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최태욱 서울 이랜드 U-15 감독의 메시지 : '속도'보다는 '방향'
입력 : 2016.05.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홍의택 기자= 지난 14일 서울 보인중학교 운동장. 난데없이 케이크가 등장했다. 초는 하나뿐. 누군가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이날 서울 이랜드 FC(이하 서울 E) U-15는 더없이 값진 순간을 누렸다. 팀 창단 이후 첫 승을 거둔 것.

지난 3월, 역사적인 첫발을 떼자마자 먹구름이 몰려왔다. 동북중에 당한 0-6 완패를 시작으로 2016 전국 중등 축구리그 서울 동부 권역에서 5경기 내리 졌다. 4골을 넣은 동안 무려 30골을 내줬다. 이리저리 치이고 깨졌던 이 팀은 개막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첫 승을 신고했다.

최태욱 서울 E U-15 감독은 4-2-3-1에 맞춰 라인업을 꾸렸다. 최하민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고, 현정우-김동민-박준영-조우렴을 포백으로 삼았다. 김준서-오웅찬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으며, 그 위에 박준우-김환희-배우리 조합을 얹었다. 김가림에게 최전방 공격수 임무를 부여했다. 그 외 한승우, 박준영, 박태랑, 박광현, 황은총을 교체 투입해 힘을 보탰다.

경기는 시작부터 잘 풀렸다. 김환희가 전반 14분 만에 선제 득점을 뽑아냈고, 배우리가 10분 뒤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에 추격 골을 내줬으나, 후반 들어 박준우와 오웅찬이 각각 쐐기를 박으며 4-1 완승을 합작했다.




선수로 이름 날렸다지만, 지도자로선 초보 감독이었다. 유소년 코치 및 스카우트를 지낸 적은 있어도, 팀 전체를 시야에 담고 이끄는 일은 또 다른 얘기였다.

한 달 반이 되도록 승리가 없었다. 그러나 조급함이 엄습해올 시기에도 최 감독은 켜켜이 쌓아온 철학을 쉬이 내려놓지 않았다.

일례로 빌드업. 후방에서 차근차근 전개를 시작하던 서울 E U-15는 상대 전방 압박에 적잖이 고전했다. 볼을 빼앗겨 실점하는 등 허탈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뻥' 차 버리는 편이 속 편할 법도 했다. 그럼에도 최 감독은 고개 숙인 선수단을 격려했다. 또, 연습한 대로 계속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에 최 감독은 "우리가 꼭 배우고 익혀야 할 점은 볼을 소유한 선수를 중심으로 최소 두세 군데의 패스 루트를 만드는 것이다"라면서 "볼 없는 선수들도 볼을 받기 위한 형태를 가져갈 수 있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됐을 때 비로소 빌드업이 가능해진다. 또, 선수의 기술 향상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 E U-15는 이번 승리로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12개 팀 중 11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승점 차가 오밀조밀해 중위권 도약에 욕심을 내볼 만도 하다. 조금 더 빨리 가고자 '속도'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최 감독은 '방향'을 우선시했다. "지금은 승패가 중요한 시기가 아니다"며 선을 그은 그는 "해당 연령대에 꼭 습득해야 하는 축구의 기본을 알아야 한다. 그 가운데 승리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을 보여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것이다"라며 향후 팀 운영에 대한 구상도 내놨다.

이는 최 감독 본인이 밟아왔던 길,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아쉬움과 맥을 함께한다. 지난해 2월 서울 E 유소년 코치로 임명된 자리. 최 감독은 "프로가 아닌 유소년 코치로 시작한 것은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더 많은 기본기를 배웠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었을 것이란 회한도 있어서다"라고 털어놨다.

제자들이 느리게 간다 해도 다그치지 않을 참이다. 대신 제대로 달릴 수 있도록 확실히 잡아주려 한다. 승리를 으뜸으로 치는 풍토 속, 서울 E U-15를 찬찬히 되새길 이유가 생겼다.

사진=서울 이랜드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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