송에 대해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다. 토트넘은 영입에 실패하더라도 지난 시즌 입지를 다진 라이언 메이슨과 팀에 복귀한 캐롤, 윙크스 등에게 기회를 부여할 전망이다.

베일 등 주축 선수들을 판매한 후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 위기를 맞아온 토트넘의 입장에선 이번 시즌이 중요할 전망이다. 최근 유난히 성공적인 영입이 없었던 토트넘이 지금과 같이 소극적인 이적시장을 보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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