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돋보기] 손흥민, 경쟁 피하지 말고 즐겨라
입력 : 2015.08.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오던 손흥민이 자신의 거주지를 북런던으로 옮겼다.바로 토트넘에서 5년이라는 긴 것 같으면서도 짧은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토트넘은 과거 국가대표 측면 수비수였던 이영표가 선수생활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자신의 축구 선배가 활약했던 곳이라 손흥민에게 토트넘은 더욱더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축구로 유명한 영국, 그리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은 그렇게 녹록한 리그가 아니다. 전 세계팬들이 주목하는 리그이며, 현재도 각국의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에선 대표적으로 박지성과 이영표가 EPL에서 활약했었다. 이러한 활약은 좁게는 한국, 넓게는 아시아권 선수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영국 축구에 널리 알리는 초석이 되었다.

한국 공격수의 무덤, EPL로 가는 손흥민

설기현을 제외한 한국의 공격수들은 EPL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이동국, 박주영, 지동원과 같은 국가대표급 공격수들이 모두 쓴맛을 봤다.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한 채 국내 리그로 돌아오거나, EPL보다 수준이 낮은 해외리그로 갔다.

이번 손흥민의 경우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레버쿠젠의 에이스 신분으로 토트넘을 간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2009년부터 시작하여 레버쿠젠에서의 2015년까지 6년이란 시간을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해왔다. 국적은 대한민국이지만, 과거부터의 행보는 독일 출신 유망주 선수를 보는듯하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4시즌을 뛰며 84경기 21골 3도움을 기록했다. 레버쿠젠에서의 2시즌과 이번 15/16 시즌 2경기를 포함해서는 87경기 29골 9도움을 기록했다. 특히 레버쿠젠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던 시절에는 두 시즌 다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특히 손흥민이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할 당시 독일 대표팀 공격수 쉬얼레의 첼시행이 그 배경이 되었다. 손흥민은 쉬얼레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레버쿠젠을 갔다. 그러나 이번 토트넘으로의 이적은 그 누구의 대체자로 가는 것이 아니다. 단지 손흥민이라는 세 글자로 토트넘을 간다.

케인의 부담을 덜어줄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



지난 시즌 토트넘은 영국 특급 공격수 케인 덕을 크게 봤다. 케인은 리그 28경기 21골 4도움으로 명실상부 토트넘의 에이스였다. 이번 시즌 등번호도 10번으로, '팀의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를 달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양날의 검이다. 케인이 활약하지 못하면 골을 넣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2선에 샤들리와 뎀벨레, 에릭센이 있지만, 손흥민처럼 골결정력이 좋은 선수들은 아니다. 이들과 손흥민의 차이는 간단하다. 빠른 침투 능력과 정확한 해결 능력이다. 주로 손흥민과 경쟁하게 될 샤들리는 손흥민보다 느리고 공격적인 배후침투 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또한, 에릭센과 뎀벨레는 세밀한 패스와 드리블을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는 선수들이다. 손흥민과는 정반대의 성향을 나타낸다.

특히 샤들리보다는 손흥민이 더욱더 빠른 침투 능력을 갖추고 있고, 문전에서의 해결이 뛰어나다. 그렇기에 손흥민은 에릭센, 뎀벨레, 케인과 함께 공격 작업에서의 연계플레이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골에 대한 케인의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다. 이는 손흥민이 토트넘의 주요 득점원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



기본적으로 포체티노 감독은 강한 전방압박을 토대로 공격에서 빠른 속도로 전환하는 전술을 쓴다. 이런 철학을 가진 포체티노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주로 기용한다. 확실히 젊은 선수들이 전방에서 많이 뛰고 빠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24살의 젊은 나이, 여기에 빠른 스피드까지 가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손흥민의 경쟁력이다.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는 수비와 공격 시에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그림을 보여줄 수 있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통하여 상대방의 공을 뺏는다. 그리고 여기서 역습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의 스피드는 팀 역습에 최적화되어 있다.

레버쿠젠 시절에서도 역습 시에 강팀 도르트문트나 뮌헨을 상대로 골키퍼까지 제치는 등 빠른 스피드를 통해 골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었다. 이것은 포체티노 감독은 물론 현대축구 시대의 감독들이 공격수들에게 원하는 첫 번째 요소일 것이다. 손흥민은 바로 이 첫 번째 요소를 갖추고 있는 공격수다.

경쟁자 많지만, 원래 축구는 이렇다

이러한 기대 속에 손흥민은 토트넘의 7번을 달았다. 팀에서 10번과 7번의 의미는 크다. 토트넘에서 10번은 케인, 7번은 손흥민이다. 케인과 손흥민의 조화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토트넘은 현재 손흥민을 비롯해 클린턴 은지예라는 카메룬 공격수를 영입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활약했던 선수이다. 경기 스타일은 손흥민과 비슷하다. 손흥민의 경쟁자가 될 수도 있고 조력자가 될 수도 있다.

케인과 에릭센은 등번호와 상관없이 팀에서 9번 역할과 10번 역할을 하는 선수들이다. 부상의 변수가 아니라면 선발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없다. 이를 제외한 샤들리, 뎀벨레, 타운센트, 은지, 손흥민이 왼쪽 측면, 오른쪽 측면 이렇게 단 2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가혹할 수도 있지만, 축구는 원래 이렇다. 손흥민이 함부르크나 레버쿠젠에서도 그냥 주전자리를 확보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활약과 자기관리가 있었다. 토트넘에서도 이러한 경쟁은 여전히 계속된다. EPL은 박지성, 이영표의 활약 이후로 국민들에게 친근한 리그이다. 그만큼 손흥민을 응원하는 축구팬들도 많다. 이것을 손흥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토트넘에서 한층 더 발전하는 손흥민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장지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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