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맨유 병장' 슈슈를 향한 한 가지 욕심
입력 : 2015.10.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빠르지는 않다. 그런데 어디에든 있다. 발 뻗어 상대를 멈춰 세우고, 앞으로 돌격해 마무리하고 온다.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31, 이하 슈슈). 이런 선수 하나만 있다면 'B급' 경기를 'A급'으로 포장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효율은 최고. 관록이 쌓일 대로 쌓인 채 갓 전입해 온 '병장' 느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일(한국 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2015/2016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조별리그 2라운드에서 2-1로 승리했다. 주인공은 1골 1도움을 쌓은 후안 마타였지만, 중원을 지탱한 슈슈도 빼놓을 수 없다.

슈슈의 플레이는 그라운드 전 지역에 걸쳐 이뤄졌다. 히트맵뿐 아니라, 패스를 행한 지점을 봐도 그렇다(하단 캡처 참고). 공수 전반에 관여한 전천후 미드필더는 밀고 올라오려는 상대의 기세를 대차게 받아쳤다.

루이스 판 할 맨유 감독은 경기 후 "슈슈는 볼을 가장 잘 소유하는 선수다"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최고의 프로 선수다. 풍부한 경험이 맨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보내왔던 신뢰가 여전함을 시사했다.



올 시즌 맨유는 슈슈에 마이클 캐릭, 모르강 슈네이덜린을 차례로 조합해 경기에 나섰다. 특정 선수에게 출전 시간을 몰아주기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배터리를 꾸준히 갈아줬다. 중원의 퍼즐은 슈슈가 들어오면서 비로소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단, 슈슈가 언제나 정답이라고 보기 어려운 구석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맹신', 혹은 '여유' 탓이라고 보는 편이다. 서른 줄에 접어든 베테랑이 짱짱한 20대 초반 선수와 싸운다? 도리어 큰 힘을 발휘한다? 이건 구력(球歷), 시쳇말로 '짬'의 덕이 크다. 실제 뛰는 거리가 크게 처지지 않는 점도 작용하겠으나, '뛸 때'와 '안 뛸 때'를 극명히 구분하고 힘을 잘 분산해 쓴다는 효과도 크다.

다만 경험에 근거한 여유가 맹신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간 몇백 경기를 소화했던, 축구에서는 늘 다른 변수가 튀어나오기 마련. '이 정도는 천천히 접근해도 되겠지'라며 방심하는 순간 팀이 휘청한다.

맨유는 전반 4분 만에 실점했다. 상대 공격은 측면을 통했고, 맨유 수비진은 옆줄 쪽으로 줄줄이 끌려나갔다. 동료 및 공간을 커버하려던 이들의 동선은 크게 모나지 않았다. 다만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연쇄적으로 무너진 감이 컸다. 최후방 수비수였던 발렌시아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잡아보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아쉬운 점은 중앙선 너머에서 더 강하게, 확실하게 끊어내지 못한 것. 슈네이덜린이 측면으로 상대를 추격했을 때 슈슈가 더 빨리 전환해 커버하지 못했다는 것. 실점 장면은 이미 여기에서부터 시작됐다(하단 캡처 참고). 볼은 꼭 안일하게 생각했던 공간으로 살아 들어와 팀 전체를 성가시게 하곤 한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린 지 정확히 '3분 49초'. 단순히 체력 부담, 집중력 저하를 탓할 수도 없는 시간대다. 결국 평소 공을 차는 습관이나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일 공산이 크다. 단순히 이번 일만 갖고 걸고넘어지는 것은 아니다.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한 슈슈는 이런 모습을 줄곧 노출해왔다. 결정적인 위기로 부각된 횟수가 적었을 뿐이다.





슈슈에게 더 완벽한 경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욕심'일지도 모른다. 아군과 적군의 박스를 오가는 현 플레이에서 더욱더 맹렬히, 빠릿빠릿하게 뛰어다니라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 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워온 맨유는 슈슈, 캐릭, 슈네이덜린 등 조금씩 다른 타입의 자원을 역할론에 입각해 짝 맞춰 왔다. '병장' 슈슈에게 일 야무지게 하는 '상병' 슈네이덜린을 파트너로 붙인 것도 다 이유가 있었을 터다.

단, 아무리 조합이 좋아도 팀의 일원으로서 뛰어줘야 할 최소 범위는 존재한다. 동료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커버하는 기본적인 작업이 부재한다면 전체 밸런스가 붕괴될 우려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 각 리그에서 한 가닥씩 하는 팀들과 맞붙는 챔피언스리그라면 조금 더 타이트해질 필요도 있다.

길목을 열어놔도 좋은, 한 수 접어줘도 괜찮은 축구는 없다. 사소한 차이에서 골이 터지고, 승패가 갈린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Sports 중계화면 캡처, Squawk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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