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탐방] 포항 화수분 관문 포철고, 성공 비결은 '기본'
입력 : 2016.04.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포항] 한재현 기자= ‘믿고 쓰는 포항산’. 포항 스틸러스는 유소년 자체에서 뛰어난 선수를 발굴하는데 능한 ‘화수분 축구’로 불리고 있다. 이는 포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포항의 화수분 축구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포항 U-18팀인 포항제철고(이하 포철고). 현재 팀 주축인 손준호, 문창진, 정원진, 이광혁을 비롯해 신진호(상주 상무), 이명주(알 아인), 김승대(연변), 고무열(전북 현대)등 포항의 영광 시대를 함께 했던 선수들도 포철고의 육성 시스템 속에서 탄생했다.

포철고는 K리그 주니어에서 독보적으로 선수 육성과 성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매년 주말리그 또는 전국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 고등부 왕중왕전 후반기 우승을 차지하며 명문 포철고 위엄을 과시했다. 올해도 역시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는 건 당연하다.

’첫 감독’ 윤희준 감독, “내 색깔보다 선수 성장이 우선”

올해는 지난해까지 황선홍 전 1군 감독을 보좌했던 윤희준 전 코치가 포철고 감독으로 부임해 포항 유스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포철고 출신 선수들이 프로에서 성공과 실패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선수 육성에 있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인 것이다.

지도자 생활 첫 감독을 맡으면서 의욕도 생겨 자신의 색깔을 내고 싶어 할 터. 그러나 윤희준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내 생각대로 하는 축구가 아니라 우리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맞춰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낮췄다. 즉 포항이 원하는 선수 육성에 철저히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특별함? 기본기가 잡혀야 프로서 성공

K리그 팀들 중에서 포항의 선수 육성 시스템은 잘 잡혀져 있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윤희준 감독의 답변은 예상 외였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고등학생인데도 기본기를 중요시 한다. 축구는 실수를 줄여가는 게임이다.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같은 선수들 보면 기본기가 잘 잡혀 실수를 줄여 나갔기에 프로서 성공했다. 이는 현재 최진철 감독과 황선홍 전 감독 모두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

“아이들에게도 설명하니 믿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오니까 특별한 걸 기대를 했는데, 기본기를 중요시 하니 나름대로 실망한 것 같기도 하고(웃음)”

실제로 2시간 동안 열렸던 훈련에서 대부분 차지했던 건 패스, 슈팅, 트래핑 등 기초 훈련이 대부분이었다. 세 사람씩 짝을 지어 밴드로 서로를 이어 기본기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막판에 부분 전술 훈련만 이어졌을 뿐이다. 윤희준 감독의 말처럼 기본기 훈련에 지루할 수 있지만, 포철고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선배들처럼 성공 신화를 이어가려는 전통과 꿈에 자신들도 포함 되고 싶은 의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승모-김찬, 포항의 페러다임 바꿀 기대주
포항이 최근 발굴해낸 선수들의 포지션은 미드필더 또는 측면 공격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중앙 수비수와 최전방 공격수에서 마땅한 기대주가 없었기에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었다. 현재 포철고에서 자라나고 있는 두 선수를 보면 기대감은 높아질 지도 모른다.



이승모(3학년)는 현재 포항과 대한민국 중앙 수비를 책임져 줄 수비수로 손꼽히고 있다. 지난해 최진철 감독과 함께 U-17 월드컵에 참가했고, 브라질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던 팀 동료 최재영을 대신해 안정된 수비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현재 K리그 주니어 리그에서 중앙 수비수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고 있지만, 국제대회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승모 본인도 “지난해 U-17 월드컵을 비롯해 최근 U-19 대표팀에서 독일과 평가전을 치른 후 자신감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며 최근 급성장에 놀랄 정도다.



김찬(1학년)은 포항 구단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형 공격수다. 186cm의 큰 키에 득점 감각이 좋은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1학년임에도 주전으로 뛰고 있으며, 타 팀 3학년 선수들과 대결에서 압도할 정도다. 윤희준 감독도 “찬이의 현재 실력은 고3 수준을 조금 넘어섰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주니어 리그에서 5경기 4골을 넣었다. 그러나 최근 부산 개성고(부산 U-18)과의 경기에서 허리를 다쳐 5주 동안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상태다.

지난해 보다 전력 약화? 올해도 기대되는 포철고 성적

성적 보다 선수 육성을 중요시 하는 포철고 특성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전혀 나쁘지 않다. 매 년마다 주니어리그를 비롯해 고등부 왕중왕전, 각 종 전국대회만 나가면 어김 없이 우승후보로 손꼽힐 정도다. 지난 2015년에는 주니어 후기리그 B조와 왕중왕전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포철고의 위상을 드높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망은 좋지 않았다. 팀 주축이 될 3학년 선수들 실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아 저학년 선수들로 팀을 꾸려갈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동해안 라이벌인 울산 현대고(울산 U-18) 3학년 선수들이 가장 좋기에 고전할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저학년 선수들은 예상 외로 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주니어리그 B조에서 4위에 있지만 울산 현대고와 승점 3점 차이인 만큼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수치다.

포항 관계자도 “우리는 올해 큰 기대를 안하고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의외로 잘해주고 있으며 현대고가 좋은 선수들이 있음에도 생각보다 강하지 않더라.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선수 육성과 함께 성적까지 함께 잡고 있는 포철고.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도 명문 포항이라는 자부심과 버틸 수 있는 힘을 불어 넣고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갈수록 기대되는 포철고의 행보는 여전히 기대감이 넘칠 수 밖에 없다.

사진=한재현 기자,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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