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대담] 김호남 인터뷰① ''프로엔 승리라는 정답이 있잖아요''
입력 : 2015.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목포] 홍의택 기자= 대담(對談) : [대ː담] [명사] 마주 대하고 말함, 또는 그런 말. '속도'보다 '깊이'를 지향합니다. 숨 가삐 달려오느라 놓쳤던, 어디에 쉬이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그래서 세상 아래 묻혀 있었던 이야기들 풀어냅니다.

광주FC. 진격했다. 암초에 걸렸다. 경쟁에서 서서히 처졌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로 집을 내줬다. 6,000km에 달하는 원정 10연전을 버텼다. 고대했던 안방 효과는 없었다. 전남과 비긴 뒤 대전전, 제주전, 울산전에서 내리 졌다.

김호남(26). 사간 토스(일본) 생활을 청산했다. 광주에 둥지를 틀었다. 2011년, 뛸 자리가 없었다. 2012년, 마찬가지였다. 3년 차가 돼서야 유니폼 입을 날이 늘었다. 지난해 만개한 기량으로 상위권 팀을 연파했다. 이윽고 올라온 클래식 무대. 부딪친다. 깨진다. 성장하며, 좌절한다.

광주와 김호남. 묘하게 닮았다. 마음대로 안 된 날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엿본다. 남들이 "여기까지다"라며 선 그었던 영역을 뛰어넘을 기회만. 내실을 다진다. 속을 꽉 채워가며 진화 중이다.

:: 경기 결과가 참. 실망이 컸을 것 같아요. 모처럼 홈에 돌아왔는데 기대만큼 성적도 안 나왔고요.

"잠을 잘 못 잤어요. 이겼으면 덜 피곤했을 텐데. 질 경기가 아닌 거 같은데 졌죠.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패배 원인을 계속 밖에서 찾으려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결국에는 저희가 감수해야 할 부문인데, 계속 환경 탓만 하게 되는 것 같고."

:: 운동장 문제는 당장 뾰족한 수가 없다고 들었어요. 그나마 9월 A매치 데이 동안 잔디가 자랄 만큼 기다릴 수 있다는 정도? 실제 뛰어 보니 어떻던가요.

"선수들이 번갈아 가며 뛰잖아요? 안 뛰었던 선수들이 운동장에 나가면 '그 정도인 줄은 몰랐다' 그래요. 그걸 다 이겨내야 인정받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가 물론 열악한 환경인데, 그걸 누가 알아주지는 않잖아요. 경기장에서는 경기로만 보여야 하고요. 하소연한다고 해봤자, 불쌍하게만 보거든요. 저희는 존경받고 싶은 선수지, 불쌍하게 보이고 싶은 선수는 아니에요."

:: 그렇게 어려운 환경서 뛰었던 8월 네 경기. 복기해보면 좀 어떨까요?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은 팀들이 즐비하긴 했어요.

"대진표를 봤더니 정말 할 만하더라고요. 우리가 전남에는 강했고, 대전한테도 약하다는 생각은 안 해봤고, 제주는 이겨봐서 알거든요. 저 스스로 4경기에서 승점 8점 정도는 챙길 수 있다고 봤어요. 그런데 이길 거만 생각했더라고요. 우리가 붙을 팀들이 승리가 간절한 팀인 걸 잊고 있었거든요. 광주 홈에서 이런 정신적인 부문만큼은 밀리면 안 되는데···."

:: 남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미안해하시더라고요. "적이 아닌, 환경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요. 그런 상황이 주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이 크시던데요.

"저희가 원정 10연전 하면서 광주 팬분들께 축구 보여드리는 것만 기다렸거든요. 정말 재밌는 축구를요. 그런데 그게 안 돼 많이 답답했어요. 우리가 지금껏 갈고 닦은 건 이런 축구가 아닌데···. 더 실망하시지는 않을까. 증명해 보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니 참. 미안해하시는 게 보여요. 남 감독님도 그렇고, 기영옥 단장님도 그렇고요. 보답할 방법은 이기는 것밖에 없잖아요? 저희는 프로고요.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이겨야 해요. 축구에는 정답이 없지만, 프로에는 승리라는 정답이 있거든요."



:: 남 감독님과의 연은 오래됐죠? 처음에 코치로 만났던 분이 감독 대행이 되셨고, 이제는 감독님이 되셨네요.

"2011년 광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남 감독님이 막내 코치셨거든요. 운동 끝나면 보양식도 같이 먹으러 가고, 맥주도 한잔 하고 그렇게 스스럼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되시니까 조금 달라지더라고요. 감독님이 변한 건지, 저희가 변한 건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예전만큼의 그런 관계가 잘 나오지는 않죠."

:: 코치에서 감독으로 역할이 변하면서 선수로서의 입장도 달라졌을 것 같고요. 물론 믿음으로 다진 관계는 끈끈하게 유지됐겠지만요.

"작년에 감독 대행이실 때, 선수들이 정말 많이 바뀌었어요. 7명 빼고 다 달라졌으니까요. 그때 저희가 감독님을 편하게 대하니 새로 온 베테랑 형님들께서 '감독님 대우 좀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니냐' 하시더라고요. 그게 맞았어요. 그 뒤로는 조심스럽게, 깍듯하게 해요. 남 감독님요? 여전히 잘 챙겨주세요. 저번에 몸이 한창 좋을 때 다치다 보니 좌절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도 편하게 쉬라고 해주시니까요. 부담 안 주시니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죠."

:: 감독 1년 차에 많은 일을 겪고 계신 것 같아요. 줄곧 치고 나가던 성적이 흔들렸고. 상위 스플릿 도약은 힘들어 보이지만, 강등권과는 거리가 조금 있고. 주위에서 "동기 부여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고 계세요.

"글쎄요. 개인적으로 동기 부여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봐요. 이해도 안 되고요. 제가 1~2년 차 때 경기를 못 뛰어봐서 그런지, 특히 더 그래요. 얼마나 간절하게 뛰어야 하는지 알거든요. 프로에는 정말 축구 잘하는 분들만 계시잖아요. 그분들과 경쟁하면서 관중들이 응원해주시는데, 그것만으로도 동기는 충분하죠."

:: 선수 본인도 크게 성장했네요. 입단 초기 박기동(현 상주), 김동섭(현 부산)과 J리거 출신 3총사로 불렸는데. 경기에 제대로 뛴 건 3년째 되던 해였으니까요. 돌아보면 어때요?

"제가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닌데(웃음), 엊그제 2군 선수들 햄버거 사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어요. '나도 힘들었다' 뭐 이런 식이요. '게임 뛰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걱정이 있겠지만, 너희에게 정이 더 많이 간다'고요. 뒤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힘들거든요. 경기 뛰는 사람들은 수당도 들어오고, 팬분들도 알아봐 주시는데요. 그 친구들은 그게 아니거든요."

:: 2편에서 계속됩니다

사진=윤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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