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인터뷰] 박주호, “경쟁은 슈멜처가 아닌 내 자신과 하는 것“
입력 : 2015.09.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하노버 (독일)] 김한별 기자= “슈멜처와의 경쟁이 아니라 내 자신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도르트문트 팬들 앞에 설 것이다”

꿈에 그리던 ‘꿀벌 군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유니폼을 입은 박주호가 당찬 각오를 밝혔다. 박주호는 12일 밤 10시30분(한국 시간)에 열린 2015/2016 분데스리가 4라운드 하노버 원정에서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주호는 부지런히 몸을 풀었지만 아쉽게도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박주호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박주호는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기쁘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박주호의 도르트문트 이적은 유럽 이적시장 마감이 도래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 배경에는 마인츠 시절 은사인 토마츠 투헬 감독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다. 박주호는 “투헬 감독님께서 도르트문트에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나를 영입한 것은 그만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라며 도르트문트 이적에 투헬 감독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감독의 ‘믿음’, 그것만으로 이적의 사유는 충분했다. 박주호는 전 소속팀 마인츠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한 안정감을 내려놓고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행선지는 독일에서도 손에 꼽히는 빅클럽이자 분데스리가 내 최고 인기클럽으로 꼽히는 도르트문트였지만 “특히 도르트문트의 스타일에 네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영입했다”라는 투헬 감독의 발언은 박주호의 용기에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했다.

박주호 앞에는 주전경쟁의 벽이 버티고 있다. 왼 측면 수비에는 마르셀 슈멜처가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자인 에릭 두엄이 부상으로 빠져있어 한 숨을 돌리긴 했지만, 일단은 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박주호는 “우선 왼 측면 수비수로 경쟁을 할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서 마인츠에서처럼 다른 포지션에서도 뛸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포지션 경쟁을 내다봤다.

하지만 박주호의 목표는 경쟁자 마르셀 슈멜처가 아니었다. 박주호는 “내가 슈멜처의 백업이며 그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나는 슈멜처와 경쟁하는 게 아니라 내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곧 팬들과 구단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사실 박주호는 5년전 J리그 주빌로 이와타에서 스위스리그 FC바젤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 목표를 이뤘다. 그리고 그가 다시 세운 목표는 독일 내 빅클럽 진출이었다. 5년전의 목표를 달성했지만 아직 박주호의 꿈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꿀벌군단’의 주전을 꿰차기 위한 박주호의 발걸음이 이젝 막 시작되었다.

<박주호 믹스트존 인터뷰>

- 도르트문트 소속으로 첫 경기를 지켜봤는데 소감은?
“A매치 차출 이후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상황이었는데 승리를 거둬 기쁘다. 더욱이 내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경기였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 경기를 지켜 보면서 앞으로 준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원정 경기 임에도 많은 도르트문트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관중석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독일 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팀인 만큼 그에 걸맞게 팬들이 하노버까지 정말 많이 찾아 주셨다. 덕분에 원정경기도 홈경기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 도르트문트 이적이 성사되면서 은사 투헬 감독과 재회하게 되었는데, 재회 당시 투헬 감독이 어떤 말을 했는지?
“투헬 감독께서 ‘분명히 준비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면서 ‘도르트문트에 실력이 출중한 선수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나를 영입한 것은 그만큼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이어 ‘올 시즌 총 경기 수가 50경기 남짓인데 준비를 잘 하면 분명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특히 ‘팀의 스타일과 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영입했다’는 말씀이 든든했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가 패싱이나 점유율에서 오차 없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데, 저도 팀의 스타일에 빨리 녹아 들어야 할 것 같다.”

- 마인츠에서는 측면 수비수로 뛰면서 멀티자원으로도 기용되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계속해서 멀티 역할을 소화하게 되는 건지?
“일단은 측면 수비수로 경쟁을 할 것 같다.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른 포지션에서도 뛸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등번호 3번은 이영표 선수가 도르트문트에서 뛰었을 당시 달았던 번호인데, 본인이 직접 등번호를 선택한 것인가?
“마인츠에서 24번을 달았기 때문에 가능하면 24번을 계속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사용중인 번호였다. 팀에서도 다른 번호는 다 팔리고 3번이 남아있다기에 이 번호를 고르게 되었다.(웃음)”

-J리그에서 FC바젤로 유럽 진출했을 당시 설정한 목표가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고 들었다. 이적 이후 용품을 받고 첫 훈련을 했을 때 감회는 어땠나?
“무엇보다 클럽 하우스나 훈련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 특별한 감정이 들기 보다는 투헬 감독님을 포함해 코칭스태프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뛰었던 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첫 훈련부터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목표는 이뤘지만 아직 꿈을 이룬 것은 아닌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의 최종 꿈은?
“내가 슈멜처의 백업이며 그 선수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슈멜처는 동료이고 나는 그 선수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경쟁하는 것이다.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이겨서 곧 팬들과 구단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

사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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