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스카우터] ‘대기만성’ 바디, 대기록으로 완성된 신데렐라 스토리
입력 : 2015.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신명기 기자= 선두 싸움으로 주목을 받았던 레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 경기 결과보다도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제이미 바디(28, 레스터 시티)였다. 지난 뉴캐슬전 골로 루드 판 니스텔루이의 10경기 연속 득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바디는 맨유전 선제골로 기적에 가까운 대기록을 작성했다.

레스터는 29일 오전 2시 30분 킹파워 스타디움서 열린 2015/201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서 . 이날 역시 선발 출전한 바디는 전반 24분 푸흐스의 정확한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만들어 본머스전 이후 11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했다.

이미 공장 노동자, 8부리거 출신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바디는 대기록을 작성하면서 신데렐라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물론 아직 선수로서 한창인 바디의 미래는 더 밝아질 수 있다. 여전히 연속 득점 기록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고 잉글랜드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 공장 노동자 바디, 정신력과 성실함이 만든 성공

바디는 15세였던 2002년 셰필드 웬스데이 유소년 선수로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축구 선수로는 다소 늦은 시점이었다. 당시 잉글랜드 8부리그(아마추어)의 스톡스브리지로 적을 옮긴 바디는 2007년 1군으로 승격했다. 바디는 생활하기 힘든 급료 수준(주급 5만 원 수준)으로 인해 오전에 치료용 부목 공장에서 일해야만 했다.


바디는 할리팍스 타운에 이어 컨퍼런스 프리미어(5부리그) 플릿우드 타운을 거치면서 좋은 기록을 남겼다. 리그 31골을 비롯해 42경기서 34골을 터뜨렸다. 이에 강한 인상을 받은 나이젤 피어슨 전 감독의 눈에 띄었고 이적 한 시즌 만인 2012년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의 레스터로 이적했다. 레스터가 지급한 100만 파운드(약 17억 4,000만 원)의 이적료는 바디에 대한 좋은 평가를 대변했다.

하지만 바디가 처음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데뷔 시즌 리그 26경기를 소화할 만큼 기회를 잡았지만 컵 대회 포함 5골을 넣는 데 그쳤다. 하지만 넓은 활동량과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바디의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3/2014시즌 16골을 터트리며 팀의 EPL 승격에 일등공신이 됐다.

지난 시즌 EPL 승격 이후에도 5골(34경기)을 터뜨린 바디는 올 시즌 맨유전 포함 14경기서 14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리그 득점 선두 및 11경기 연속 득점으로 EPL 역사를 새로 썼다. 이에 로이 호지슨 감독은 지난 5월 바디를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해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심지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그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로 올라선 바디다.

:: 미완의 대기 바디, 라니에리를 만나다

레스터에서 기회를 줬던 것이 나이젤 피어슨 감독이었다면 선수 생활의 정점을 찍게 해준 것은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었다. 라니에리 감독은 지난 7월 나이젤 피어슨 감독의 뒤를 이어 레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았다.

64세의 라니에리 감독은 레스터에 부임하기 전까지 무려 15개 팀을 이끌었다. 이탈리아 출신이었음에도 다양한 리그를 경험한 그는 레스터에서 EPL 2번째 도전에 나섰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첼시를 맡았던 라니에리 감독은 4시즌 동안 6위, 6위, 4위, 2위의 기록을 남기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1부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뛰어난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 청부사 보다는 건축가에 가까웠던 라니에리 감독은 팀을 잘 재건하고 숨겨진 스타를 발굴하는 능력이 탁월했고 레스터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 영입한 은골로 칸테, 크리스티안 푸흐스, 로버트 후스를 팀에 잘 적응시킨 라니에리 감독의 능력은 가능성 있던 기존 선수들의 활약으로 드러났다. 바디를 비롯해 마크 알브라이턴, 리야드 마레즈, 다니엘 드링크워터 등은 라니에리 감독의 조련 하에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무엇보다 선수 구성과 팀 컬러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정확성이 떨어져 투박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폭넓은 활동량과 스피드, 피지컬 능력이 좋은 레스터는 강력한 압박과 역습을 통해 꾸준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것이 바디다. 178cm의 바디는 기술적인 선수는 아니다. 올 시즌 패스 성공률(65.9%)과 평균 패스 시도(17.8회)가 이를 증명한다. 공을 지켜내고 동료에게 내주거나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 뒷공간 침투, 과감한 돌파가 주요한 임무였다.

