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지루도, 월콧도 딱 들어맞질 않는다
입력 : 2015.08.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올리비에 지루는 좋은 자원이다. 단, 엄청나게 좋지는 않다. 시오 월콧도 좋은 자원이다. 단, 굉장히 좋지는 않다. 대니 웰백은 또 어떤가. 좋은 자원임이 분명하다. 단, 부상에서 돌아온다 해도 팀 전체를 짊어지기란 어려울 터다. 아스널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29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아스널은 뉴캐슬 원정에서 1-0 신승을 거뒀다. 상대는 한 명이 퇴장당했다. 볼 점유율은 20%대에 그쳤다. 일방적인 경기였음에도 넣은 골은 단 하나다. 이마저도 상대 수비 콜로치니의 도움으로 굴절돼 들어갔다.

상대가 10명이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는 않다. 볼을 오래 점유했을지라도 득점은 또 다른 얘기다. 게다가 뉴캐슬은 수비까지 제법 잘해냈다. 하지만 이를 뚫고 골을 만들어낼 스트라이커가 어딘가엔 있다. 여기에서 추가골, 쐐기골까지 불러올 만한 공격수가 존재한다. 물론, 아스널에는 없다.



월콧을 최전방에 놓았을 때의 핵심은 '공간', '스피드', '침투'다. 측면 수비 베예린이 넘겨준 볼을 향해 상대 골키퍼 앞으로 뛰어들던 장면. 공격이 끊긴 상대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빠르게 치고 나가던 장면. 이렇듯 상대 수비보다 먼저 플레이하는 것이 원톱 월콧의 존재 가치이자, 이유다. 몸을 맞대고 비비기 어려우니 이른 시기에 볼을 잡고 액션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볼 배달이 안 된다. 상대는 자리를 지키는 데 치중한다. 앞으로 나서며 무리한 수비까지 할 이유가 없다. 볼 진행 방향에 따라 적절히 전형을 움직이고, 가끔 타이밍을 포착해 파울을 감수하면서 끊어내면 된다. 뉴캐슬뿐만 아니다. 중하위권 팀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나선다. 아스널이 볼을 빠르게 돌릴 줄 아는 팀이란 사실은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났는데, 굳이 공간을 헐겁게 내줄 필요가 없다. 이 속에서 더 유효한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한 공격수 책임도 크다.

볼이 전달돼도 문제다. 슈팅 직전의 요령이 살짝씩 아쉽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볼을 잡고 돌아서 완벽히 때릴 수 있는 슈팅은 없다. 뒤로 물러선 상대의 목적 역시 이를 방해하기 위함. 각도나 타이밍을 고이 열어줄 리 없다. 시쳇말로 "코로 대(축구화 앞코로 빨리 처리해라)"란 표현이 쓰이는 건 그만큼 빨라야 하기 때문이다. 콜로치니의 자책골, 체임벌린의 추가 슈팅 직전 월콧의 시도는 훌륭했지만, 그간 쭉 돌아봤을 때 특별한 느낌까지는 없다. 일대일로 맞선 상대 수비를 하나쯤 벗겨내고 들어갈 힘이나 상체 모션이 좋은 것도 아니다.

상대 수비를 유인해 동료를 도와준다거나. 동료가 시선을 분산하고 관심을 끌 때 본인이 직접 들어간다거나. 전형적인 원톱이 할 수 있고, 해내야 할 일련의 과정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다. 월콧은 한 번쯤 최전방으로 돌려볼 법한 자원이다. 다만 시즌을 통째로 보낼 레귤러한 자원이라기엔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천부적으로 골 냄새를 잘 맡는 것도 아니고. 슈팅 임펙트를 기막히게 주는 타입도 아니고.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한마디 했다. "현 아스널의 스트라이커는 지루다. 하지만 이 선수로는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다른 유형의 스트라이커가 필요하다".

지루는 뉴캐슬전에서 후반 23분 교체 투입됐다. 월콧의 퍼포먼스와는 확연히 달랐지만, 적확한 비교까지는 어렵다. 한 골 뒤진 뉴캐슬이 반격을 노리면서 상대적으로 공간이 발생했고, 수비진이 느끼는 체력적 부담도 늘었다.

월콧이 상대 수비를 빼꼼히 올려다봤다면, 지루는 눈을 마주 보거나 내려다볼 높이는 된다. 덕분에 측면 수비나 윙어가 쥘 수 있는 카드도 더 다양해진다. 짧게, 낮게 연결해 중앙으로 들어와야 하는 종전과 달리, 높게 띄운 크로스로 정통 경합을 벌여봄 직하다. 세트피스 공격 시에도 마찬가지다. 맨투맨 시소코와 대결을 벌인 지루는 힘과 높이에서 싸워볼 만했다.

게다가 덩치도 크다. 가장 큰 장점은 뒤에서 달려드는 상대가 볼을 보기 어렵다는 점. 등지고 하는 플레이가 가능해 연계에도 유용하다(하단 캡처 참고). 상대를 압도할 스피드는 아니어도, 볼만 잡으면 버틸 만한 힘이 있다. 이를 막고자 뒤에서 무리하게 덤빈다? 볼을 연결하지 못할지라도 파울은 얻어내며 공격권은 유지한다.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지루가 얻어낸 파울, 저지른 파울의 위치를 보면 답이 나온다.

하지만 파괴력이 떨어진다. 지루의 본 임무는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존재감을 발휘할 때 나오기 마련. 상대 수비와 투닥거리며 맞붙기에 표면적으로는 박스 안이 강해지는 듯하다. 내려와서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좋고, 빠져들어 가 찬스를 잡는 것도 좋다. 그런데 골이 안 들어간다. 넣어야 할 때 넣어주지 못하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다.



지난 시즌 71골을 터뜨린 아스널은 득점 부문 3위다. 맨체스터 시티가 83골로 1위, 첼시가 73골로 2위. 이만하면 준수하다 싶다. 하지만 그 속은 조금 다르다. 팀 내 최다 득점자 알렉시스 산체스(16골)는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시티, 26골), 헤리 케인(토트넘, 21골), 디에고 코스타(첼시, 20골), 찰리 오스틴(QPR, 18골)에 이어 5위다. 지루는 14골로 6위다.

팀 내 원투 펀치만 기준으로 잡으면 득점원이 고르다는 포장도 가능하나. 현실은 한 시즌에 20골씩 확실하게 때려 넣을 '제1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코스타와 아구에로가 팀을 각각 1, 2위로 이끌었다는 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기복 없는 골잡이가 중심을 잡고, 동료가 지원 사격을 한다는 관점에서 아스널은 맨시티, 첼시와의 차이가 크다.

20개 팀 중 4위권 정도에 만족한다면 현재도 충분하다. 단, 2~3위권에서 우승권까지 노려보기에는 부족하다. 산체스가 멱살을 잡고 억지로 끌고 왔다고는 하나, 언제나 기댈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원톱 문제. 9개월에 달하는 시즌 도중 언제든 발목을 걸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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