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소식] ‘울산에서 새 출발’ 김용대, “아쉬움? 다 털어냈다”
입력 : 2016.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재현 기자=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다 털었다. 프로는 그런 것이다.”

FC서울에서 울산 현대에 새롭게 둥지를 튼 골키퍼 김용대(37). 엊그제만 하더라도 서울의 레전드였던 그는 우리 나이 서른 여덟에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13일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장 캠프에서 만난 그는 “서울에 6년을 있었고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대는 유소년 시절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2000년 연세대 재학시절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A매치를 치른 기대주였다. 189cm의 키와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공중볼 제압과 세이브 능력에서 탁월했다. 김병지, 이운재 등이 균점하던 당시 대표팀 골키퍼 구조를 한 순간에 깰 수 있는 후보였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이뤄진 유럽 전지훈련에도 합류해 현재 윤정환 감독과 함께 선수 생활을 했다.

그러나 대표팀 수문장은 기회가 왔을 때 움켜쥐지 않으면 모래처럼 손에서 빠져 나가는 법이다. 팬들은 그가 대한민국 간판 골키퍼로 부상할 날을 기다렸지만, 2002년 월드컵 본선에는 나가지 못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본선에 나갔지만 뛸 수가 없었다. 독일월드컵 이후에는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과의 경쟁도 벌여야 했다. “1%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표팀 일인자만이 전부는 아니다. 공격적인 것보다는 안정감 우선으로 골문을 지키고자 하는 나와의 약속에 항상 충실했다. 힘든 시간이 있었지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K리그 무대에서는 성실파로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부산과 성남, 상무 등을 거쳤고 2010년 서울로 옮긴 뒤에는 팀이 두 정상에 오르는 데 핵심 구실을 했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의 이적으로 수문장 자리에 공백이 생긴 울산이 재빠르게 김용대를 낚아챈 데에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중량급 선수의 안정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팀의 최고참 맏형으로서 해줄 역할도 크다. 김용대도 이런 책임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운동장에서 열심히 뛰고, 운동장 밖에서는 팀이 하나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축구는 여럿이 하는 것이기에 끈끈하게 뭉쳐야 진짜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프로 400경기 출장을 앞두고 있는 김용대도 후배들과 팽팽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지난 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울산 유스 출신의 장대희(22)는 한 차원 더 발전해 골문의 틈을 없애고 있다. 새로 영입된 정산(27)도 잠재력이 큰 선수다. 김용대는 “프로에서 전쟁은 피할 수 없다. 내가 아니면 다른 선수가 차지한다. 훈련과 경기에서 경쟁자들을 앞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 속에서 영상을 돌려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매 경기에 대비해온 김용대. 그는 “너무 긴장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풀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울산이 우승하는 상상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직하면서도 강단있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완숙기에 접어든 선수의 포스가 느껴진다.

가고시마=공동취재단
사진=울산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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