팀이 점유율과 정확성을 앞세운 공격을 펼쳤다면 바디의 활약은 두드러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넓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팀 컬러와 직선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최대한 살렸고 이는 바디의 활약을 위해서 적합한 환경이 됐다. 결국 지난 본머스전 페널티킥 동점골을 시작으로 올 시즌 득점 사냥에 나선 바디는 무려 11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팀을 상위권에 올려놓았다. 라니에리 감독과의 궁합이 돋보였던 부분이다.

:: 스포트라이트 속 대기록, 바디가 대단한 이유

사실 바디의 신기록 달성이 더욱 대단한 것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지는 부담스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바디의 골행진이 멈출 줄 모르자 현지 언론을 비롯한 축구팬들은 그의 기록 달성 여부에 관심을 뒀다. 게다가 이번 경기가 종전 기록 보유자 판 니스텔루이가 소속됐던 맨유전이었기에 부담은 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디는 전반 24분 만에 대기록을 달성했다. 푸흐스의 정확한 스루패스가 이어졌고 1대1 상황을 맞이한 바디는 마치 기계처럼 골문을 열어 제쳤다. 거칠 것이 없는 플레이로 부담보다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바디의 골기록이 더욱 대단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 바디, 유로 2016 승선 가능성 ‘UP'

이날 경기장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호지슨 감독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호지슨 감독은 바디를 비롯해 웨인 루니, 크리스 스몰링, 마이클 캐릭, 에쉴리 영 등 이번 경기에서 뛴 잉글랜드 선수들의 경기력 체크를 하는 듯 보였다.

바디의 골이 나온 이후 현지 카메라가 잡은 것도 호지슨 감독의 얼굴이었다. 마치 ‘보고 있나, 호지슨?’이라는 물음을 하듯 그를 화면 한 가득 잡았다. 물론 이날도 득점을 올린 바디에 대한 평가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바디가 잉글랜드 대표팀에 승선한 것은 지난 5월이 처음이었다. 선수생활 내내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하며 주목되지 못했던 바디는 당당히 잉글랜드 성인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아일랜드전서 데뷔전을 치른 바디는 산마리노와의 유로 2016 예선전서 첫 선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어 지난 10월 에스토니아와의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교체 투입돼 스털링의 골을 도우면서 첫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이후 리투아니아전을 치른 바디는 끝내 데뷔골을 넣는 데 실패했고 스페인, 프랑스와의 친선 2연전서는 부상으로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바디는 EPL서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다시 한 번 호지슨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같은 경기에서 루니가 부진함에 따라 잉글랜드 대표팀 내에서의 경쟁도 더욱 불을 뿜게 됐다. 이미 해리 케인(토트넘)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바디의 맹활약은 유로 2016 우승을 노리는 잉글랜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선수 생활 내내 주목받지 못하다 뒤늦게 스타덤에 오른 바디. 대기만성형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과 성실성을 앞세워 대기록을 세웠다. 계속 기록 달성에 도전하는 그의 득점행진은 EPL에서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 28세인 바디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쓰여질 그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번 기록 달성으로 완성에 가까워지게 됐다.

▲ 11G 연속골, 바디의 연속득점 일지(4R~14R)
1. 對 본머스(1골, PK)
2. 對 A. 빌라(1골)
3. 對 스토크(1골)
4. 對 아스널(2골)
5. 對 노리치(1골, PK)
6. 對 사우샘프턴(2골)
7. 對 C. 팰리스(1골)
8. 對 WBA(1골)
9. 對 왓포드(1골, PK)
10. 對 뉴캐슬(1골)
11. 對 맨유(1골)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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