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심판 매수 파문에도 전북 팬들의 믿음 뜨거웠다
입력 : 2016.05.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전주] 김성진 기자= 킥오프 직전까지도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음소거를 한 듯 조용했다. 경기장 스피커를 통해 흥겨운 리듬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모두가 말을 아낀 채 킥오프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침묵은 경기 시작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팬들은 사랑하는 선수들을 향해 평소와 다름 없는 응원을 펼쳤다.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멜버른 빅토리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전북의 8강 진출 여부도 있었지만, 경기 하루 전인 23일 벌어진 전북 구단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의혹 사건 때문이었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전북 스카우트 C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C씨는 지난 2013년 전직 K리그 심판 A와 B씨에게 유리한 판정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씨는 100만원씩 수 차례 A, B씨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사를 벌인 전북은 C씨가 구단 보고 없이 개인적으로 행한 것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전북은 검찰 조사에 협조를 약속하며 팬들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북의 모습에 선 긋기, 꼬리 짜르기라는 비판을 했다. 구단 직원이 수 차례에 걸쳐 지급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전북은 C씨가 지난해에만 2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기에 개인적으로 돈을 줄 능력은 된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혹은 커져갔다. 전북 서포터스 매드 그린 보이즈도 철저한 내부조사와 확실한 책임을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경기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일부 팬들의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항의 퍼포먼스도 예상됐다. 하지만 전주월드컵경기장은 평소와 다름 없었다.

사건에 따른 팬들의 외면이 예상됐지만, 경기장은 평소의 주중 경기 관중 수와 비슷한 1만 2,811명이 찾았다.

경기가 시작하자 전북 서포터스를 중심으로 뜨거운 응원이 펼쳐졌다. 팬들은 선수들의 이름을 하나씩 연호했다. 전반전 말미에는 이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8명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며 더 큰 힘을 보탰다.

전북 선수들은 이러한 팬들의 응원을 경기로 보답했다. 초반부터 강한 공격으로 멜버른을 압박했다. 전반 29분 레오나르도의 선제골이 나오자 경기장은 더욱 뜨거워졌다.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전북은 더욱 좋은 경기,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며 응원에 답했다.

그리고 전북은 멜버른에 2-1로 승리했고, 4년 연속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이라는 선물을 팬들에게 안겨줬다.

전북은 좋은 경기를 통해 구단 직원이 일으킨 물의를 대신 사과했다. 그러나 단순히 사과만으로 이 일은 끝나면 안 된다. 심판 매수는 프로스포츠의 근간을 해치는 중대한 범죄다. 엄중한 일인 만큼 진실 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책임 있는 행동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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