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스타 WK] 숨겨진 왼발의 달인, 이세은을 소개합니다
입력 : 2015.09.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X 에스이앰 제휴] 한재현= 지난 7월 9일 WK리그 최고의 빅매치이자 라이벌전인 인천 현대제철과 이천대교의 경기. 전반 13분 골문으로부터 40m나 되는 먼 거리에서 때린 프리킥이 빠른 속도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켜보는 이들조차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골문에 꽂힌 것이다.

그 주인공은 인천 현대제철의 미드필더이자 주장 이세은(26). 비록 캐나다 월드컵 출신 멤버들에 비해 유명세는 덜해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남자 선수 못지 않은 힘과 세밀함을 갖춘 왼발 킥, 영리한 플레이는 WK리그 수준급이다. 특히 왼발은 이세은을 지탱하는 힘이자 무기며, 그의 축구 인생을 즐겁게 하는 소중한 발이다.

“당시 프리킥을 찰 때 이상하게 골대가 가깝게 느껴졌다. ‘슈팅을 때리는 것이 맞다’ 라고 판단했다. 근데 이천대교 선수뿐 만 아니라 동료와 최인철 감독님까지 때릴 줄 몰랐다고 하더라. 감독님도 ‘어떻게 때릴 생각을 했었냐?’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멀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세은은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설명했다. 비록 1-3로 패하며 빛이 바랬지만, SNS를 통해 이세은의 프리킥 영상이 떠돌았고, 심지어 ‘세은날두(이세은+호날두)’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

☞ 이천대교전 40m 프리킥 골 영상(클릭)
☞서울시청전 프리킥 골 영상(클릭)

더욱 무서운 건 이세은의 프리킥은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3월 30일 서울시청전에서는 페널티 박스 밖 우측에서 골대 구석을 찌르는 프리킥 골을 성공한 적이 있다. 상대팀 입장에서 이세은이 프리킥을 차는 순간 긴장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우리 팀 선수들 실력이 워낙 좋으니까 프리킥 기회가 많다. 중계에 잡혀서 이슈화 된 거지 살리지 못한 기회가 많아 성공률이 낮다. 더 넣어줬어야 하는 게 맞다.”

“훈련 후 나머지 연습을 하지 않은 대신, 잘 찰 때 감을 가져가려 한다. 많이 찬다고 해서 잘 되는 건 아니더라. 특히 골키퍼 김정미 언니의 도움을 받는다. 예를 들면 정미 언니가 ‘왼쪽에 서면 난 여기를 막겠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역방향으로 차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즉 프리킥을 절대 못 막는 코스를 알려준다”

인천 현대제철 내에서는 이세은 말고 프리킥을 잘 차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난 8월 동아시안컵에서 프리킥으로 일본을 침몰시켰던 전가을, 2014 아시안게임서 북한전 무회전 프리킥 골 주인공 정설빈, 묵직한 슈팅이 인상적인 김나래가 대표적이다. 그 중 이세은이 꼽는 최고의 프리키커는 누구일까?



“(전)가을이를 뽑고 싶다. (정)설빈이와 (김)나래는 힘이 좋은데 정확성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도 셋 다 임펙트가 좋다. 가을이가 감아 차는 면에서 좋은 편이다. 설빈이는 무회전에서 유리하고, 나래는 거기서 좀 더 날카로운 편이라 생각한다. 나래가 슈팅력이 좋아서 상대 선수들이 두려워한다. 내가 프리킥을 차더라도 나래에게 맞춰 주는 면이 있다. 나래의 슈팅력은 남자선수들 정도 된다. 우리 팀 말고 부산 상무의 최지혜 언니 프리킥도 좋은데, 뚝 떨어질 정도로 힘이 있다”



이세은의 프리킥 기본은 날카롭고 정확성이 높은 왼발이다. 왼발 쓰는 비율이 거의 높으면 어찌 보면 독이 될 수 있었다. 최근 K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염기훈(수원 삼성)은 지난 2010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왼발로 차서 기회를 놓친 바 있어 현재도 비난의 대상이 오르곤 한다.

