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캐스퍼 슈마이켈, 아버지 그늘서 빛나다
입력 : 2016.05.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재현 기자= 레스터 시티 첫 우승을 지켜낸 골키퍼 캐스퍼 슈마이켈(30). 명 골키퍼였던 아버지 피터 슈마이켈 그늘에 가려졌지만, 스스로 우승을 일궈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증명했다.

토트넘 홋스퍼가 3일 오전 4시(한국시간) 첼시와의 2015/2016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36라운드에서 2-2로 비겼다. 레스터 시티와 토트넘의 승점 차가 7점이 되면서 남은 2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 지었다.

항상 리그 중하위권과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을 걱정했던 레스터 시티는 올 시즌 예상을 깨고 드라마 같은 우승 스토리를 써냈다.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아스널, 리버풀 등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강팀들을 누르고 이룬 성과라 의미는 더욱 깊다.

이는 캐스퍼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시즌 레스터 시티 주전 골키퍼로서 리그 36경기 모두 출전해 34실점으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캐스퍼는 실수 없는 안정된 볼 처리와 리딩, 결정적인 순간 선방쇼를 펼치며 명 골키퍼 출신 아버지 피터 슈마이켈을 연상 시킬 정도였다.

캐스퍼는 아버지의 후광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를 짓누르는 큰 산이었다. 피터 슈마이켈은 선수 시절 맨유와 덴마크 축구 역사상 위대한 골키퍼로 손꼽혔다. 그는 맨유에서 리그 5회, FA컵 2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1회 등 굵직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자연히 아버지만큼 캐스퍼에게 거는 기대도 컸고,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 달리 험난한 축구 인생을 걸었다. 2005년 맨시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2009년까지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후 여러 팀을 임대 또는 이적으로 떠돌아 다녔고, 2011년 여름 레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겨우 정착했다.

올 시즌 우승으로 자신을 짓눌렀던 아버지 그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피터 슈마이켈 아들이 아닌 레스터 시티, EPL을 대표할 수 있는 골키퍼로 손꼽혀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리그 우승을 이룬 레스터 시티는 다음 시즌 UCL 무대에 나선다. 아버지 피터는 지난 1998/1999시즌 맨유 소속으로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캐스퍼도 아버지가 걸었던 UCL 정상 등극에 충분히 욕심 날 것이다.

이번 우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 낸 레스터 시티. 캐스퍼도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단단히 새길 수 있을까? 웃지 못한 금수저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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