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백승호는 어느 위치에서 크게 될까, 측면? 중앙?
입력 : 2016.02.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측면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아니었어?

백승호(18)가 근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여러 궁금증도 해소되고 있다. 포지션도 마찬가지. 그간 추정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도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국내에 알려졌듯, 백승호가 성장한 자리는 중앙 미드필더가 맞다. 최전방 공격수(9번) 아래 8번이나 10번으로 컸다. 그보다 한 칸 아래인 수비형 미드필더(6번) 역을 맡는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실제로는 앞선에서 공격적인 지원을 수행했다. 바르사는 기술이 안정돼 있고, 볼을 만질 줄 아는 이들에게 전통적으로 중원 역할을 맡겨 왔다.

4-3-3(4-1-4-1)에서는 공수 전환의 중심이 돼 역동성을 더한다. U-18, U-19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그랬던 것처럼 4-2-3-1이라면 최전방 공격수 바로 아래에서 창조성을 가미할 섀도 스트라이커로 기능할 수 있다.



하나 더 흥미로운 게 있다면 측면 공격수로서도 제법 인상적이란 점. 측면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백승호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비단 안쪽으로 들어와 플레이 메이킹에만 치중하는 '반대발 윙어'가 아닌, 동시에 바깥으로 치고 나갈 '클래식 윙어'의 색깔도 함께 연출했다.

백승호는 FIFA(국제축구연맹) 징계 해제 후 첫 두 경기에서만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복귀전이었던 에브로전에서는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두 번째 코르네야전에서는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이후에는 오른쪽 날개(7번)를 중심으로 해 왼쪽 날개(11번)도 두루 봤다. 지난 10일(이하 한국 시각) 바르사B 연습 경기에서 45분간 뛰며 골을 기록했을 때도 자리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였다. 21일 바르사B 공식 데뷔전을 치르며 3~4분 동안 그라운드를 밟았을 때 역시 위치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였다.



'윙어 백승호'에 물음표를 다는 것은 몇몇 편견 때문일 공산이 크다. 가령 '백승호가 측면에서 뛰기엔 느리지 않아?'라는 의문. 이는 볼을 제자리에 잡아두고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온 바르사 미드필더 일부의 이미지를 투영해 이 선수를 가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백승호는 오히려 출중한 스피드로 공격적 야성을 드러내 온 타입이다. 초등생 시절 김포 대표로 경기도 지역 육상 대회에 나가 입상한 일화도 있다. 당시 타 시, 군과의 비율을 맞춰 보면 도 전체에서도 10위권 안팎의 속도를 뽐냈다.

대동초 소속으로 경주 화랑대기, 제주 칠십리배 등 각종 대회에서 득점한 영상만 봐도 그렇다. 볼을 달고 뛰며 속도를 높이는 장면이 상당히 자주 나온다. 그리 크지 않은 키로 고층 빌딩 숲을 헤치고 다니는 그런 맛이 있었다. 피니쉬에도 능해 득점상이나 MVP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어떻느냐. 아직 힘이 덜 붙은 느낌은 있다. 본격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지 않은 터라 치고 나가는 폭발력 면에서 골격이 완성된 경쟁자보다는 처질 수도 있다. 다만 볼을 본인 발밑에 둔 뒤 다음 동작으로 이어가는 동작이 부드럽고, 이와 결부 지어 언제든 가속도를 올릴 능력치는 내재했다고 보는 편이다. 사라고사전 득점 장면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앞으로 더 좋아질 부분이다.

'키가 갑자기 커서 밸런스가 망가졌다?' 이 역시 오해다. 현재 180cm 신장에서 나오는 백승호의 동작은 예전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크다. 극단적인 예로 리오넬 메시와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드리블 장면을 상상해 보면 답이 나온다. 폼이 굼뜨면 속도가 떨어지고, 상대에게 방해를 당할 확률이 뛴다. 특히 드리블 방향을 급격히 바꿀 때 치명적이다.

백승호의 현 몸은 170cm 초중반이 지닌 짱짱하면서도 저돌적인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다. 작고 날쌘, 우리가 생각해온 전형적인 윙어의 틀에도 살짝 안 맞는다. 다만 단순히 급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은 억측이다. 키가 자라며 몸 중심이 상승한 감은 있지만, 코어 운동 등으로 잘 잡아온 덕에 상체를 좌우로 격렬히 흔들어도 버틸 만큼의 균형감은 있다. 이는 양발을 가리지 않는 선수 개인의 특성과 맞물려 예측 불가능한 드리블까지 몰고 온다.



멀티 플레이어는 팀 차원에서 더없이 귀하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사 감독도 그렇다. 아르다 투란 카드를 갖고 있을 때, 선수 기용은 물론 플레이 관점에서도 확실히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굳이 교체 인원을 하나 더 쓰지 않고도, 스위칭을 연쇄적으로 줄 수 있다. 지도자들이 성장기에 놓인 선수들에게 "여러 포지션을 수행할 능력을 기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 백승호가 측면도 겸한다고 해서 당장 1군 선수단과의 경쟁 구도를 점칠 일은 아니다. 바르사B 데뷔를 통해 성인 무대에 발을 내딛은 만큼 언제든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시나리오임은 부인할 수 없다. 단, 앞으로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적적으로 빨라질 수도 있고, 기대에 어긋나게 늦어질 수도 있다.

지금은 몸이 더 여물길 기다려야 할 때가 맞을 터다. 동 나잇대보다 골격 성장이 2년 반 늦었던 백승호는 아직도 크고 있다.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 연마하며 바르사B, 더 나아가 바르사A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기 위해 땀 흘리는 것이 먼저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묵묵하게 나아간다면 그 기회는 슬그머니 찾아오지 않을까.

사진=FC 바르셀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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