“왼발 잡이 특성상 오른발을 잘 안 쓴다. 이상한 자세에서도 왼발로 공을 찰 정도다. 어른들 앞에서 밥을 먹거나 글씨를 쓸 때 오른손으로 쓰지만, 손도 왼손이 더 편하다. 보통 왼발 잡이들이 그런 것 같다. (최인철)감독님도 오른발로 실수 하는 것보다 잘하는 발로 실수하지 말라고 한다”

이세은은 올 시즌 이천대교로 이적한 이세진의 뒤를 이어 인천 현대제철의 주장을 이어 받았다. 이제 팀 내에서 거의 고참급에 속하지만, WK리그 명문 인천 현대제철의 주장을 맡는 건 쉽지 않았다. 카리스마 있는 최인철 감독과 개성이 강한 선수들 사이에서 조율을 잘 이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부담이 컸다. 세진 언니가 주장을 오래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고, 아우르는 성격인 언니와 달리 난 사교성이 떨어져 힘들었다. 주장도 분위기가 내가 하는 쪽으로 가서 됐다. 동료들의 개성은 강하지만, 다행히 스스로 팀에 애착이 있기에 잘 뭉친다. 소현이를 비롯해 가을이, (김)도연이, (유)영아, (신)인숙 등 동기들이 많은 것도 힘이 된다”



그라운드를 비롯해 팀이 필요로 하면, 수줍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3월 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WK리그 6개 팀들 공공의 적은 인천 현대제철이었다. 특히 라이벌인 이천대교의 베테랑 공격수 차연희의 날카로운 입담이 매서웠다. 이세은은 “(우리의 우승을 뺏는 건)쉽지 않은 일”이라며 당당하게 맞서, 주장다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었고, 모든 팀들이 우리를 지목해 부담은 갔다. 그래도 팀 대표로 간 거니까 자신 있게 맞서야 했다. 연희 언니가 공격하니 속으로 ‘그만 좀 하시지’ 자꾸 그러니까(웃음) 나를 물어 뜯으러 오는 것 같았다”

이세은은 올 시즌 현재까지 16경기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4-2-3-1 전형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두 자리 중 하나로 꾸준히 출전하고 있고, 정확한 전진 패스와 킥으로 활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그러나 대표팀과 인연은 멀다. 지난 2011년 9월 11일 런던올림픽 예선 호주전 이후 3년 동안 대표팀 유니폼을 입어 본적이 없다. 특히 대표팀 미드필드 중추인 조소현, 권하늘(부산상무), 이소담(대전 스포츠토토) 같이 수비력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던 것이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주위에서 대표팀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쉽냐’라고 물으면 ‘그냥 그랬다’라고 대답한다. 안 뽑힌 건 내가 정말 부족한 거다. 윤덕여 감독님은 많이 뛰고 수비적인 걸 더 원하시는 것 같다. 나는 그렇지 못했고, 맞추려 노력하다 보면 내 장점을 잃을 수 있다. 팀과 개인적으로 손해라 생각한다. 내가 노력하는 것이 맞고, 최인철 감독님께서도 내가 더 잘해서 가길 원하실 거라 본다.”

“동료들이 월드컵 때 열심히 뛴 걸 보면서 기뻤다. 그래도 항상 실점하고 발 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하는 걸 보면 아쉬웠다. 그렇지 않았다면 충분히 대등하게 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세은의 목표는 올 시즌 가장 큰 목표인 WK리그 통합 우승이다. 올 시즌 우승한다면 의미는 깊다. 2009년 WK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첫 3연패며, 주장이 된 후 처음으로 우승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는 “당연히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해야 한다. 더 잘해 나갈 것이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세은의 꿈과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인터뷰=에스이앰 한재현 기자(http://semsports.co.kr)
사진=에스이앰 한재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스포탈코리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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