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포커스] 마르시알-래쉬포드, 판 할이 남긴 ‘위대한 유산’
입력 : 2016.05.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김다솔 기자= 루이스 판 할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났다. 그는 위대한 유산을 남기며 쓸쓸히 팀을 떠났다.

맨유는 23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 할 감독 경질 소식을 전했다. 그가 팀과 작별하는 이유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때문이다. 맨유는 5위로 2015/2016시즌을 마감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이 뿐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유로파리그, 캐피털 원 컵에서도 낙마했다. 단 하나 위안거리는 12년 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이것 갖고 생명을 이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그는 팀을 떠났다.

판 할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위대한 클럽을 지도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하다”라며 작별 인사를 했다.

판 할은 쓸쓸하게 팀을 떠나지만 아직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살아 숨 쉬고 있다. 앙토니 마르시알(19)과 마커스 래쉬포드(18)가 주인공이다. 둘은 판 할 감독의 지도 아래 급성장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위대한 유산은 어떻게 탄생했나

맨유는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공격진 개편을 단행했다. 이들은 지난 시즌 라다멜 팔카오, 로빈 판 페르시, 웨인 루니, 치차리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술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아야 2명, 적으면 1명의 선수만이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자원은 넘치지만 자리는 한정돼 있었다. 판 할 감독은 ‘궁여지책’으로 루니를 미드필더로 활용했지만 루니의 ‘근본’은 스트라이커다. 판 할 감독이 2014/15시즌이 끝나자마자 ‘교통정리’에 나선 이유다. 맨유는 여름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들은 PSV 에인트호번에서 득점왕 출신 멤피스 데파이를 영입했다. 그 후 맨유는 로빈 판 페르시와 치차리토를 서둘러 처분했다. 팔카오는 임대 기간이 끝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됐다. 

시즌이 시작되고 상황이 급변했다. 위에서 언급했던 선수들 중 누구 하나 믿음을 주지 못 했다. 이에 판 할 감독은 여름 이적 시장이 닫히기 전에 AS 모나코로부터 마르시알을 부랴부랴 영입했다. 옵션을 포함해 그에게 투자한 비용은 약 1,000억. 많은 사람들은 마르시알의 영입을 '패닉 바이(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많은 지출을 감수한 선수 영입)'로 평가했다.


앙토니 마르시알

헐레벌떡 팀에 합류한 마르샬은 숨 돌릴 틈 없이 경기에 투입됐다. 그는 리버풀과의 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하며 화려한 EPL 신고식을 치렀다. 판 할 감독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 즉시 증명했다.

마르시알은 올 시즌에 걸쳐 폭발력 넘치는 주력, 안정적인 공 소유, 간결한 드리블링, 치명적인 결정력까지 다양한 장점을 과시했다. 그는 올 시즌 리그 31경기에 출전해 11득점, 4도움을 기록했다. 수치 자체만 본다면 크게 인상적이진 않지만 기여도를 고려해야 한다. 루니와 데파이가 침묵할 때도 마르시알은 묵묵히 제 몫을 다했다. 특히 중앙뿐 아니라 측면도 성실하게 소화하며 판 할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마르시알이 팀에 처음 합류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의심 섞인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다. 그의 맹활약 덕분에 판 할의 선택은 최고의 영입이 됐고 ‘최고의 유산’이 됐다.


마커스 래쉬포드

시즌 초, 중반 영웅이 마르시알이었다면 시즌 마지막 영웅은 래쉬포드였다. 래쉬포드는 미트윌란과의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서 첫 출전했다. 마르시알이 경기 중 갑작스럽게 부상당한 것이 투입된 이유였다.

래쉬포드는 18세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함과 결정력으로 팀을 위기의 수렁에서 구해냈다. 그는 해당 경기에서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맨유는 극적으로 대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래쉬포드는 루니, 마르시알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고 때로는 둘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점차 팀의 중심으로 거듭났다. 래쉬포드는 리그 11경기에서 5득점 2도움을 기록했다. 활약상은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으로 이어졌다. 그저 그런 유망주에서 멈출 수 있던 선수가 판 할의 보호 아래 거물급 선수로 성장했다.

주력 자원들의 부재 속에 어쩔 수 없이 투입한 선수가 운 좋게 활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평소 그의 잠재력을 알아챌 수 있는 안목, 중요한 순간에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판 할은 ‘마지막 유산’ 래쉬포드를 맨유에 선물하고 홀연히 떠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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