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염기훈의 최다 도움? K리그 통산 기록의 '숨겨진 맹점'
입력 : 2015.10.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지난 4일에 열린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의 염기훈과 FC 서울의 몰리나는 각각 3도움과 2도움을 기록하며 수원과 서울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후 두 선수는 또다른 희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염기훈과 몰리나가 각각 K리그 통산 71 도움과 69 도움을 기록하면서 68 도움을 기록했던 신태용을 제치고 K리그 역대 통산 최다 도움 순위 1,2위에 나란히 랭크되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맹이 이 사실을 공표한 후 축구계 곳곳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염기훈의 통산 71 도움에는 안산 경찰청 소속으로 K리그 챌린지에서 뛸 때 기록한 11개의 도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신태용과 몰리나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부 축구팬들은 몰리나가 실질적인 K리그 역대 최다 도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기까지 했다.

:: K리그 클래식도 K리그 챌린지도 리그컵도 모두 'K리그'?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정답일까.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K리그의 기록집계 방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발표하고 있는 K리그 기록은 크게 K리그 정규시즌과 리그컵 두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K리그 정규시즌은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리그컵의 기록들이 모두 'K리그'라는 범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기록을 발표할때 K리그 '통산' 기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집계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3개 대회를 모두 프로축구연맹이 관장하고 있기에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리그컵은 모두 '프로축구대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집계 방식은 아니지만 3개 대회를 모두 합쳐서 기록하는 것도 분명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 팬들이 착각하기 쉬운 K리그 통산 기록

하지만 문제는 이 기록을 받아들이는 팬들이다. K리그 통산 기록이 실제로는 3개의 대회 기록들을 합친 기록이라는 것을 아는 팬들은 실질적으로 많지 않다. K리그 기록에 대해서 잘 모르는 팬들이 'K리그 통산 기록'이라는 말을 들었을때는 단순히 K리그 클래식만의 기록 혹은 K리그 챌린지 만의 기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농후하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염기훈의 도움 기록이 이를 방증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의 기록을 구분하고 집계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생긴다. 현재의 집계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K리그 클래식에서의 5도움과 리그컵에서의 5도움이 같은 가치로 간주가된다. 그래서 K리그 클래식과 챌린지 뿐만아니라 리그컵의 기록까지도 다시 별개로 구분해야한다.

도움 2개차이로 K리그 통산 도움 1,2위를 양분하고 있는 몰리나와 염기훈의 도움 기록을 세부적으로 비교해보면 이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염기훈은 현재 K리그 통산 71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 K리그 챌린지에서 기록한 11개의 도움과 리그컵에서 기록한 6개의 도움을 제외했을때 K리그 클래식에서만 기록한 도움은 54개이다. 반면에 K리그 통산 69개의 도움을 기록중인 몰리나는 리그컵에서 기록한 도움이 1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K리그 클래식으로만 따지면 68개의 도움을 가진 몰리나가 염기훈에 훨씬 많은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3개 대회를 한꺼번에 집계하는 바람에 오히려 K리그 통산 기록은 염기훈이 몰리나보다 3개 더 많은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상당수의 팬들은 염기훈이 몰리나보다 K리그 클래식에서 더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고 착각하기가 쉽다.



:: 신태용의 68 도움? 사실은 69 도움이 정확하다

하지만 K리그 통산 기록의 허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K리그 통산 기록에는 1984,1986,1995,1996 시즌에 치러졌던 K리그 챔피언결정전들과 1992 시즌에 치러졌던 아디다스컵(리그컵) 챔피언결정전의 기록이 빠져있다. 이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1998 시즌 이전까지는 챔피언결정전을 '번외경기' 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995년에 일화 천마(現 성남 FC) 소속으로 1K리그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했던 신태용은 멀쩡한 도움 1개를 자신의 기록에서 잃게 되었다. 당시 신태용은 포항 아톰즈(現 포항 스틸러스)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후반 12분과 후반 20분에 2골을 넣은데 이어 후반 40분에는 고정운의 골까지 어시스트하며 일화의 3-3 무승부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날 신태용이 기록한 2골 1도움은 프로축구연맹의 방침으로 인해 K리그 통산 기록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68도움으로 알려진 신태용의 도움은 69개가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몰리나가 10월 4일 경기를 통해 신태용의 K리그 통산 도움 기록을 추월했다고 발표한 연맹의 주장은 잘못된 셈이된다. 2011 시즌에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가 치른 챔피언결정전은 공식 기록에 포함하면서 1995 시즌에 포항과 일화가 치른 챔피언결정전을 비공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기록의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K리그 기록 집계, 과연 현재 방식이 최선일까

축구에서 기록은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작은 기록이라도 그것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하나의 역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록을 집계할때는 최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집계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현재 K리그 통산 기록이 정확하고 체계적으로 집계된 기록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리그 우승을 판가름했던 챔피언결정전의 일부 경기들이 번외경기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번의 K리그 통산 최다 도움 기록 논란처럼 3개의 대회를 포괄하여 집계한 기록의 의미가 평가절하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11 시즌을 끝으로 리그컵을 시행하고 있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K리그와 리그컵을 합산한 기록을 계속 발표할 경우 팬들이 K리그 통산 기록을 K리그만의 기록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현재의 집계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기록들을 정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록은 논란이 생기는 순간부터 권위를 갖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현재의 K리그 통산 기록은 결코 최선의 기록이 아니다.

글=<내 인생의 킥오프> 김지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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