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선의 비주얼풋볼] 환상적 연주 앞두고 있는 클롭과 리버풀의 ‘행진곡’
입력 : 2015.10.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유지선 기자= 위르겐 클롭 감독의 리버풀행이 기정사실화되면서 리버풀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클롭 감독과의 환상적인 연주를 기대하고 있는 팬들이 적잖다.

리버풀은 지난 5일(한국시간)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를 마친 직후 브랜든 로저스 감독의 경질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이후 리버풀은 발 빠르게 감독 선임 작업에 돌입했고, 클롭 감독과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클롭 감독의 리버풀행이 기정사실로 된 분위기다. 사실상 발표만을 앞둔 상황이다.

팬들의 기대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정체성을 심어줄 거란 기대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리버풀은 최근 공수에 걸쳐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수비는 잔 실수를 남발하며 우왕좌왕했고, 빠른 공수전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대에게 패가 뻔히 보이는 공격 방식을 탈피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다.

화살은 자연스레 브랜든 로저스 감독을 향했다. 로저스 감독 체제하에서 리버풀이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로저스 감독은 위기에 처한 리버풀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부임 첫해에 인상적인 후반기를 보내며 기대를 높였다. 2013/2014시즌에는 루이스 수아레스와 다니엘 스터리지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리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로저스 감독이 리버풀에서 화룡점정을 찍은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이적과 동시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탯을 비교해볼 때 초반 두 시즌과 나머지 두 시즌의 희비가 확연히 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볼 점유율과 짧은 패스 기록의 하락세다.

로저스 감독은 스완지 시티를 이끌 당시 특유의 점유율 축구와 짧은 패스 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며 EPL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로저스 감독의 색깔은 점차 옅어졌다. 볼 점유율도 57.2%→55.6%→54.4%→51.7%로 점차 하락했고, 경기당 짧은 패스도 475회→469회→457회→426회로 감소했다. 2013/2014시즌 성적이 일명 ‘선수 빨’이었다는 비난에 시달렸던 이유다.



이제 다음 바통은 클롭 감독이 넘겨받을 예정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물망에 올랐지만, 빅 클럽들을 우승으로 이끈 안첼로티 감독보다는 도르트문트서 팀을 만들어가며 우승이란 성과를 이뤄낸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더 적합한 인물이란 평가가 대다수다.

2008년 5월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잡은 클롭 감독은 중하위권에 머물던 도르트문트를 단숨에 리그 6위로 끌어올렸고,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꿀벌 군단을 2년 연속 리그 정상에 올려놨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서는 2012/2013시즌 준우승이란 쾌거를 달성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효과를 봤던 감독으로, 팀을 만들어가는 데 탁월한 그의 재능은 리버풀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도르트문트의 상승세에 탄탄한 거름이 된 건 클롭 감독하면 떠오르는 전술인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다. 게겐프레싱은 전방압박 전술로, 쉴 틈 없이 강하고 빠른 압박 축구를 구사한다.

이 전술을 리버풀에 그대로 이식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팀을 지속적으로 이끌다보면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색깔이 나오기 마련이다. 뚜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리막길을 걸은 로저스 감독과 같은 길을 가지 않으려면 클롭 감독이 리버풀에 자신의 전술을 어떻게 입혀내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로저스 감독과의 합주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수선해졌던 리버풀, 클롭 감독은 과연 ‘리버풀 맞춤형’ 지휘자가 될 수 있을까? 아직 공식 발표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리버풀과 클롭 감독이 연주할 행진곡이 불협화음이 될지, 환상적인 화음을 낼 수 있을지 여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래픽= 유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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