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무색무취 손흥민' 아니라 '무색무취 토트넘'이다
입력 : 2015.09.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일까.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첫 경기는 인상적이지 못했다. EPL 데뷔 직전 월드컵 예선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했기 때문에 더욱 아쉽기만 하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에 "손흥민과 함께해 매우 행복하다"며 "손흥민은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 손흥민은 우리 팀에게 있어 매우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사실 무색무취의 데뷔전을 가졌던 손흥민일지라도 포체티노 감독의 평가가 비교적 알맞다는 생각이 든다. 포체티노 감독은 선덜랜드전에서 공격진에 새로운 선수들을 기용하며,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특히 손흥민을 포함하여 알리까지 2명의 선수를 공격진에 새롭게 포진시켰다. 감독 자신도 팀을 이끌어가는 것에 있어 중요한 실험을 시도했다. 그것이 에릭센의 부상과 맞물렸고, 손흥민의 데뷔전과 맞물린 것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불협화음에도 손흥민은 공간을 찾기 위해 움직였고, 찬스를 만들려 노력했다.

아직도 토트넘의 경기력은 물음표



포체티노 감독의 이러한 실험 아닌 실험은 선덜랜드전에서 팀 자체를 힘들게 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포진한 공격진은 잠잠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메이슨이 패싱플레이를 통해 골을 만든 장면을 제외하고는 효과적인 공격 작업은 거의 없었다.

믿었던 케인마저 중요한 순간마다 집중력이 떨어졌다. 손흥민도 2차례 슈팅을 했지만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전반 44분 오른쪽 측면에서 워커가 준 패스를 헛발질하며 안타깝게 데뷔골의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시종일관 공간을 찾아다니며 움직였다.

하지만 상대의 강한 수비조직에 번번이 막히기 일쑤였다. 이렇게 손흥민과 토트넘을 어렵게 한 것은 선덜랜드가 전체적으로 라인을 내리고 강한 수비조직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선덜랜드의 고메스, 토이보넨, 음빌라는 4백 위에서 강한 압박과 공수 사이의 적절한 간격 조절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선덜랜드의 방패를 더욱더 두텁게 하는데 일조했다.

동시에 최전방에는 데포와 렌스라는 빠른 선수들을 주축으로 매서운 역습을 시도했다. 이것은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며 토트넘의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리그에서 비교적 상위팀에 속하는 토트넘은 이러한 경기의 양상을 자주 대면할 수밖에 없다.

상대팀은 보통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온다. 토트넘의 입장에서는 풀백들에게 활발한 오버래핑을 주문하고 공격진에 숫자를 많이 둔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장악하며 상대를 두드려야 한다. 그러나, 이럴 때 경기를 확실히 장악하지 못하며, 강팀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공격진의 퍼즐 맞추기가 필요한 토트넘



이렇게 상대적 약팀과의 경기마저 장악하지 못한다면, 리그 상위권 도전에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기에 새로운 얼굴들이 있는 2선에서의 퍼즐 맞추기가 이번 시즌 토트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현재 3선에서는 다이어와 벤탈렙, 메이슨을 중용하고 있고, 4백도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춰 나가고 있다. 수문장 요리스는 수준급 골키퍼로 역시나 좋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토트넘은 2선을 제외한 나머지 포지션에서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역시나 남은 퍼즐은 2선이다. 현재 맞춰야 하는 퍼즐로는 뎀벨레, 샤들리, 에릭센, 손흥민, 알리, 은지, 타운젠트 등이 있다. 여러 조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조합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알 수 있는 사실은 샤들리, 알리, 손흥민의 조합은 확실히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의 내용적인 측면이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사실 손흥민의 이적료는 이번 시즌 첼시로 이적한 페드로와 약 400억 원대로 비슷하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여기에 손흥민에게 등번호 7번을 주었다. 손흥민을 거의 주전급 선수로 활용하겠다는 포체티노 감독의 의사이다. 그렇다면 주전급 선수인 케인과 그 아래에서 가장 활약이 좋은 에릭센과의 조합을 손흥민에게 기대해봄직 하다.

케인은 루니처럼 중앙까지 움직이며 큰 활동 반경을 가져간다. 측면으로도 자주 빠진다. 이때 케인이 혼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수비진을 달고 나온다. 그때 활발한 스위칭을 통해 2선에서 누군가는 중앙으로 침투를 해줘야 한다. 그러한 부분에서 손흥민의 강점이 발휘된다. 동시에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담당하는 에릭센의 패스까지 더해진다면, 이것이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그림일 것이다.

나머지 측면 한자리는 타운젠트나 은지가 적합하다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측면에서 공을 잡고 중앙으로 드리블하는 전형적인 인사이드 커터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때 상대 수비진의 간격을 벌리기 위해서는 반대편 측면에서 공간을 넓게 활용해주는 윙어가 필요하다.

선덜랜드전 샤들리, 손흥민처럼 양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올 경우 상대방의 두터운 수비조직에 오히려 도움만 주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첼시에서 아자르와 페드로를 함께 쓰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직선적인 돌파를 주로 하는 타운젠트나 은지가 손흥민의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유로파리그도 병행하는 토트넘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에릭센도 경미한 부상이기 때문에 이제 곧 선발 라인업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케인, 손흥민, 에릭센, 은지 혹은 타운젠트의 조합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인 선택이 어떠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장지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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