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의 특별한 여자 풋살 대회, 레이디스 월드컵 이야기
입력 : 2015.11.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X 에스이앰 제휴] 한재현= 축구는 경쟁이다. 한편으로 놀이이며,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 부천FC가 처음으로 시도한 풋살 대회에서 보여주고 있다.

K리그 챌린지 부천FC가 주최하고 OBS 방송국이 주관하는 부천FC 2015 제 1회 레이디스 월드컵 인 풋살이 지난 21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부천 구단이 지역 사회 공헌 활동 중 하나로서 순수 아마추어 여성 선수들의 축구 참여도를 높이고, 팀원 간 돈독한 우정과 추억을 쌓을 수 있게 개최되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걱정되는 점은 꽤 있었다. 일부 타 아마추어 여자대회랑 겹쳤고, 처음 개최된 만큼 목표로 했던 24팀을 채우지 못할 수 있었다. 예상과 다르게 많은 팀과 인원이 참가했고, 총 24팀에 180여명이 넘는 여자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했다. 대회 열기를 띄울 수 있는 분위기는 되어 있다. 특히 여성들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답고 즐거운 축제로 남은 점에서 의미 있었다.

#첫 참가, #외국인 #아줌마투혼
이번 대회에서 눈에 띌 만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다수의 팀들이 창단 이후 몇 년간 팀을 운영했지만, 올해 갓 창단해서 처음으로 대회를 참가하는 팀들이 많았다. 그 중 한 팀인 순천향대 FC헛발질도 그 중 하나다. FC헛발질은 올 해 창단했고,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연습할 정도로 아직 구색을 갖춰지지 않았다. 결과도 아쉽게 조별리그 탈락. 그러나 당장의 성적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FC헛발질 멤버 박지영씨는 “성적은 아쉽지만, 첫 참가인 만큼 참가에 의의를 두고 있어요. 다음에 나가면 다 잘해봐야죠”라며 아쉬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번 대회에는 외국인 멤버들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대 여자 축구동아리 SNU WFC에는 스페인 출신 오르테즈 페레즈 아르민다. 그는 큰 체구를 바탕으로 몸싸움은 물론 수준급 볼 처리를 선보이며,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말 그대로 용병 선수라 할 수 있다. 아르민다씨는 서울대생인 아닌 강남에 있는 인터네셔널스쿨에서 일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축구를 즐겼던 그는 우연치 않게 집 근처에서 SNU WFC 멤버들이 축구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같은 팀이 되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아르민다씨는 “몸을 제대로 못 풀어 힘들었지만, 스페인에서 했던 축구를 한국에서 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만족했다. 이밖에도 선문대 FC BORUM에는 주리, 키아키 등 일본인 멤버들도 참가해 대회를 즐겼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팀들이지만, 40~50대로 구성된 팀도 청춘을 함께 했다. 강서풋살퀸즈는 A,B 팀 두 팀으로 나뉘어 출전했고, 특히 B팀은 골키퍼 윤정원(39)씨를 제외하고 40줄을 넘겼다. 특히 최고령 이금애(55)씨가 젊은이 못지 않은 활동량을 선보이는 등 대한민국 엄마의 힘을 과시했다. 강서풋살퀸즈와 맞붙었던 부천대 비욘드팀은 “다소 격하셔서 적잖이 놀랬지만, 예상치 못할 정도로 잘 뛰신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강서풋살퀸즈 B팀은 이번 대회에서 4강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즐겨라 1. 이색적인 팀 이름, 족구 시합
이 대회 취지 중 하나는 즐김이다. 다수의 팀들이 재미있는 팀 명으로 참가하며 개성을 뽐냈다. 한국외대 홀릭스는 3팀으로 나뉘어 참가했는데, 팀명은 ‘정신차례 이 각박한 세상에서, ‘이팔청춘’ ‘상금사냥꾼’. 튀고 싶은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금 사냥꾼이 되고 싶으면 정신차리라는 뜻에서 지었다고 한다. 홀릭스는 의미대로 ‘상금사냥꾼’에 에이스들을 배치했고, 8강까지 진출했지만 아줌마 군단 강서풋살퀸즈와 대결에서 승부차기 벽을 넘지 못해 원했던 상금은 얻지 못했다. 페어플레이상이라도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 이 밖에도 해리포터를 좋아해서 지었다는 인하대 INHA WICS의 ‘해리포터와 비밀의 공’, 순천향대의 ‘FC 헛발질’ 등 여학생만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조별리그에서 쉬는 시간 다들 모여 점심도 먹으며 소풍 분위기를 내는 팀이 많지만, 덕성여대 퍼스트 프레임 멤버들은 간단한 족구시합을 펼치기도 했다. 안전펜스를 대신 네트 삼아 경기했고, 여자 선수들과 이태웅 코치간의 대결로 진행됐다. 그러나 혼자서 싸운 이태웅 코치가 선수들을 압도한다. 결국 벌칙은 딱밤. 여자라고 절대로 봐주는 법이 없었고, 멤버들은 뜨거운 고통을 맛봤다.



즐겨라 2. 다채로운 이벤트, EDM 시상식으로 재미 UP
이번 대회는 단순히 축구로만 이뤄지지 않았다. 대회 보다 축제로 굳혀가자는 취지에 맞게 다양한 이벤트로 참가자들을 즐겁게 만들려 노력했다.

조별리그 종료 후 8강 팀들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은 짐을 싸고 돌아가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이벤트로 참가자들의 발길을 잡았다. OX 퀴즈와 신발 멀리던지기를 통해 늦가을 소풍 분위기를 냈다. 이어 마술쇼 공연까지 펼치면서 참가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게 만들었다.

하이라이트는 결승전 이후 EDM(일레트로닉 댄싱 뮤직) 페스티벌. 시상식도 EDM 공연과 같이 진행해 다같이 축하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번 대회 첫 우승한 이화여대 아싸(ESSA)팀의 시상식도 클럽 분위기를 내는 등 색다른 느낌이 들 정도였다.



레이디스 월드컵의 메시지, 축구가 주는 즐거움은?
최근 국내 축구계에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 축구를 향한 악영향을 떠나서 축구가 주는 많은 긍정적인 요소들이 낮게 평가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길 정도다.

이날 참가자 대부분은 승패보다 대회를 통해 축구를 즐기고, 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우정을 쌓는 대서 큰 의미를 뒀다. 일부 팀에서 지나친 승부욕으로 약간 눈살 찌푸린 장면이 있었으나, 대부분 서로를 격려하고, 패한 팀에게 위로의 인사를 건 내는 등 아름다운 장면도 자주 나왔다. 상금사냥꾼은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했고, 한 참가자가 울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로 안아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비록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이지만, 축구가 주는 본질을 준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축구가 단순한 운동이 아닌 누구에게 희망이 되고 즐거움이 된 만큼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란다.

글(부천)=에스이앰 한재현 기자(http://semsports.co.kr)
사진=부천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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