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했던 지동원과 정성룡, ‘플랜B’ 성공의 일등공신
입력 : 2015.10.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서울월드컵경기장] 유지선 기자= 오랜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은 지동원(24, 아우크스부르크)과 정성룡(30, 수원삼성)이 자메이카전 최전방과 최후방서 나란히 맹활약하며 슈틸리케호의 5경기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은 13일 오후 8시(한국시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 1주년 기념 경기로 치러진 자메이카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하면서 ‘플랜B’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날 경기는 그동안 선발 라인업에서 배제된 채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선수들이 그동안의 한을 풀어내는 장이 됐다. 그 중심에 있던 건 지동원과 정성룡이다.

:: ‘78분 맹활약’ 지동원, 새로운 자극받고 소속팀 복귀

지동원은 전반 35분 깔끔한 헤딩 골로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깼고, 후반 10분에는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8분 뒤에는 벼락같은 슈팅으로 상대 골키퍼를 바짝 긴장시키며 황의조의 쐐기골까지 이끌어냈다. 자메이카전 3득점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지동원이다.



사실 지동원은 그동안 대표팀서의 활약이 미미했다. 문전에서 무딘 모습으로 공격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항상 공격진에서 차순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탁’치게 만들 정도로 날카로웠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메이카의 측면을 괴롭혔고, 과감한 슈팅과 연계플레이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그동안 아쉬움을 남겼던 골 결정력도 개선된 모습이었다.

지동원은 경기 종료 후 인터뷰에서 “마음고생을 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답답한 마음이 컸다. 오늘 기록한 득점 덕분에 답답함을 날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러나 앞으로 소속팀에서 더 잘해야 부름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4년 만에 터진 A매치 득점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A매치 활약이 새로운 자극제가 된 셈이다.

:: ‘334일’만에 선발, 그러나 끝까지 덤덤했던 정성룡

자메이카전을 계기로 잔잔했던 연못에 새로운 물결이 인 선수가 또 있었다. 정성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성룡은 선발 출전에 대한 갈증이 더 심했다. 지난해 11월 요르단과의 평가전 이후 주전 골키퍼 장갑을 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334일 만에 선발로 그라운드에 나선 정성룡의 몸놀림은 한창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하던 때와 같았다.

정성룡은 전반 10분 자메이카의 역습 상황에서 데숀 브라운의 대포알 같은 슈팅을 안정적으로 잡아냈고, 전반 21분에는 놀라운 반사 신경을 발휘하며 데숀 브라운의 날카로운 헤딩 슈팅을 역동작으로 선방해냈다. 비록 후반 2분 백패스를 넘겨받은 뒤 볼을 끌면서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주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마음이 편할 리 없지만, 정성룡은 시종일관 덤덤했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 위기감을 느끼기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들 잘해주고 있지 않는가. (오랜만의 선발 출전에)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독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굳은 표정에서 불안감에 휩싸이지도, 한 번의 활약에 들뜨지도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정성룡이 아직까지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아주 잘 해줬다. 지동원도 마찬가지”라며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두 선수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대표팀서 서서히 옅어지는 듯 했던 지동원과 정성룡, 그러나 뒤에서 묵묵하게 기회를 노린 이들이 있었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플랜B’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윤경식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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